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프로듀서 이종현 인터뷰 - 오아시스 좀 모르면 어떻고 콜드플레이 좀 모르면 어떤가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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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이제 겨우 3년째를 맞이하는 대중음악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가장 안정적이고 탄탄한 축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이종현 대표는 클럽 마스터플랜과 레이블 마스터플랜의 대표로 일하고 레이블 해피로봇을 경영하며 늘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처럼 오랜 경험과 연륜을 가진 그였기에 두 시간의 인터뷰 내내 그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대한 명확한 자기 철학을 달변으로 들려주었다. 한 사람의 축제 기획자로서 그리고 한국대중음악의 전문가로서 남다른 식견과 솔직함이 돋보이는 인터뷰를 함께 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쉴 새 없이 일하는 와중에 바쁜 시간을 내준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모쪼록 세 번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

일시: 2009년 9월 21일(월) 19:00~21:00
장소: 해피로봇 사무실
인터뷰: 이종현 vs 단편선, 서정민갑
사진: 서정민갑
초벌 정리: 단편선
최종 정리: 서정민갑

서정민갑: 2007년부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 이하 GMF)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이종현: 서로 어울리는 팀들이 1~2달에 한 번씩 연속성을 갖고 하는 공연이 없는 것 같아서 민트 페스타(Mint Festa)라고 2달에 한 번씩 하는 공연을 2006년부터 시작했다. 민트 페스타가 이어져서 GMF까지 온 거다. 축제 배경 얘기를 많이 했는데 예전부터 친하던 아티스트들이 같이 모여서 공연을 잘 안 하더라.(웃음) 왜 안하느냐 했더니 누가 먼저 하자고 안 해서 안한다는데 점점 옛날보다 시너지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같이 모여서 뭐라도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소위 홍대 쪽 인디라고들 얘기 많이 하는데 감성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메인스트림의 아티스트와 크게 다른 게 아니고 시대가 시장을 다르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새 홍대에서 인디 음악이라 불리는 음악들은 대부분 사실 해외에서는 메인스트림이지 않은가. 그런 음악은 한국에서 메이저라 불리는 가수들도 다 똑같이 듣는다. 그런데 시장이 옛날에 자리를 잡았나, 시장이 망가져서 자리를 못 잡았나, 이 차이다. 그러다보니 이 사람들이 서로 교류를 할 기회가 없더라. 그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간판스타들도 좀 나와야 할 것 같아서 2006년 말에 이승환 씨, 델리스파이스 김민규 씨, 이한철 씨, 이런 분들과 얘기를 하면서 준비를 했다. 원래는 2007년 초에 놀이동산에서 하는 게 콘셉트였다. 서울랜드하고 주로 많이 얘기를 했는데 이런 쪽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솔로이신 분들이 많고 동화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데 막상 갈 일이 별로 없고 동경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축제는 판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잘 못 가보던 장소에서 하루 진짜 제대로 된 즐거움도 가지면서 음악도 즐기는 걸 생각했는데 놀이동산하고 얘기가 잘 안 됐다. 그러다가 놀이동산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페스티벌의  다른 이벤트로 풀어보자고 해서 올림픽공원으로 오게 됐다. 첫해에는 잔디마당을 못 빌려줘서 올해 문제가 없으면 내년에는 꼭 잔디마당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테니스 경기장으로 들어가게 됐던 거다.

서정민갑: GMF라 이름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이종현: 처음에 민트 페이퍼(Mint Paper, http://www.mintpaper.com/)라는 것을 만들었고, 민트 페이퍼에서 하다 보니 민트 페스타가 됐고, 민트 페이퍼와 민트 페스타가 하는 걸 1년 동안 결산하는 걸로 하다 보니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된 거다. 민트 페이퍼라는 건 감성적이고 청량한 것을 담기 위한 웹 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우리가 생각할 때 이런 느낌의 이름이 어떨까 고민하다 나온 게 민트 페이퍼였던 거다. 처음부터 나온 건 아니고 시리즈로 다 나온 거다.

서정민갑: 처음 발의를 한 사람은 본인이었나?

이종현: 처음에도 내가 했고 지금도 내가 하는 거다. 사무실에서는 내가 자꾸 일을 만드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반대도 많았다. 그런데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막 우겨가지고(웃음), 소수 인원으로 시작했다.

서정민갑: 그럼 GMF에서 본인의 역할은 최종결정자인가?

이종현: 내가 섭외 다 하고 플랜을 다 짠다. 최종 결정을 한다기보다는 모든 기획과 플랜을 다 짜고 홈페이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또 다른 분들이 주로 같이 하신다. 프로덕션에 관련한 회의를 하면 그 부분에 대한 정리는 또 다른 친구가 한다.

서정민갑: 2006년부터 한국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이종현: 처음엔 이렇게 크게 할 생각도 없었고 되게 작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앞날을 별로 생각 안 하고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라 무모한 계획을 많이 세우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게 많다. 아무튼 하루나 이틀 무대 1~2개 세우고 한 스테이지에 7~8팀 정도 하려고 했는데 규모가 딱 두 배 커졌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도 많고 친한 분도 많은데 "왜 우리는 안 끼워주는 거냐, 돈 없어도 괜찮다, 같이 시작하자." 그렇게 되어가지고 무리가 된 부분이 있었다. 지금 생각했을 때는 사실 그렇게 했으면 안 되는 거였고 작게 했어야 했다. 그래서 첫 해에 적자를 봤다. 팀이 늘어나니까 돈이 늘어나고, 시스템도 그렇고 대관료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면에서 조금 더 했으면 좋겠는데, 조금 더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되더라. 그런데 우리는 다른 페스티벌이 생기니까 우리도 페스티벌 하자, 이렇게 생각한 게 전혀 아니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옛날부터 생각했던 걸 그냥 한 거다. 누구한테 돈 받아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있는 돈 없는 돈 다 갖다 써가면서 그렇게 한 거다. 왜냐하면 과도한 투자라던가 관에서의 지원 같은 것의 병폐를 많이 봤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것의 주도권을 절대 뺏겨서는 안 된다, 우리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우리 것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 3자에 의해서 하려는 건 방해를 받거나 참견을 받는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생각을 가지고 계속 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참견하면 안 되는 거였고 우리가 정한 룰대로 가야했다. 섭외를 하는데도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깨뜨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 같이 처음에 얘기한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대로 가기 위해서는 그게 필요했다 생각했다.

