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단편선 <오늘나는> (프레시안 레볼루송 프로젝트 참여작) Hoegidong Danpyunsun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1224144229&section=04

<- 음원을 들으시려면 이쪽으로. 트래픽이 생겨야 프레시안 광고도 많이 붙고 할 테니까요. 과제도 낼 겸 해서 이 트랙의 비디오도 만들었는데 Mac에서 작업해서 그런지 호환이 잘 안 맞네요. 조만간 따로 릴리즈 해야할 듯. 제가 혼자 한 것이라 정식 녹음은 전혀 아니고, 원하던 사운드도 제대로 못 냈는데 2010년에 작업할 때는 고민해보고, 넣게 되면 좀 조력자들을 많이 붙여서 해보아야 할 듯. 변변치 못한 애매한 노래에 좋은 글 덧붙여주신 서정민갑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나는
회기동 단편선


오늘나는입술에잡힌물집오늘나는힘없이새는오줌줄기오늘나는모르고뀐방귀냄새오늘나는매일무심히자라는손발톱오늘나는아침, 팬티에식은정액자국오늘나는앳된AV배우의신음소리오늘나는분명출처를알수없는담배빵오늘나는말끝마다습관처럼붙는, 시발오늘 나는1호선국철을도는미친여자오늘나는불타는망루위말을잊은하늘오늘나는노동자들에게최루액을쏟는특공대오늘나는벽에다음담을적고시시덕대며담배를태우는철거깡패들오늘나는어느전직대통령의자살과오늘나는시위현장을가득메운붉은깃발과오늘나는진하게끓여내온순대국밥과오늘나는87년6월의열사들과오늘나는고시원에서질게된밥을푸는오늘나는하루에도열두번울고싶은오늘나는매일삼각김밥으로끼니를때우는오늘나는술마시면꼭여자에게추근덕대는오늘나는

...

여기 인간 박종윤이 있다. 현재 살아있는 인간 박종윤, 20대의 수컷인 박종윤, 대학생으로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 박종윤, 단편선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박종윤까지 모든 순간 그 자신인 박종윤이 있다. 그의 노래 <오늘 나는>은 바로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독특한 노래이다.

사소함과 무기력, 욕망과 투쟁, 좌절과 비루함을 모두 담지한 주체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남성, 혹은 운동권 대학생, 혹은 20대, 혹은 한 사람으로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고백 같은 노래이지만 여느 노래와는 달리 욕망하는 주체와 투쟁하는 주체를 도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동등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모든 것은 생활이라거나 삶이라는 이름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동안 우리의 노래는 어느 한 편에 국한된 자아만을 보여주는 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와 추가 결코 다르지 않다거나 존엄과 비루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굳이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일견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일견 불편하기도 한 모습 속에 우리 모두가 살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투쟁이나 진보라는 이름으로 이런 모습들을 지우는 것은 결코 예술의 몫이 아니라는 말은 꼭 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 때까지"라고 외쳤던 1980년대 말 학생운동권의 초상과 "술 마시면 여자에게 추근덕대"면서도 기꺼이 "시위 현장을 가득 메운 붉은 깃발"의 일원이 되는 2000년대 학생운동권의 초상 사이의 거리와 변화와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 이해하게 될 때 2000년대는 비로소 명료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일기이며 또한 단편선의 주장처럼 '가장 멍청하고 나약한 투쟁가'로 보아도 좋겠지만 그 무엇이 아니더라도 오늘에 대한 명징한 기록으로 개성적인 가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경희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는 군입대 전 '회기동 단편선'이라는 이름으로 자가제작한 시디를 판매하며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여준 바 있다. 제대 후 대학생 문화운동에 참여하며 용산참사현장과 이런 저런 시위 현장뿐만 아니라 빵이나 바다비 같은 홍대 앞 라이브 클럽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그는 대중음악웹진 <보다>의 필진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리뷰어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직접 쓰고 포크 기타와 베이스 기타, 탬버린 연주, 드럼 프로그래밍까지 직접 해냈으며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까지 스스로 다 해냈다. 그 결과 필연적으로 다소 조악한 사운드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포크 송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곡이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와 결합하며 돌연 발칙해지는 사운드는 단편선의 진심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과연 그의 음악이 선배 민중음악인들과 어떻게 다른 풍경을 아로새길 수 있을지 주의깊게 지켜볼 일이다. 그의 홈페이지에서는 더 많은 곡과 글을 들을 수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덧글

  • sse 2009/12/24 16:56 # 답글

    와 짱 좋아요
  • 단편선 2009/12/25 21:53 #

    아유, 과찬이십니다 :)
  • 2009/12/24 19: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단편선 2009/12/25 21:53 #

    앗, 옆학교! 외대신가요? 시립대이신가요? 여튼 반갑네요. 이쪽 동네들이 누추하고 참 좋죠 ㅋ
  • heaven 2011/01/28 00:48 # 삭제 답글

    링크 타고 타고, 어쩌다 프레시안에서 이 노래 들었는데 !
    좋네요 :-)
    하루 열두 번도 더 울고 싶어도 내일이 있으니 노래부르고계신거겠죠?!
    (제 착각인가 ... ^^;)
    여튼, 잘 듣고 가요! 이거 음반 구할 수 있나요?
  • 단편선 2011/01/29 01:32 #

    아직 레코딩 중입니다(최근에 시작했어요!). 들어주셔서 고맙고, 아마 이번 봄 여름 쯤에는 발매되지 않을까 합니다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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