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보다] 2009년 올해의 앨범! View

2009년 결산 나왔네요 :) 저는 공간재구성능력(-_-)이 떨어지는 지라 개별적으로 흩어진 것들을 한데 모으면 어떤 모양새가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해서 늘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편집장 님이 결산 결과 모아주기를 기다리는데 막상 나온 것 보니, 다행히 이번 해에도 무사히 결산 잘 마친 것 같습니다. 제 리스트도 웹진에 공개되는 대로 퍼옵죠 :)



http://bo-da.net/entry/2009년-올해의-앨범

http://danpyunsun.egloos.com/4627499 <- 요거는 개인 필자 리스트.


어김없이 2009년의 마지막 하루가 찾아왔습니다. 한 해 어떻게 지내셨는지, 마무리는 잘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신통방통하게 지내진 못한 것 같고,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겠기에 이렇게 결산을 준비했습니다. 다른 웹진들은 이미 다 공개를 했던데,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생각으로, 는 뻥이고, 어쩌다 보니 가장 늦어지게 됐습니다.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나온 음반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보다 필진들이 올 한 해 즐겨 들었던 음반들은 이렇다, 정도로만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는 '보다' 부지런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필자들이 각오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군요. 2009년의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여: 권민기, 김봉현, 김윤하, 김작가, 김창현, 김학선, 단편선, 문정호, 서성덕, 서정민갑, 최준하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이소라 [7] (2008/Siren)

이 앨범을 두고 '개중에 조금 더 잘난 곡을 뽑는 행위'란 얼마나 부질없는 놀음이던가. 멋쟁이 조력자들만 곁에 두었고, 그 속에 묻히지 않았다. 이 뭉클한 소리의 향연 속에서도 이소라의 목소리는 또렷이 빛난다.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누나가 있어 겨울이 차지 않았다. 앞으로도 매해 겨울이면 나를 지켜줄, 이 외롭고 따뜻한 노래들. (BGM. 버벌 진트 - 사랑해 누나) (김봉현)

지난 앨범 [눈썹달]을 듣고, 이소라가 앞으로 이런 앨범을 또 낼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사람을 얕잡아 봐도 유분수지. 그녀의 일곱 번째 앨범은 단순한 '6집 다음'이 아닌, 전작과 개념을 달리한 '새로운' 한 장이었다. 멜로디 하나 쓰지 않고, 노래 제목 하나 붙이지 않고도 그녀는 앨범의 완벽한 주인공이다. 그것도 여전히 예민하고 너무나 우아한. 난 이제 그녀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셈이다. (김윤하)

원래 이소라는 곡 하나 쓰지 않고도 앨범을 잘 만들었다. 그건 이미 1990년대에도 증명된 일이다. 그 탁월한 능력이 [영화에서처럼]과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정리하려던 순간 [눈썹달]이 나왔고, 2000년대의 마지막에는 앨범 타이틀, 곡 제목 하나 안 붙이고도 납득이 되는 지경에 이른다. (문정호)

그녀의 작품 중 유독 홀가분한 정서를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여유는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진지하게 만들어진 앨범의 성과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곡은 누가 썼고 저 곡은 누가 작업했다는 조력자들의 목록이 때로는 변명의 근거가 되는 시대에, 이소라는 지분에 관계없이 오직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 전체의 결과를 책임지는 아티스트다. (서성덕)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49 몰핀즈(49 Morphines) [Partial Eclipse] (2009/GMC Records)

나는 그들에 대해 "최종적인 심급에서 그들은 반드시 가장 동물적인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쓴 적 있다. 어째서 괜히 '심급' 따위의 단어를 썼는지 요령부득이지만 그래도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동물'이었다. 전체를 통틀어 [Partial Eclipse]는 사정없이 청자를 할퀴고, 찢고, 물어뜯는다. 지극히 물리적인 폭력이 그럼에도 정당한 것은, 그것이 또한 지극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음 하나하나, 달빛의 서늘함이 서리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슬픈 쾌락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지독히도 매혹적인 폭력의 결정체, 바로 [Partial Eclipse]다. (단편선)