서정민갑: 홈페이지에 보니 '도시적인 세련됨과 청량함의 여유, 피크닉 같은 음악 페스티벌' 이라고 콘셉트가 명기되어 있다. 이런 콘셉트를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종현: 일단 내가 페스티벌을 다녀보고 공연 보러 다니면서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하고 얘기해봤을 때 이런 쪽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럴 수 있겠구나 싶어서 이왕 만들 거면 그런 느낌이 더 들어있는 걸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친구들 중에서도 감성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일단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까 거친 데나 먼 데 가는 걸 너무 싫어한다. "재미있는 거 있다." 이러면 "어딘데?"부터 물어본다.(웃음) 그러다보니까 이 콘셉트에 맞추려면 먼 데서 하면 안 되겠구나, 그리고 피크닉 같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청량한 느낌이 있어야지 너무 사람이 많다거나, 너무 질서가 없다거나 이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든다. 가격 정책도 가장 적당한 수준이 얼마인가를 고민했던 부분이고 우리는 중간 정도이지 않은가. 청량함과 세련됨을 만들기 위해서는 페스티벌에 별로 책임감 없이 즐기려는 사람이 와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 폐단을 너무 많이 봤다. 모든 것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대화 속에서 나온 게 많다. 개인적으로 내가 더운 데 가는 걸 싫어한다. 가면 재밌는 거 많은데 갖다오면 이상하게 피곤하고 힘들어가지고 '아, 이제 나이가 있구나. 그리고 그런 걸 피곤해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GMF 만드는데 바탕이 된 거다. 다양한 걸 많이 생각했다. 다른 페스티벌의 흐름을 비교했다기보다는 경험을 해보니 안 그런 게 있으면 어떤 사람들에게 좋겠구나 생각을 했던 거다.

서정민갑: 실제 모델이 된 축제가 있었나?

이종현: 처음에 만들 때는 전혀 없었는데 하다 보니 외국 축제를 더 많이 펼쳐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좀 알게 되었다. 그런데 100% 같은 콘셉트라는 건 아예 없다. 이 부분은 우리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하다 보니까 생기는 것이지 처음에는 그냥 민트 페스타의 확장판, 그리고 아티스트 선후배들의 교류에만 초점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데서 뭐 하는지는 알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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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GMF를 하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이종현: 굉장히 많다. 그게 결국 차별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큰 차별점은 '페스티벌을 위한 페스티벌'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트 페스트라는 게 1년 동안 돌아가는 거고 그것의 종합 선물 세트를 만들기 위한 페스티벌을 한 것이기 때문에 1년 동안 사람들과 계속 호흡하고 그 결과를 자꾸 내놓은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페스티벌을 보면 페스티벌 2달 전에 홈페이지 오픈해서 페스티벌이 끝남과 동시에 없어진다. 홈페이지는 있지만 글이 없고 업데이트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아니고 계속했다.

그리고 우리는 페스티벌 마니아를 잡기 위해 페스티벌을 한 게 아니다. 어쩌면 페스티벌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페스티벌이다. 우리나라의 음악 산업과 커뮤니티가 굉장히 잘못 되어있는 게 평론을 하신다는 분들도 그렇고, A부터 D까지 사람들이 있는데 모든 걸 자꾸 A에 맞춘다. 그 사람들은 자꾸 자기네들만의 리그를 하려고 한다. 페스티벌에 대해서 뭔지 궁금해 하고 알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람들한테 음악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야, 내가 음악 왜 싫어해?" 다 그러지 음악 안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 없다. 다 음악 좋아한다. 그 사람들을 오게 하고 그 사람들도 페스티벌을 즐기게 하려면 그 사람들 눈높이에 맞춰줄 필요가 있다. 모든 페스티벌 가보면 알겠지만 "타임 테이블이 뭐에요?", "야, 무식하게 그것도 모르냐?", 약간 이런 분위기로 간다. 그래서 무서워서 그 안에 못 들어가는 거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시장은 이래서 안 돼"라는 소리만 자꾸 한다. 시장이 이러는 거 뭐 이제 알았나? 그러면 이쪽 음악에 진짜 관심은 있지만 계기가 없어서 잘 모르는 사람, 옛날에 진짜 음반도 많이 사고 그랬던 친구들, 이제 페스티벌이라는 게 있어서 와보고 싶은데 뭔지 모르는 사람한테 문턱을 낮게 해줘야 한다는 거다. 와서 보니까 정말 좋구나 하고 경험하게 해줄 기회를 줘야 될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 쪽에 초점을 굉장히 많이 맞췄다. 똑같은 질문이 열 번, 스무 번 올라와도 다 답을 달아줬고, 메일 오면 다 메일 보내줬다. 모르는 게 뭐 죄인가, 그런 식으로 알아가는 거지 않나. 나 역시도 초등학교 때 형들한테 물어보면서 음악 안 거고 다 그런 거지 않나.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그들만의 리그라는 거다. 음악시장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A부터 D까지 있다면 B나 C, 그러니까 어느 정도 수준의 음악을 아시는 분들이 많아져야 되는데 이분들이 하루 아침에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음악도 습관이고 그것도 찾게 되는 버릇이 되어야 그렇게 되는 건데 그 분들이 관심을 가질 계기를 단초를 아예 잘라버리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A를 보고 한 게 아니고 D를 보고 한 거다. 그런데 처음부터 A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페스티벌을 자기들 맘대로 규정한다. 우리는 팬층 대다수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서 라인업을 하고, 뭔가 교집합이 있고 주파수가 비슷한 것 같은 아티스트와 관객을 생각해서 하는 거지, 인디 페스티벌이라고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A군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의 생각에 자꾸 맞추려고 한다는 거다. 그게 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D가 더 중요하다. 이 사람들 잘 모르는데 그래서 첫 해 때는 그만큼 사람이 적었는데 그 사람들이 소문을 내주니까 둘째 해에 사람 더 많이 온 거다. 작년에 와서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누가 나오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미 생겼다. 그 안에 있는 게 중요한 거다. 그 안에서 우리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누구를 봤는데 갑자기 좋아져서 음반을 산다는 사실이 되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다. 오아시스(Oasis) 좀 모르면 어떻고 콜드플레이(Coldplay) 좀 모르면 어떤가. 그렇다고 그 사람이 음악을 싫어한다, 음악을 모른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클래식 많이 아는 사람들은 클래식 많이 아는 사람들이고, 재즈 많이 아는 사람은 재즈 많이 아는 사람들이고 보편적으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음악을 좋아하는 거다. 나도 예전에 글을 썼던 사람이지만 참 답답하다. 그들만의 리그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음악은 결국 장풍 자랑도 아니고 공력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음악은 결국 문화고 듣는 거고 기호다. 나도 진짜 어렸을 때 철없이 무슨 판 샀다고 자랑하고 다니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진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인터넷 치면 다 나오는 데 무슨 소용이 있나. 새로운 아티스트를 오히려 강하게 어필하지 않고 의식적인 메시지에 얽매여 사람들에게 주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페스티벌이 다 훌륭한 페스티벌이고 좋은 페스티벌인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훌륭한 페스티벌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재즈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와서 그 문화에 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 훌륭한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왜? 11년 하면 진짜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겠나. 11년씩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 위대한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에 대한 존경이 있다.

