09.3.24 Night & Day

1.



고민중이다. 4월 며칠까지였지, 아무튼 롯데월드가 대학생 할인 행사하고 있어서 오후 4시 이후에 입장하면 11,000원이란다. 11,000원, 솔직히 작은 돈은 아니지만 한번쯤 지출하기에 아주 큰 부담있는 돈도 아니다. 롯데월드 안 가본지 오래 되었잖아. 그치?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고등학교 3학년 끝나고 대학 입학하기 전에 그 '애매한' 기간 있잖아. 아마 그때가 마지막이었을 것 같다. 재욱이랑, 고등학교 동창 여자애(죄송하게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하고 함께였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 나는 '꼽사리'였으므로. 이번에는 즐거울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행복해져서 올 수 있을까? 그래서 고민중이다. 작은 고민인데, 어쩌면 뭉게뭉게 커져서 큰 고민 될지도 모르겠다. 아, 일단 고민하자. (그런데 대학교 4학년 주제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 웃기긴 웃기다. )



2.



술을 먹는 날에는, 아주 일찍 일어나게 된다. 습관인가? 오늘도 몇시인가, 아마 새벽 6시 반 정도에는 깨게 된 것 같은데. 미지근한 두통. 입 속의 이물감. 옷에 조금 베어든 땀내. 전날에도 결국은 (술에게) 졌구나, 라는 생각. 그래도 나쁘지 않다. 혹은 좋다. 아니, 반드시 좋다. 그렇게 누워있는 것이 좋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숙취 중 하나는 군대에서 회식하고 미친 듯이 술 먹고, 필름 끊기고, 그러다가 어느 새벽, 얼굴로 가늘게 들어오는 햇빛이 간지러워 눈을 떴을 때였다. 비록 군대였지만,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나도 내 몸을 못 가누고, 주위의 녀석들도 몸을 못 가누고, 아마 세계도 몸을 못 가누던 아침 아니었을까. 어젯밤, 여차저차 해서 결국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여 태건이네 고시원, 말 그대로의 좁고 습한, 후미진 방구석에서 서로 부대끼며 잠을 자던 밤. 혹은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밤. 그래도 나쁘지 않다. 혹은 좋다. 아니, 반드시 좋다. 최소한, 그 밤은 평화로웠으니까. 내 손이 닿는 한에서는, 평화로웠으니까.



3.



별 생각없이 걸어다니다 문득, '봄의 변덕'이라는 타이틀이 떠올랐다. 봄의 변덕. 그래, 봄이란 변덕스러운 법이지. 봄이라서 그럴까? 글쎄, 사실 삶이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거라. 어쨌든, 저 타이틀을 토대로 곡을 써보려고. 마구마구 피어나는 계절이 있듯, 모든 것이 얼어붙는 계절도 있다. 음악도, 마구마구 피어나는 계절이 있듯, 모든 것이 얼어붙는 계절도 있다. 지금은, 전자에 가깝겠다. 요즘 작업하고 있는 곡은 <용산의 봄>이다. 투쟁을 위한 노래라기 보다는 추도를 위한 노래고, 사실은 넋을 달래기 위한 노래다(역시 영혼보다는 '넋'이 맞다). 다 되었는데, 노랫말이 잘 안되고 있다. 말 나온 김에, 오늘쯤에는 한번 겨뤄보아야 겠다.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구체화시키는 과정이야 물론 자유롭겠지마는, 종래에는 결국 한번 붙어야 된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김수영 시인이 '온몸'을 이야기 했던가? 백번 동의한다. 푹, 몸을 담가야 한다. 숨을 쉬지 않아야 한다. 머리털 한올까지 남김이 없어야 한다. 그것을 피하려고 하면, 결국 그 노래에는 긴 생명이 없게 되겠다. 비단 음악만 일까? 아니지. 창조에 관련된 모든 활동에 필요한 얘기 되겠다. 심지어는, 여자에게도 그렇겠다. 푹, 몸을 담가야 한다. 푹, 빠져들어야 한다. 그리고 종래에는, 한번 겨뤄보아야 한다. 이를 은어로, '쇼부'라 하기도 한다. 쇼부치기, 쇼부보기. 용산의 봄, 봄의 변덕.



이런저런 생각들. 전날 술을 마시고서, 집에 들어가질 못한, 어느 개운한 아침나절에.

덧글

  • 다블 2009/03/24 17:54 # 삭제 답글

    쇼부는 일본 야구팀이..
  • 단편선 2009/03/25 00:24 #

    아니, 다형님. 물론 국어를 사랑해야겠지만서두 그... 말맛이란 게 있잖아요 :) 승부를 보는 거하고 쇼부를 보는 거하고는 뭔가, 달라요 그거. ㅎㅎ
  • kmk7529 2009/03/26 14:36 # 삭제

    쇼부는 치는 거고 승부는 보는 거 아닌가요?
  • 단편선 2009/03/27 10:11 #

    아뇨 그거 뭐 쇼부하고 승부하고 둘다 똑같이 승부인데 ㅎㅎ 쇼부 본다는 표현도 종종 쓰던걸요? ㅎㅎ
  • 다블 2009/03/25 11:21 # 삭제 답글

    아니, 난 그런 것 가지고 야마 돌아서 괜히 겐세이 넣을려고 그런 게 아니었다고..
  • 단편선 2009/03/27 10:12 #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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