어찌됐든 한국에서 스크리모라는 음악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두 가지 말을 빼놓을 수 없게 돼버렸다. '엔비(Envy)의 영향'과 '할로우 잰(Hollow Jan)의 첫 발자국'이 바로 그것이다. 포스트 록, 익스페리멘틀 사운드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Partial Eclipse]는 근래의 엔비의 사운드의 영향으로부터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며 동시에 보컬의 비중이 줄고 연주가 보다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변별점이 생긴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동일 장르 내의 첫 주자로 깊은 발자국을 남겼던 할로운 잰과의 차별화에 완벽히 성공했다. 물론 스크리모라는 장르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곤 하는 스크림 보컬의 위치가 연주보다 약간 뒤쪽에 위치한다는 점은 장르의 기존 팬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도 있다. 하지만 음악적 완성도 자체로 높고 볼 때 이미 뛰어난 앨범이다. (최준하)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이장혁 [Vol. 2] (2008/Rubysalon Record)

He's still 고독 끝판왕. 이장혁에게 세상은 여전히 어둠과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고유의 송라이팅과 가사 또한 그대로다. 강렬함을 말한다면 1집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오래도록 은근하게 가슴을 저리게 하는 건 아무래도 이쪽이다. 형이 나한테 말했다. 원래 그렇고 그런 세상은 운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아직도 이것이, 위로인지 고도의 까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말은 설리와 함께 올해 2대 진리였다. (김봉현)

숙성이냐, 발효냐, 응고냐, 부패냐. 대체로 시간은 네 가지를 허락한다. 슬프게도, 많은 것들이 뒤의 둘로 수렴된다. 꽤 오랜 시간이었다. 이장혁은 가장 앞의 것을 이룬, 정말 드문 경우였다. 1집에 비해 더욱 보편적이면서, 역시 1집에 비해 더욱 깊어진 음악. 2008년의 마지막에 찾아왔음에도 그 울림은 1년 내내 잦아들지 않았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사려'를 담당하고 있는 음악인의 이름에 이장혁은 반드시 거론되어야 한다. 이 앨범이 말한다. (김작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아폴로 18(Apollo 18) [The Blue Album] (2009/Estella)

때로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느끼는 음악이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몸부림치는 영혼의 진동이 이런 소리를 내지 않을까. (권민기)

아폴로 18은 여러 록 장르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밴드가 빼어난 연주력을 겸비했을 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듯, 이제는 특정 장르에만 메인 음악이 아니라 장르간의 경계를 허물고 독창적으로 결합시키는 음악이 한국 록의 진화를 최선두에서 이끌고 있으며, 밴드의 빼어난 연주력은 당연한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 함께 확인되는 것은 정교하게 직조된 연주의 기교가 아니라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원초적 에너지야말로 록의 기본이라는 진실이다. 40년 전 신중현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을 요즘 부쩍 자주 확인하게 되는 것은 한국의 록이 다시 중흥기를 맞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마구 폭발하는 음악이건 침잠하는 음악이건 아폴로 18의 음악 안에서 드러나는 스타일의 차이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자유분방한 역동의 밴드로 시대를 선도하고 있음을 증명한 아폴로 18의 음악은 결코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소수 장르의 음악적 성취는 상업적 빈곤의 그림자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음악을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주목받았을 최첨단 음악이 여기에 있다. (서정민갑)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스왈로우(Swallow) [It] (2009/Sha Label)

그렇다. 아무도 이기용에게 팝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기용은 자신의 새 앨범에서 그 기대를 배반한다. 배반의 결과는 보통 외면이다. 하지만 스왈로우는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마치, 자신은 언제나 팝을 시도하고 들려줄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행한다. 그래서 놀랍다. 연장에 있으되 분기를 이루고 있는 앨범이다. 자신의 통시적 흐름으로 마땅히 지금의 공시적 흐름에 견줄 수 있는 음악이다. (김작가)

이기용의 진술을 빌어 말하자면 '상큼하고 고독하고 씁쓸하다.' 또한 '아름답고 자그맣고 달콤하다.' 조금씩 다른 어법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잘 벼려낸 서정시처럼 명료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일관되게 날렵한 구성이 결합되며 만들어 낸 가슴 시린 사운드는 록이나 포크, 팝 어느 것이어도 좋을 스왈로우 음악의 깊이를 절감하게 한다. 주어진 말과 사운드 이상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단편의 연작으로 시집에 준하는 여운과 문학성을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은 때로 신경이 곤두설 만큼 섬세하고 여려 시어나 영상언어에 육박하는 음악언어를 성취해냈다. 그 결과 스왈로우의 3집은 스왈로우의 가장 빛나는 봉우리가 되었다. 이는 특별히 폼을 잡거나 유난을 떨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지독하게 충실한 결과이겠지만 강렬한 육성의 여운을 더한 루네(Lune)의 보컬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참여적인 뮤지션이 만들어낸 사적이고 서정적인 내면의 작품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텍스트이다. (서정민갑)