서정민갑: 팀 선정에서 대중들의 평균적인 정서를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 팀 선정의 음악적 기준은 무엇인가?

이종현: 섭외할 때의 기준 1순위는 지난 해 MVP와 신인왕이고 2순위는 민트 페스타 두 달에 한 번씩 했던 아티스트들을 섭외 대상에 놓는다. 왜냐면 우리가 계통을 갖추고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민트 페스타 같은 경우는 평소에 교류가 있는, 특별히 요청이 있는 경우를 다 쌓아놓았다가 두 달에 한 번씩 할 때 했던 팀들 위주로 섭외를 하는 거다. 세 번째는 추천, 소위 우리 '민터'라고 얘기하는 회원들의 추천을 되게 많이 고려한다. 그럴 일은 없지만 때려죽여도 싫은 원수지간이어도 추천이 많이 나오면 전화를 한다. 실제로 지금도 계속 "누구는 안 나와요?" 이런 얘기들을 하시는데 안 나오는 사람은 추천이 없었거나 추천이 적었던 사람이다. 아니면 그 사람이 안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헤드라이너급 아티스트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앞에서 뒤에까지 다 센 사람하면 사람도 많이 오는데 왜 그렇게 안 하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될 수가 없다. 상상 속의 페스티벌이다. 누가 맨 앞에 하고 싶고 누가 맨 뒤에 하기 싫겠나?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적당히 신인도 있어야 되고 적당히 네임 밸류 높은 사람도 있어야 되고 그런 균형이 있어야 된다.

서정민갑: 장르적으로 봤을 때는 사실 넓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종현: 우리는 예전 광명에서 했었던 것처럼 학구적으로 나눠서 하는 페스티벌이 아니다. 어떤 홈페이지에서 만드는 페스티벌이고 성향과 우리 회원들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안고 갈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요청해서 올해는 다른 쪽 아티스트들이 좀 많아지긴 했지만 재즈 같은 것은 자라섬에서 충분히 소화를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GMF 만들 때부터 생각했었던 게 우리 페스티벌은 다른 페스티벌에 많이 안 나오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자는 게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모던하고 포크 성향의 아티스트들은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가 가기도 그렇고 그쪽에서 부르기도 어려운 아티스트군이었다. 우리는 그런 아티스트들을 생각했던 거다. 이제 어쩌다보니 크로스오버적인 밴드들도 있어서 여기도 나가고 저기도 나가는 아티스트들도 좀 많아지긴 했는데 학구적으로 그렇게 나눠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같이 GMF를 공유하는 민터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시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고 매년 고민 안 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 팀도 생각하고 저 팀도 생각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를 사실 제일 많이 본다.

서정민갑: 초대형 빅스타는 무대에 별로 서지 않기도 했다.

이종현: 그 사람들이 안 하는 거다. 우리는 꼭 그 사람들을 안 해야겠다도 아니고 꼭 해야겠다도 아니다. 아까 우리가 얘기한 섭외 조건에 맞으면 무조건 하는 거고 실제로도 요청을 많이 했는데 빅 네임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이 10팀 이내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두 나올 수도 없거니와(웃음) 모든 상황이 안 맞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 나오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콘셉트를 잘 이해 못해 하기 싫어하시는 분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소위 TV 많이 나오시는 분들 중에서도 반대로 요청이 오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유명세만 있다고 해서 하는 건 아니고 교류도 생전 없는데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다. 교류라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단편선: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반응이 좋아서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도는 것 같다.

이종현: 그렇기도 하고(웃음), 이쪽 감성 음악 쪽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출현을 안 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그래서 우리들의 잔치가 되는 거다.(웃음)

서정민갑: 올해는 엄청나게 많은 뮤지션이 출연을 희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종현: 요청 온 게 500팀쯤 되었다. 그런데 일단은 GMF를 앞두고 요청이 오는 팀은 무조건 배제한다. 얘기를 드렸다시피 1년 동안의 교류인데 민트 페스타 얘기는 안하고 GMF 얘기만 하는 사람들은 별로 섭외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네임 밸류가 높다고 해도 미리부터 서로 얘기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다. 그러니까 GMF 공고가 뜨고 그때부터 섭외 요청 하시는 분들은 이미 버스가 지나간 다음이다. 공고가 뜰 때쯤이면 아웃라인이 이미 다 나와 있는 거다. 우리 민트 페스타도 내년 상반기까지 벌써 라인업이 어느 정도 다 끝났다. 그렇게 미리미리 준비해서 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자료 보내주신 팀 중에 민트 페이퍼 성격에 진짜 안 맞는 팀 빼고는 안 올려드린 팀이 없다. '헬로 루키' 나와서 떨어지는 팀들도 자료 주시면 우리 성격에만 맞으면 다 올려드렸다.

서정민갑: 그럼 민트 페스타는 관객이 얼마나 오나?

이종현: 아주 안 오는 편은 아니고 안정세에 접어든 것 같다. 팀에 상관없이 200~400명 사이 왔다 갔다 한다. 아무리 이번 주에는 좀 어렵겠다 해도 200명 이상은 무조건 넘는다.

서정민갑: 조금 전 질문으로 되돌아가서, 왜 그렇게 뮤지션들이 많이 몰릴까?

이종현: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음악 하는 사람들은 페스티벌을 다 동경하니까, 페스티벌이 음악 하는 사람들 다 모이는 자리니까 관심을 갖는 부분일 수 있다. 그리고 음악 하다보면 다 나갔는데 나만 왠지 못 하는 것 같은 이상한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그런데 페스티벌 하는 게 벼슬은 아닌 것 같다.(웃음) 우리 페스티벌은 그냥 1년 동안의 기록이라고 생각해주시는 게 제일 편한 것 같다. 그러니까 너무 섭외에 목매지 마시고 슬금슬금 1년 동안 관계들을 맺으셔서 같이 하시면 된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작년 페스티벌에서 음반이 워낙 많이 팔리니까 여기서 하면 음반 많이 팔리나 보다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웃음) 사실 그게 소문이 많이 났다. 2년 동안 책임을 맡아서 하신 분이 옛날 향 음악사 직원 분이신데 작년에 끝나고 나서 살다 살다 이렇게 CD를 많이 만져본 건 처음이라면서 죽겠다고, 자기 남편까지 데리고 와가지고 밥도 못 먹어가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게(웃음) 그게 소문이 많이 나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지만 분명한 건 갖고 온 웬만한 음반들은 다 팔려서 못 팔았다. 장기하가 첫날 15분 만에 끝났고, W&Whale이 첫날 다 나갔고, 그 인근에 나왔던 음반들은 거의 첫날 다 솔드 아웃 됐다.