사용자 삽입 이미지
















6. 3호선 버터플라이 [Nine Days Or A Million] (2009/쌍나팔 뮤직)

기다렸다는 말, 오버다. 이럴 줄 알았다는 말, 속 보인다. 나는(우린) 어쩌면 2009년의 겨울이 시작되던 즈음 모두 동시에 뒤통수를 맞진 않았나. 그래, 심지어 이들의 재결합과 새 앨범을 진심으로 오매불망 기다려온 당신이라 하더라도 솔직히 기대 이상은 아니었나. 이 짧은 다섯 곡들이 우리에게 던져준 파장은 그 누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기대라는 것이 늘 모든 것을 망치기 마련이지만 EP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를 기대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김윤하)
 
햇수로 10년 된, 마지막 정규앨범이 나온 지도 5년 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로운 EP. 그러나 어찌되든 상관없다. 전작인 [Time Table]은 물론 그 전의 [Self-Titled Obsession]과 [Oh! Silence]를 포함하여, [Nine Days Or A Millon]이 밝히는 길은 이전의 것들와 전혀 다른 쪽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더 이상 "아주 귀여운 내 마음은 니 넓은 땅덩이의 식민지(<식민지>, [Oh! Silence] 中)"라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절벽을 넘어서 바다로 흘러가는 / 작은 불빛 따라 날개를 펼치네(<깊은 밤 안개 속>)"이라 말한다. 이 차이란 생각보다 큰 것이다. 새로운 10년도 부디 잘 날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단편선)


사용자 삽입 이미지
















7. 서울전자음악단 [Life Is Strange] (2009/서울전자음악단)

신윤철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했던 음악을 이제야 확실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과거의 유산을 가지고 지금의 음악으로 만드는 것. 아버지와 형의 영향을 받는 한편으로 시대적인 트렌드 또한 놓치지 않던 신윤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은 이런 것이었다. 신윤철의 기타 연주는 1960~70년대와 2000년대를 이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학선)

'한국의 록 밴드' 혹은 '한국의 록'이 단순한 지리적 의미 혹은 환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 당장 실재하는 음악적 진실임을 확인하고 싶다면 서울전자음악단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곳을 찾으면 될 것이다. [Life Is Strange]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어떤 밴드가, 오직 그 음악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순간이다. (서성덕)


사용자 삽입 이미지
















8.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2008/Luovamusic)

혹시 쌍화차를 좋아할까 싶어 커피 한잔 어떠냐는 말을 못하고, 남자친구와 다투고 전화를 걸까말까 백만 번 고민하고, 스트레스마저도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야하는 사람. 이거 뭐 이렇게 나 같나 싶은 이야기들이 그 이야기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 닮은 멜로디 위에서 정갈하게 춤춘다. 아주 특별한 것들을 만드는 건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일 수도 있다. 보편적인 것들이 가진 힘은 늘 가장 익숙하고 포근한 방법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우린 결국, 그 익숙한 포근함에 코트를 벗게 된다. (김윤하)

한국 대중음악의 모던 에이지라 일컬어지는 80년대 후반의 열쇠는 메이저 세븐 코드에 있었다. 언젠가부터 그것은 금기의 코드가 됐다. 아니, 계승되지 않았기에 잊혀진 것인지도 모른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심야 라디오의 보편적 감동을 만들었던 그 마법의 코드를 마법적으로 부활시켰다. 제 아무리 메탈 빠돌이라도 혹여 들킬까 숨어 들었던, 그리고 취중에 노래방에서 부르고야 말았던 그 스케일에 90년대 이후 인디 팝의 방법론을 입혀 갱생시켰다. 미싱 링크는 이로써, 사라졌다. (김작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9. 황보령=SmackSoft [Shines In The Dark] (2009/SmackSoft)

[태양륜]을 들으면 다음에는 밴드를 대동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이란 걸 확인하기까지 7~8년이 걸렸고 황보령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교체됐다. 이쯤 되면 밴드 이름이 지켜진 게 되려 황당할 지경인데 결과는 꽤 단단하게 나왔다. 지난날 황보령은 정돈되지 않은 것에서 매력이 느껴졌고 스케일 같은 걸 가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황보령은 본인의 스케일을 담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여전히 황보령은 황보령이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 몇몇 순간들은 정말 인상적이다. (문정호)