결국에 아까 얘기한 걸로 다시 돌아가자면 D군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음악에 관심 있지만 용어나 이런 걸 잘 모르고 그냥 마음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움직여줬기 때문에 음반 판매량도 그렇게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딱 봤는데 갑자기 자기 마음에 이 아티스트의 음악이 너무 좋았던 거다. 그런데 예스 24에서는 그 음반 안 파나? 다 파는 데도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거기서 사는 거다.  그게 굉장히 컸다고 보고 그런 분들이 정말 많아져야 한다.

서정민갑: 그리고 출연 팀들을 관리하는 것도 1대 1 전담 관리를 한다던가, 다른 페스티벌과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이종현: 일단 밴드가 100% 마음에 들 수 있는 스테이지를 마련한다거나 모든 걸 흡족하게 할 수는 없다.  왜냐면 우리도 정해진 예산을 갖고 하고 누군가 끝이 있으면 처음도 있는 거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에 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전담 스탭을 붙인다는 건 그 아티스트를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터도 모든 출연진이 똑같이 만드는 거다. 우리가 섭외한 이상 어쨌든 저쨌든 경중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 역할이 이만하든 요만하든 그게 맞아야 페스티벌이 되기 때문이다. 진짜 돈을 많이 못 줘도 못 주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면 모든 아티스트는 사실 납득을 한다. 그러니까 상대방한테 내가 갑이라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서로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입장도 그걸 고려하려고 한다. 그래도 잡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가령 우리 계약서를 보면 깜짝 놀랄 거다. 일단 계약서가 다 존칭이다. 반말이 아니다. 그리고 갑과 을이 있어도 갑이 하는 일만 써있다. 을이 하는 일은 거의 안 써있다. 을은 꼭 해줘야 하는 일만 써있다. 언제까지 뭐 보내주세요, 이런 것만 있다. 왜냐하면 우리도 출연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 입장을 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표기할 때 꼭 아티스트라고 표현한다. 민트 페이퍼 처음 생기면서 지금까지 항상 아티스트라고 붙였다. 뮤지션이라는 말을 거의 잘 안 쓴다. 스탭이 일단 존중을 해야 관객도 존중을 한다. 우리 공연을 빛내주는 사람이 대접을 못 받으면, 우리가 관객한테 자꾸 얘기를 하지 않으면, 관객이 우습게 낮게 보기 시작하면 페스티벌의 명목도 없어진다.

서정민갑: 사무국에서 출연 팀을 결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

이종현: 사무국이라고 할 것도 없다.(웃음) 사무실에서 GMF에 대해 365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나와 민트 페이퍼를 담당하시는 김문희 씨 딱 두 명 밖에 없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공연 같이 하는 김지홍 팀장, 마케팅 하시는 분, 자활 담당하시는 분이 결합되기 때문에 결정을 하는 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사실 엑셀 파일에 계속 1년 동안 신인들의 이름을 다 적어놓고 있다. 홈페이지로 요청이 왔거나 1년 동안 봐왔던 팀은 다 정리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GMF 2009가 끝나면 동시에 2010에 대한 아웃라인이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다. 이걸 가지고 스탭들과 공유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걸 얘기를 해라. 빼먹은 부분이 있으면 추천해라, 라고 얘기한다. 1년 동안 같이 고민하기 때문에 성향을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팀이 나오고 저런 팀이 나오는데  표가 많이 나온 팀은 국내건 국외건 일단 섭외를 다 요청한다. 안 하는 팀이 없다. 외국 팀도 심지어 블러(Blur), 콜드플레이까지 다 보낸다. 안 하더라도 일단 관객이 시켰으니까, 일단 하기로 약속은 한 거니까 무조건 하는 거다. 답이야 항상 예상했던 답이 오지만 하는 거다. 우리는 다 요청을 한다. 우리한테 뭐라 하면 안 된다.

그런데 페스티벌을 계속 하다보면 그냥 분위기를 생각하는 관객들도 굉장히 많지만 아직도 라인업을 가지고 분위기를 조장하는 관객들도 많다. 이런 분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대치가 점점 높아진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작년에 이걸 봤으니까 올해는 뭔가 더 센 걸 봐야 된다는 거다. 지금 실정이 이렇다. 자꾸 너무 라인업만 보고 페스티벌의 미래를 보지 않기 때문에 실망이라는 말도 너무 쉽게 한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예산은 똑같은데 폭발적인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뭔가 획기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실 있다. 그렇게 기대를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리수도 많이 두고 진짜 별의별 사람도 섭외해보고 거의 될 뻔한 사람도 많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상 우리 규모에서 할 수가 없어서 놓은 아티스트도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거 생각 안하지 않나.

서정민갑: GMF가 상대적으로 해외 뮤지션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종현: 예산이 적으니까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한두 아티스트 팔아서 하는 페스티벌이 아니다. 어디 시에서 억만금 받아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뻔하다. 물론 올해는 작년보다도 돈을 더 쓰고 있지만 그런데도 사실 쉽지가 않다. 아시겠지만 우리가 좋아할만한 아티스트는 어지간하면 10만 불이 넘어간다. 비행기 값만 몇천만 원이다. 생각하기는 쉽지만 우리 예산에 그렇게 하면 완전히 펑크가 나는 거다.

서정민갑: 예산이 어느 정도 되나?

이종현: 그걸 공표할 수는 없다. 아는 사람은 뭐 다 알지만 공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관객들이 그것까지 알면 웃기지 않겠나.(웃음) 어쨌든 펜타나 지산에 비해서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하는 거고 그 정도 규모의 금액이 가장 이성적이라고 판단이 든 거다. 무슨 투기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돈 뿌려가지고 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다 망하면, 페스티벌 다음에 못하면, 그게 과연 좋은 건가? 그래서 아까도 처음부터 너무 크게 한 것 같다고 했던 거다. 몇 년 째 됐을 때 규모가 되고 사람도 많이 오고 우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대로 스폰서도 많이 생겨서 어느 정도 가능할 때 적당한 수준의 팀이 오면 그에 동반되게 우리나라 팀들에게도 대접 해줘야 한다. 누구한테는 1억, 2억씩 주는데 우리나라 팀한테는 돈을 못 주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헤드라이너가 훨씬 더 관객도 많이 모아주는데 그렇게 한다고 하면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서정민갑: 대략 출연료가 어느 정도 되나?

이종현: 최고 금액을 알려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100만원이 최저이다.

서정민갑: 당분간은 국내 팝 중심의 라인업이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종현: 아니다. 내년에는 예산을 좀 올릴 거고 우리나라 팀들도 라인업 금액이 올라갈 거고 해외 팀도 올라간 팀 섭외될 거고 실제로 어느 정도 얘기 해놓은 팀도 있다.

서정민갑: GMF 보면 여성 팬들을 타켓으로 하고 축제를 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

이종현: 굳이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 보일 순 있겠다. 그쪽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이 그런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밴드를 먼저 보지 관객을 먼저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티스트를 그런 쪽으로 하다보니까 관객이 그 쪽이 많을 수밖에 없는 거다. 우리가 여성 팬을 타켓으로 할 거 같았으면 글쎄, 오히려 더 달달하게 갔어야 맞는 거고 매년 똑같은 라인업으로 가야 한다.

서정민갑: 여성 팬들의 힘이 없이는 음반도 성공하기 힘들고 공연도 성공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종현: 예외는 있다. 요조나 한희정 공연은 남자 관객이 더 많다.(웃음) 왜 그렇게 됐냐면 내 생각에는 이 문화라는 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데 여성분들 중에서는 문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아시겠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면서부터는 감정의 씨앗이 마르지 않나. 그리고 남자 솔로인 경우하고 여자 솔로인 경우를 봤을 때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 남자 솔로인 분들은 보면 친구들 만나서 술 먹고 당구치고 이런 게 많다. 그런데 여자 솔로들은 친구들하고 만나도 주로 홍대나 가로수길 같은 곳에서 수다를 많이 떤다. 거기가 문화적으로 많이 노출이 되어 있는 곳이지 않나. 그러니까 일단 가는 곳이 다르다. 그게 좀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요즘 음악이란 게 패셔너블한 것을 무시할 수 없는데 여자분들은 문화를 습득하는 게 남자들보다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정민갑: 실제로 티켓 판매에서 남녀간의 차이가 났을 경우 마케팅 전략, 공간 구성, 아티스트 섭외 같은 모든 부분에서 전략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종현: 전략이라 얘기하기는 웃기고 그런 분들이 의견을 많이 주니까 당연히 많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 이런 아티스트가 나왔으면 좋겠다, 제안하거나 추천 이벤트를 해봐도 여성 아티스트를 추천하는 사람보다 남성 아티스트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남성 관객들 같은 경우에는 남성 관객들을 너무 배려 안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여성 관객을 배려하려고 했다기보다는 그 사람들 목소리가 많이 반영이 되는 거다.

서정민갑: 다른 축제에 가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던 부분인데 올해는 '뷰티 존'이 눈에 띈다.
 
이종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 룸이다. 그걸 되게 원하더라. 왜냐면 남자 친구랑 하루 종일 와있다 보면 뭔가 망가진 모습을 고쳐야 될 필요도 있고 여자분들끼리 와서도 좀 더 자기가 돋보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거다. 그런데 나 역시도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끔 굉장히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웃음) 이 사람들이 정말 이걸 필요로 하는가 생각하다가 다른 부분을 생각하는 것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올려주시는 의견 메모 해놓는 게 사실 가장 큰 거 같다.

서정민갑: 다른 축제들과 다른 점들이 있는데 일단 가장 흥미로운 게 라인업 공개 없이 사전 예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한 건가?

이종현: 작년에는 후지 록 페스티벌도 하기에 그냥 해보자였다. 얘들은 도대체 얼마나 나가기에 이런 걸 할까 궁금했다. 사실은 민트 페이퍼라는 것을 1년 가까이 해온 시점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수많은 회원들이 있지만 과연 GMF와 민트 페이퍼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고 주변에서 자기는 이제 민트 페이퍼나 GMF에서 하는 건 무조건 갈 거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이왕 오실 분이라면 조금 혜택을 드리면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해봤더니 분위기가 예상했었던 것보다는 좋았던 것 같다. 작년에는 500명 정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1,000장 정도 됐다. 그런데 막판에 환불이 좀 나오고 그래서(웃음) 그것보다는 줄었는데 올해 깜짝 놀랐다. 처음에 일단 2,000장을 걸어봤다. 그런데 한 시간 반인가 있다 들어가 봤더니 1,600장인가 1,700장인가가 하루가 안 걸리고 몇 시간 만에 다 나간 거다. 왜 다 나간건지 모르겠는데 하도 항의를 많이 해가지고 1,000장을 더 풀었다. 그래서 3,000장으로 마감을 시켰다. 물론 그 중에서 일부는 환불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까 1년 동안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100%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예상하는 아티스트들이 출현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꼭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우리끼리 놀면 되지 하는 분위기를 기다리는 분들도 상당히 많은 거다. 음악적인 사이트 아닌 여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들 다녀보면 그런 얘기들이 지금도 많이 있다. 올해는 돗자리를 뭘 갖고 갈까요, 작년에는 친구들하고 와인을 준비해서 어쨌느니 저쨌느니 이런 얘기들도 사실 되게 많다. 다른 데서는 누가 나오니 누가 지존 이런 얘기 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것 보다는, 물론 누구 나오면 좋겠는데 이런 얘기는 많지만, 그때까지 7kg을 빼야 되는데 이런 얘기가 사실은 더 많다.(좌중 웃음) 그런 친구들은 아무래도 자기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페스티벌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는 거다. 나는 그런 걸 긍정적으로 보고 그게 더 좋다고 본다.

서정민갑: 일종의 라이프 사이클과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이종현: 그렇다.

서정민갑: GMF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쪽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종현: 올해 같은 경우는 좀 그랬다. 사실 맨날 잔디밭 나오는 건 이제 2년 했기 때문에 뭔가 좀 다른 측면으로 성공은 아니어도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거다. 이제 우리도 바꿔야 되겠구나, 이제 잔디밭이 모든 명분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씩 바꿔보는 거다. 모든 건 정답은 없는 거 같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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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페스티벌 가이와 페스티벌 레이디를 선정하는데 음악인이 아닌 사람으로 선정했다. 왜 그렇게 선정하는지, 왜 그 제도를 만들었는지 듣고 싶다.