도시의 어두운 은둔자로 묵묵했던 그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내면의 고백을 들려주면서도 흐릿한 록의 언어를 휘둘렀던 그녀는 관객들을 압도하는 섹시함이나 아우라를 내뿜지는 않았지만 대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었고 아주 오랜만에 내놓은 3집에서 더욱 깊어진 사운드를 완성함으로써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호명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메마르고 어눌하게 들리는 보컬을 에워싸는 물처럼 울림과 파장이 깊은 사운드가 건조함과 강렬함뿐만 아니라 흔들림과 축축함이라는 다층적인 질감까지를 모두 껴안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황보령의 송라이팅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밴드가 함께 축조해낸 사운드가 그만큼 개성적이었기 때문이다. 맹렬하게 내달리면서도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침잠하며 퍼져가는 사운드 메이킹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이처럼 소리의 매력으로 가득한 앨범이 좀 더 인상적인 커버아트를 만났다면 좀 더 알려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 가장 저평가된 앨범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다. (서정민갑)


사용자 삽입 이미지
















10. 코코어(Cocore) [Relax] (2009/Cub Music)

코코어는 언제나 다재다능한 밴드였고 그들만의 색깔이 있는 밴드였다. 그러나 언젠가 그 장점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내심 불안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앨범은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선보이느라 숨이 찼고 밴드만의 색을 내는 원동력이던 황명수와 이우성의 차이점은 밴드를 잠깐 동안의 해체로까지 몰고 갔다. 그러나 코코어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비 갠 후에 땅이 굳듯 더욱 원숙해진 황명수와 이우성의 조화는 '코코어라면 늘 하던 만큼만 해줘도 된다'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줬다. (권민기)

코코어는 우리가 기억하는 최초의 홍대를 상기하게 한다. '홍대 사운드' 라는 것이 아직 남아있다면, 코코어의 정체성은 그 원형을 간직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의 '1세대' 밴드들에게 '홍대'가 벗어나야 할 일종의 '틀'이었고, 실제로 탈출에 성공한 이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감안하자. 코코어가 소문처럼 해체하지 않고 [Relax] 같은 앨범을 내놓은 것은 정말 다행이다. 코코어는 소중하다. (서성덕)


사용자 삽입 이미지
















11. 플라스틱 피플(Plastic People) [Snap] (2009/Electric Muse)

변치 않는 고순도 인디 팝. 처음 느낌 그대로다. 플라스틱처럼 변치 않는 국가대표 인디 팝 피플. (김창현)

포크를 기반으로 기타 팝과 로큰롤을 오가며 소박하지만 밀도 있는 노래를 들려주는 플라스틱 피플의 사운드적 방법론이 여전하다. 동시에 [Snap]은 내부적으로 변화와 완성을 추구했고 그 결과 자신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뛰어난 앨범을 내놓았다. 동네 골목길이나 추억이 서린 옛 사진 같은 정겨운 앨범이 이처럼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니 일상의 음악 친구로 삼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준하)


사용자 삽입 이미지
















12. 김창완 밴드 [Bus] (2009/Epari Entertainment)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아이쿠>,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영화 'Little Miss Sunshine'에 나온 그런 예쁜 버스. 음악마저 예쁘다. 여자라면 청혼하고 싶다. 나이가 많으면 어떠랴, 왕년의 라인이 살아있다. 물론 <결혼하자>를 불러줘야 한다. (김창현)

하나가 아니고 셋도 아니고 다섯이었다. 김창완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명의 멤버는 Bus]를 발표하면서 완벽한 밴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김창완 밴드는 '김창완'이 아닌 '밴드'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땐 좋았지>나 <길>에서의 연주는 김창완 '밴드'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연주였다. 김창완이 갖고 있는 따뜻한 정서가 좋은 연주를 만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 (김학선)


사용자 삽입 이미지
















13. 생각의 여름 [생각의 여름] (2009/붕가붕가 레코드)