이종현: 사실 페스티벌을 만들 때 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불만들이 약간 있었다. 너무 딱딱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것을 많이 봐서 음악 페스티벌을 만들었지만 궁극의 목적은 영화제에 버금가는 음악 축제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 영화제들은 예산서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게 어떤 음악 페스티벌보다 굉장히 짜임새 있고 탄탄하다. 인력도 전문 인력이 훨씬 많다. 축제를 포장하는 포스터를 봤을 때에도 작년까지는 어떤 음악 페스티벌도 멋있었던 적이 없었다. 급조한 게 많았고 그게 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런 걸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거다. 적어도 음악 산업 자체가 지금 시장에서 영화나 게임, 드라마의 한참 뒤에 있지만 우리 스스로 한계를 짓지는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제에 근접하거나 훗날에는 능가할 수 있는 축제였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처음에 틀을 잡는 작업을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명분 있는 얼굴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페스티벌 레이디를 떠올렸다. 영화제에서는 항상 그런 쪽으로 계속 활용을 했기 때문에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게 툴이기 때문에 그렇게 선정을 한 거다. 첫 해는 페스티벌이 형체가 없었던 거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거절했고, 지난 해에는 이하나 씨를 생각했는데 너무 생뚱맞은 사람을 생각하기보다는 뭔가 우리 이미지적인 얼굴과 음악이라는 베이스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았다. 올해는 김재욱 씨인데 취지에도 잘 맞고 자기가 우리 홈페이지에 와서 모든 걸 다 외워가지고 인터뷰할 때 기자가 물어보면 자기가 알고 얘기를 하니까, 자기가 좋아서 지금 열심히 하는 거라서 정말 좋더라. 굳이 왜 음악 하는 사람 중에 페스티벌 가이나 레이디를 정하지 않았나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왜냐하면 페스티벌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크리에이티브와 추진력과 이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악 하는 사람이 페스티벌 가이나 레이디를 하는 건 이슈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거다. 상상할 수 없는 걸 조금이라도 갖고 와야 재미도 있는 거고 기대를 갖게 되는 거다.

서정민갑: 수용 인원을 한정한 것은 아무래도 쾌적한 분위기 때문인가?

이종현: 그렇다. 피크닉 같은 음악 페스티벌이라고 하고선 사람들에 치여서 다니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는데 2시간 걸리면 쾌적한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다. 피크닉이 아니다. 그걸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글래스톤베리를 얘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별로 지향하고 싶지 않다. 스테이지 규모가 커지는 게 있으면 규모를 더 늘리겠지만 그런 게 아니면 늘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서정민갑: 또 궁금한 것이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상품개발을 위한 사전 포석인가? 아니면 보는 분들에게 잔재미를 만들어주려는 시도인가?

이종현: 후자가 더 맞다. 상품개발이라고 하는 건 되게 힘들고 머천다이징은 요즘 우리가 만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냥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장에서도 턱돌이(히어로즈 구단의 마스코트)가 좋지 않나? 그냥 딱 턱돌이 생각했다. 마스코트가 공연장을 다니면 좋겠다 그래서 작년에 탈을 몇 명 불렀다. 그때 애들이 되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별로 열심히 안 하긴 했는데(좌중 웃음), 문제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탈을 쓰고 다니는 거였다. 그게 의미가 있나, 이왕 만들 거면 우리 인형 할 인형을 만들자 했는데 내가 야구를 좋아해서 턱돌이가 되게 재미있고 그게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과 추억을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우리 페스티벌의 부드러운 느낌을 제공하는 데에도 일조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원래는 올해 세 마리를 만들려고 했다. 자꾸 마리라고 그래서 웃긴데 올해가 3회 째니까 세 개를 만들고 해가 거듭될수록 하나씩 더 분양을 하거나 출산을 하는 개념으로 재미있게 해보자 생각했는데 앞으로 계속 늘려간다는 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둘로 한동안 가보고 필 받으면 3호, 4호, 5호를 만들자 해서 올해는 두 개 만들고 있다. 비싸더라.

서정민갑: 에코(eco)에 주목을 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종현: 우리가 쾌적한 것을 자꾸 얘기하는데 그런 건 당연히 빠질 수 없는 덕목인 것 같고 자꾸 조장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즐거워야 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에코는 모두가 즐겁기 위한 가장 기본 덕목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특별하게 주장하는 메시지라기보다는 우리 같은 스타일의 페스티벌을 하기 위해서는 그냥 따라와야 되는 거다. 마케팅 포인트의 수준도 아니고 우리가 주장한다고 해서 개인이 관심을 가지겠나, 아니면 기업이 관심을 가지겠나? 그런데 현장에서 그것조차 주장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 싶다.

서정민갑: 홈페이지에 축제 기획에 대한 글을 굉장히 잘 쓰셨더라. 사실 조직위원장의 딱딱한 인사말은 있어도 자기 지향을 그렇게 솔직하게 정리해놓은 축제 홈페이지가 없다.

이종현: 우리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고 권위적인 것도 없다. 민트 페이퍼에서는 무조건 다 존칭이고 반말이 절대 없다. 왜냐하면 어쨌든 이쪽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다 좋아하시고 도와주시려고 오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홈페이지에서 하려고 하는 게 청렴결백이다.(웃음) 웬만하면 다 오픈해서 얘기하는 편이고 결국은 그것 때문에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줄 수 있는가?

이종현: 재작년에는 적자 봤고 작년에는 거의 이븐 포인트였다. 올해는 솔직히 아직 끝난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웃음) 그런데 하면 항상 욕심이 난다. 좀 더 예쁘게 하고 싶은 마음을 어느 정도 적당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수익이 갈릴 것 같다. 올해는 무리하지 않으면 조금 벌지도 모르는 수준이랄까?

서정민갑: 수익 구조가 대략 어떻게 되나?

이종현: 티켓이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로 보자면 티켓이 한 70%, 스폰이 20%, 그리고 다른 것이 10% 정도 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서정민갑: 올해 10월에는 쌈싸페, 자라섬, GMF이 연달아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가?

이종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인근에 붙어있는 쌈싸페와 자라섬 같은 경우는 특히 부담을 안 갖는 게 두 페스티벌이 그래도 가장 친한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협조를 잘 할 걸로 서로 생각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편이기도 하다. 항상 우리가 더 뒤에 하니까 우리한테 많이 도와주신다. 쌈싸페는 아시다시피 매년 우리 스팟을 그냥 틀어주고 플라이도 뿌리라고 해주신다. 그리고 자라섬은 선배니까 항상 선배 대접을 해서 우리가 날짜를 옮긴다.

서정민갑: 한국의 대중 음악 페스티벌이 참 많이 늘었다.

이종현: 자꾸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는데 욕심은 좀 있어야 될 것 같다. 아까 GMF를 하면서 중요한 게 세 가지라고 추진력과 크리에이티브과 이슈라고 얘기 드렸지 않나. 분명한 뭔가는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러니까 페스티벌을 막 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지산 갔다가 놀랐고 첫해에 렛츠록 갔다가 놀랐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가야 할 방향은 다르지만 우리도 자극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렛츠록은 스물 몇 팀이 나오는 데 딜레이가 안 되더라. 그런데 그 외에 다른 페스티벌 보면 솔직히 너무 실망스럽다. 진짜 절실해야 결과가 좋은 건데, 남을 위한 축제를 하는 건데, 너무 안일한 게 많다. 디테일도 없고, 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미리미리 준비도 안 하고, 그런 게 진짜 많다. 내가 보기에는 죽을 힘을 다 해서 해도 될까 말까한 게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다고 꼭 잘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페스티벌이란 건 시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음악의 하나의 집대성, 혹은 공연문화의 하나의 집대성이다.

서정민갑: 총력전이다.

이종현: 그렇기 때문에 진짜 웬만한 마음가짐으로 하면 안 된다. 우리 홈페이지에 D-1, D-2, 올리고, 많은 글을 올리는 것은 결국 나를 옥죄기 위한 약속이다.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하면서 3일 대충하면 현장에서 바로 표시가 난다. 사람이 진심을 다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든지 하게 되고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과연 얼마나 진심을 가지고 하는가의 문제인 것 같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서정민갑: 축제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가?

이종현: 아무래도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진짜 내가 생각한 그림을 같이 공유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이건 내가 혼자 만드는 게 아니구나, 같이 만들고 있는 거구나 생각될 때이다. 작년에도 준비 많이 해오시고 와인이라든지 바구니에 도시락도 싸오시고, 어떤 분은 집에서 기념하려고 GMF 써있는 쿠키도 만들어 와서 그거 받는데 진짜 감동적이더라. 결국 처음에 시작은 내가 했지만 지금 이걸 만드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군가 같이 만들어가기 때문에 모양이 나오는 거라는 생각이 제일 보람이 있는 거다.

서정민갑: 한국에서 다른 대중음악 축제들이 더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종현: 좋은 의미를 가지고 좋은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 점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크게 하기보다는 조그맣게 시작해가지고 점점 넓어지는 생각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무 욕심내는 것도 아니고 콘셉트를 정확히 하는, 홍대에서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이나 헤이리에서 열리는 판 페스티벌 그런 게 훨씬 낫다고 본다.

서정민갑: 축제가 계속 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변화가 있다. 예를 들면 장소가 굉장히 중요해지면서 잔디밭이 기본이 돼버렸고 지적하였듯 출연자와 관계없이 축제 자체를 즐기는 축제 피플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다. 일정한 진전이면서 또 다른 단계로의 성장을 요구하는 단계가 됐다고 본다.

이종현: 결국 질적 성장이라는 것은 얼마나 신경 쓰고 디테일한 부분을 더 챙기느냐의 문제라 생각한다. 결국 공연이란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다. 얼마나 재미있는 이벤트거리가 있고 얼마나 회를 거듭할수록 편의를 제공할 것이냐, 얼마나 꼼꼼하고 정통성 있게 만들 것인가? 하다못해 포스터 하나, 로고체 하나, 레이아웃 하나, 현장의 부스 하나라도 말이다. 그게 결국 계속 걸어가야 되는 길인 것 같다. 페스티벌은 라인업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진짜 잘 하는 페스티벌, 해외의 선진 페스티벌이라는 것은 결국 그런 게 쌓인 것이다. 라인업이야 돈 많이 갖다 준 사람이 제일 좋은 라인업 하는 것이 당연한 진리 아닌가? 우리나라 현 시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럼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잘 참신하게 운영을 하는가, 있는 것을 가지고 얼마나 잘 만드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이런 쪽으로 자꾸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GMF는 한국 대중음악 씬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을 맺고 동반 성장에 대한 고민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종현: 특별히 명분이라든지 대의 같은 경우를 생각할 만큼 대인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만 결국 우리가 꼼꼼한 부분을 챙기고 공평하게 라인업을 선별하려고 노력한 만큼 관객들도, 아티스트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공정하게 보고 고려해주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아티스트들한테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하려고 하니 아티스트들도 공연을 할 때 경쟁을 많이 하고 아티스트가 경쟁을 하다 보니 좋은 공연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관객이 감동하고, 이런저런 조언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쌍방향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실 페스티벌 하다보면 문제가 많이 날 수도 있는 거고 인간이기 때문에 사고도 터질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사실 중요한 거다. 그리고 잘한 걸 갖고 그게 내가 잘 났으니 내년에도 똑같이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어떻게 더 극대화 시킬 것인지 고민 좀 해야 하는데 꼼꼼하게 챙기려고 하다 보니 서로 동반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분명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서정민갑: 상시적인 사무국 구조가 아니라고 했는데 운영의 노하우나 매뉴얼 같은 것이 매년 정리가 되고 있는 것인가?

이종현: 일단 과정을 너무 많이 만들면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정을 빨리해야 일을 빨리 하는 거지, 회의 때 논의를 많이 한다고 해서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다. 각자 파트 나눈 데에서 빨리 빨리 결정을 해서 회의 때는 판단해서 결정하는 일만 하면 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은 대신 그 과정에 수집을 하는 거다. 1년 동안 이런저런 수집도 하고 의견도 받아보는 거다. 2명이서 1년 동안 고민한다 해서 편파적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1년 동안 계속 피드백을 받고 답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받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결국 의견인 것이다. 우리는 페스티벌 중간에도 숙소에서 자면서 새벽에 다 올리고 자고 현장에서도 업데이트 할 것 있으면 바로바로 업데이트 한다. 그런 게 되기 때문에 1년 동안 수집만 하면 되는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결정할 때는 수집된 것을 가지고 빨리 판단을 하면 되는 거다. 그게 우리의 방법이다. 4월쯤  이미 올해 어떻게 할지 다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깜짝 놀라는데 나는 GMF 끝나자마자 1주일 안에 내년 것을 다 그려놓는다. GMF 끝나자마자 내년엔 이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공지를 바로 띄우지 않나.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돈 내고 보러온 관객들한테 그 정도는 예의 아닌가? 공연하는 사람들이 서비스업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업종에서 그런 거 안 하나? 안 하는 업종 본 적 있나? 음악 쪽만 유독 안 한다.