붕가붕가 레코드, 혹은 이 집단과 연관을 맺고 있는 뮤지션들은 연구할 가치가 있다. 생각의 여름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70년대 무교동 사운드, 그 중에서도 당시 소녀들의 마음을 앗아갔던 통기타 음악을 이렇게 되살릴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다만 답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영악하게도 앨범이 진행되면서 선연해진다. 복고로 끝나는 줄 알았던 이 앨범은 스리슬쩍 시간을 타고 지금 이 지점에 이른다. 복고적 모던이자 모던한 복고다. (김작가)

대부분 짧은 호흡이다. 단편도 아니고 그냥 구절 모음집 같다. 근데 그 구절들이 마음에 드는 게 많아 플레이 걸어 놓고 가만 듣다 보면 여운이 남는다. 옛날 생각도 좀 나고 요즘 생각도 난다. (문정호)


사용자 삽입 이미지
















14. 조월 [네가 이곳에서 보게 될 것들] (2009/클럽 비단뱀)

주로 늦은 밤, 혹은 더 늦은 새벽에 들었다. 들을 때마다 종종, 어떤 감정들로 흘러들었다. 때로는 무엇인가 막 피어오르기도 했으며 또 때로는 어느 외지(外地)로 느리게 침잠하기도 했다. 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숱한 감정들을 두루 지났으나 그 중 무엇이라 자신 있게 말할 요량은 없다. 그러나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음들이 끊임없이 내 속(內)을 간지럽혔으며 고로, 그때마다 나는 벅차올랐음이다. 여간해서는 평정심을 찾을 수 없었다. 폭풍 속의 부표처럼 내내 세차게 흔들렸다. 내게는 가장 풍부한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말하고 싶어진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백번 말하고 싶어진다. (단편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적확한 표현과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을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 써내려 갈 수 있는 사람은 더욱 희귀하다. 좋은 예술가가 흔할 수 없는 이유다. 조월은 최소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가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한,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서성덕)


사용자 삽입 이미지
















15. 새드 레전드(Sad Legend) [The Revenge Of Soul] (2009/Rock Space)

조선 스타일이라고 명명해야 할 독특한 세계관의 노랫말에 빼어난 보컬의 종횡무진과 화려한 드러밍을 축으로 선명한 멜로디를 버라이어티하게 펼쳐놓았다. 곡은 길고 장르는 철저히 외면 받는 소수 장르지만 이전 앨범과 비교해 봐도 더욱 단정하게 정돈되어 스스로를 갱신하고 있는 앨범의 완성도는 수공업적인 장인의 손길로 고집스럽게 시대를 역류한다. 이 앨범이 한없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단지 사운드가 강렬해서가 아니라 수준급의 연주력을 담보하고 지역적인 특성을 버무린 다음 장르의 문법과 상상력을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비극의 아름다운 가치, 혹은 블랙 메탈의 장엄한 아름다움은 이렇게 다시 연장되었다. 이 음악의 깊이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으니 주류 트렌드와 다른 지점, 같은 무게로 한류라 칭송해야 마땅하다. (서정민갑)

나마(Naamah)는 이 앨범을 통해 다음을 증명했다. 이제 젊은 연주자들을 대표한다 해도 무리가 없는 드러머로서의 자신의 가치. 리프와 멜로디 라인을 정교하게 전개할 수 있는 송라이터로서의 자신의 역량. 단순히 국악기 연주를 가미시킨 정도를 넘어, 국악 장단 및 가락의 접목과 정서적 뿌리내림을 통한 한국적 록의 지향점. 그리고 아직 메탈 씬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최준하)


사용자 삽입 이미지
















16. 굴소년단 [Tiger Soul] (2009/Electric Muse)

물안개를 헤치고 몽환의 꿈에서 도망쳐 나온 로맨티스트가 초록불빛 아래에서 들려주는 천일야화. 이제 겨우 하나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겐 수많은 밤이 남아있다. (김윤하)

<Yuki Underground>의 짤랑거리는 스트로크를 들었을 때부터 [Tiger Soul]의 운명은 결정되었던 듯싶다. 남성 5인조, 이름부터 왠지 '골방'스러운 이들은 한달음에 가장 밝은 양지(陽地)로 사뿐히 올라선다. 하늘은 말갛고 대지는 평탄하다. 어디로든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유연한 몸짓이었다. '피쉬만즈(Fishmans)에 대한 한국의 대답' 따위로 이들을 규정짓는 것은, 이제 부당하다. (단편선)


사용자 삽입 이미지
















17. 플라스틱 데이(The Plastic Day) [30 Seconds Between The Dreamer And The Realist] (2009/The Plastic Day)