서정민갑: 그럼에도 불구하고 GMF는 아직 국내용 축제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종현: 해외용 축제가 굳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웃음) 그리고 우리는 자라섬처럼 13만 명씩 오는 페스티벌이 목적도 아니고 조그만 스테이지가 많아가지고 음악 스타일이나 경향들을 나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서울 안에서 하는 음악 축제 중에 제일 깔끔하게 운영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서울을 랜드마크할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로 성장해서 올림픽 공원 전체를 다 아우르는 축제를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서정민갑: 한국 대중음악 시장 자체가 작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인디 씬이 붐을 일으켰지만 장기하만의 붐으로 끝난 것 같다. 최근 한국 대중 음악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

이종현: 상황은 계속 똑같이 돌아가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계속 열심히 하는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씬의 아티스트 퀄리티는 다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계속 노력하고 돌파구들이 있으면 좋은 음악의 관객들과 소비자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하지만 분명히 넓어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아우르는 시스템의 문제, 매체들의 문제가 있다. 아시다시피 매체라는 건 그다지 공정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고 하기 이전에 들어가 보면 열심히 안 하면서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PD들이나 기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들 얘기가 맞는 수도 있다. 너무 인디라는 것에 대해서 벼슬취급을 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그것을 밀어서 키워야 된다, 정책적으로 이러는 것도 의미가 없다 생각한다. 시장 안에서의 음악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오래 일을 해왔고 성공한 기획들을 많이 만들어 왔다는 평이다. 본인이 창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이종현: 그건 잘 모르겠는데.(웃음) 자기가 관심 있게 생각하는 분야에서는 집요하게 해야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한 게 처음부터 다 의도하고 한 게 아니고 하다 보니 해야 되는 상황이 되서 했었던 일도 굉장히 많은데 할 때만큼은 집요하고 그쪽에 매달려서 해온 편인 것 같다. 아이디어는 개체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누구나 추진력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얼마나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나오지 않겠나? 일을 할 때 좀 안 되는 경우들도 있지 않나. 그럴 때는 상황을 탓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정성이 부족했다 생각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별 것 아닌 얘기인데 사사로운 데 모든 건 정답이 있고 거기서 교훈이 나온다고 생각을 한다. '미스터 초밥왕' 같은 만화 봐도 똑같은 초밥을 빚는데도 맛이 없을 때는 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초밥이 맛이 없다고, 먹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들어있을 때 그 맛이 달라진다고 하지 않나? 일이라는 게 그렇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앞으로 음악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이종현: 먼 미래까지 생각하고 일을 해온 적은 없고 그런 것은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 음악 진짜 많이 들을 때는 멋도 모르고 전영혁 선배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음악을 많이 듣고 음반 자료도 모으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가 매체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 순간 별로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클럽을 하게 되었을 때는 그때의 목표가 있었고, 또 레이블을 하면서부터는 레이블에 대한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연 일을 많이 하게 되었지 않나. 그러다보니 틈새시장에서 나름 의미 있는 공연이라든지 이런 저런 걸 하고 싶고 가까운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것들도 좀 있다. 이런 게 잘 되면 다음 게 보이고 그러지 않을까 싶다. 단계를 지나치고 최종적인 것을 보기보다는 항상 이 다음에 할 것을 보는 편이다. GMF 말고 완전 다른 성향의 음악 축제들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GMF에 맞출 수는 없다시피 나도 담고 싶은 게 GMF에만 있을 수도 없다. 명분 있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게 있고 다른 레이블들과 아티스트와 해보려고 하는 비즈니스적인 부분이 또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서정민갑: 축제는 앞으로 계속 되겠지만 GMF가 성공하는 과정이라든가 즐거움을 축제를 고민하는 다른 분들에게 알리기 위한 책을 쓸 생각은 없는가?

이종현: (웃음) 글 쓰는 거 힘들어서 글 쓰는 사람이 신통방통하다. 책을 낸다는 것은 정말 참을 인자 세 개를 갖고 써도 모자랄 일이기 때문에, 참을성과 기다림과 자료수집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걸 하기에는 너무 미약한 부분이 많다. 누군가 얘기를 해달라고 하면 가서 얘기는 해주지만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이지 성공한 페스티벌이라 생각해본 적도 없다. 아까 얘기한 중요한 포인트를 갖고서 하시는 게 중요하고 그런 걸 할 정도의 분들이라면 이미 다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서정민갑: 마지막으로 음악 팬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이종현: 너무 틀을 만들거나 옭아매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그건 자기가 더 많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것에 대한 제약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성격의 콘텐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돌발적인 변수도 많고 감정에 따라 나오는 아웃풋도 다를 수 있는 건데 너무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GMF는 그냥 쉬운 페스티벌로 시작해서 음악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알아가는 페스티벌이기를 바라고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http://bo-da.net/entry/이종현-오아시스-좀-모르면-어떻고-콜드플레이-좀-모르면-어떤가


덧글

  • Nara 2009/10/01 13:33 # 답글

    인터뷰 좋군요. ^^
  • 단편선 2009/10/02 10:06 #

    이종현 대표님 말이 워낙 청산유수라...! 배울 점이 많은 인터뷰라 봐요 :)
  • 나도원아님 2009/10/01 16:39 # 삭제 답글

    단편선이 고생이 심하네요. 타자수 하는 건가요? ^^
  • 단편선 2009/10/02 10:08 #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준비는 같이 하고 인터뷰는 민갑 선생님이 주로, 저는 서브하기로 했는데 GMF 때는 제가 그 주변에 할일이 너무 많아서 거의 준비를 못 했었어요. 반성중 ㅜㅜ
  • 이마루 2009/10/02 22:06 # 삭제 답글

    이런 인터뷰 누구 읽으라고 하는거지?? 관계자....?
  • 단편선 2009/10/03 15:26 #

    코스모 인터뷰 같이 갈 수는 없잖아 ㅋㅋㅋㅋㅋㅋㅋ
  • 지나가는사람 2016/11/20 06:50 # 삭제 답글

    와.. GMF가 이런 의도하에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 몰랐네요. GMF관련 UX 디자인 개선한다고 이것저것 많은 정보를 보고있었는데 이토록 도움되는 기사가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배울게 많은 분이시네요. 많은걸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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