플라스틱 데이는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와 머스탱스(The Mustangs)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선배들이 꿈꾸다 사라진 그 사이키델리아 세상을. 이 앨범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플라스틱 데이는 이 앨범 안에서 맹렬하고 공격적이며 환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에너지를 담고 있다. 아직 라이브를 보지는 못했지만 라이브는 더하다고 들었다. (김학선)

요새 연주 잘하고 멋있는 신진 밴드들이 여럿 있지만 그들과 비교해서 여기서 느낀 호감은 딱 하나였다. 앨범을 정말 앨범답게 잘 만들었다는 점. 그게 이 앨범을 그들의 앨범보다 위에 놓은 이유다. (문정호)


사용자 삽입 이미지
















18. 레이니 선(Rainy Sun) [The Origin] (2009/Gom Entertainment)

레이니 선 최고의 히트 곡(?)이자 그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여전히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꿈에>는 사실 레이니 선에게 있어서 족쇄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선보여 왔음에도 여전히 <꿈에>가 레이니 선을 대표하는 노래인 양 여겨지는 데에는 그만큼 듣는 이들이 레이니 선에게 기대하는 어떤 모습이 있다는 암시가 아닐까. 이 앨범 전반에 넘쳐흐르는 힘과 열정은 이전 레이니 선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이 앨범의 음악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민기)

유행에 민첩하게 발맞춘다 해서 음악적 우월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바꿔 말해 유행과 무관한 길을 걷는다 해서 열등한 음악이라 단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The Origin]은 과거의 장르적 유산이라는 뿌리로 부터 자신의 개성이 만개한 앨범이다. 앨범을 관통하는 고조된 감정과 팽팽한 긴장은 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져 최신 장르와 유행이 좋은 음악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진리를 증명한다. 레이니 선이라는 오래된 밴드가 올해 우리에게 전한 의미 있는 '시대착오 정신'이다. (최준하)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 장기하와 얼굴들 [별 일 없이 산다] (2009/붕가붕가 레코드)

장기하의 싱글 두어 개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을 때 나는 그냥 무덤덤했다. 그리고 이 앨범을 별 기대 없이 들었다. 그 후 장기하는 나에게 단순히 아이디어 좋고 웃긴 가수가 아닌, 기본적으로 '좋은 노래'를 만들 줄 아는 뮤지션이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똑바로 알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인물로 각인되었다. 다시 말해 장기하는 과욕 없이 하고 싶고 할 줄 아는 것을 앨범에 차지 않게 담아낸다. 깔끔하고 단단한 음악, 송골매/송창식 등의 선배들로부터 이어받은 창법/가사/해학적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별 감수성까지. 싱글에 열광했던 혹자는 실망스럽다 볼멘소리를 늘어놓지만 나는 오히려 이 앨범으로 장기하에 호감을 품게 되었다. (김봉현)

예술이냐 예능이냐, 장기하가 대중음악상 수상소감에서 밝혔듯 시디를 산 사람만이 알 수 있을까. 논란을 차치하고 그는 빅뱅에 대적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그러셨다. "억울하면 출세해라." 어쨌든 석세스. (김창현)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 피-타입(P-Type) [The Vintage] (2009/Foundation Records)

이 앨범을 둘러싼 여러 말들은 잠시 밀어두기로 하자. 다만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르나) 어떤 이들의 음악에서는 그들이 음악을 대할 때의 열정과 진지함이 느껴지곤 해서 괜히 숙연해질 때가 있는데 이 앨범이 그러한 경우였다. (권민기)

이걸 힙합 앨범이 아니라고 치자. 그렇다고 이 앨범의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피-타입은 자신이 구상한 음악을 위해 아버지를 초대했고, 많은 음악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그 위에서 피-타입은 자신의 장기를 선보였다. 여기서 힙합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시도는 가치가 있었고, 일정한 성취 또한 있었다. (김학선)


덧글

  • 진원소년 2009/12/31 04:35 # 삭제 답글

    개인리스트도 올라가는 줄 몰랐던 한 사람(!) 그런데 올해는 반응이 (현재까지는)작년보다 조용하네용...
  • 단편선 2009/12/31 09:52 #

    안 올라갈라나요? 올라간다 하던데... 음, 뭐 반응이 조용한 것도 나쁘지 않죠. 시끄러운 것도 나쁘지 않고요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