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으로서, 활동가로서, 그리고 좌파로서의 곤궁에 대하여” - 신자유주의의 전초기지, 중앙대 사태를 바라보며, 단편선 Writing

* 올 초부터 『민족21』에 <스무살의 REDS>라는 섹션을 기고 중이다. 3월 호에 기고한 것을 올려둔다.
* 학생 때도 NL의 노선에 찬성한 적이 없고, 민족주의자라고도 절대 말할 수 없는 내가 『민족21』에 무엇인가 기고한다는 사실이 언뜻 모순적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근래의 (대학생들의) 담론에서는 '민족'의 문제가 금기시되거나 배제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그것을 말하는 것조차 '후지다'라 생각하는 것 역시 일종의 배제다). 그런데 '민족'의 담론이 이제는 정말 효용가치가 없는가? 글쎄, 나는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고, 일본에서 해묵은 대동아공영권의 논의가 은근히 피어나고 있는, 심지어 (진보정당의 후보가) '코리아 연방 공화국'을 말하고 한국의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알타이 대연합'을 말하고 있는 지금, 민족의 문제는 배제하기 보다는 되려 껴안아야 될 문제가 아닐지? (이를 생각하면 황석영이 '알타이 대연합'을 말함이 단순한 변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분명 진심일 것이다.) 사적으로도 레닌 이후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의 저항운동을 민족주의를 빼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당장에도 이라크에서 인민들이 미국에 저항함에 있어 민족주의를 빼놓고 생산적인 논의가 과연 가능한가를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 민족주의자가 아님에도 민족, 그리고 민족주의를 고민해야한다 본다. 그것은 민족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이며, 오히려 엄밀해지기 위함이다.
* 하지만 글은 민족 문제와는 별 상관없다. 마치 긴 글의 서문처럼 작성된 글이다. 실제 잡지에는 <자, 이제 전면전이야>라는 타이틀로 들어갔다. 좋아하는 정끝별 시인의 싯구를 조금 줄여놓았다. 「불멸의 표절」이라는 시다.


+ 조만간 대학생 사회가 실질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가동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단편들을 모아볼 심산이다. 도구들을 만들기 위함이다(이론을 주창할 공력이 내게는 없다. 잘 써먹는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전초기지, 중앙대 사태를 바라보며
“학생으로서, 활동가로서, 그리고 좌파로서의 곤궁에 대하여” / 단편선

엊그제 중앙대에 대한 글을 한편 썼다. 표제는 이 글의 것과 언뜻 비슷해보인다. 작은 제목은 “신자유주의의 전초기지, 중앙대를 향한 제안”이고 큰 제목은 “우리, 죽치고 놀자”였다(물론 편집 테이블을 통과한 제목은 아니었으며 틀을 잡기 위해 붙인 가제였을 뿐이다). 요약하자면 “신자유주의의 공식적인 전초기지인 중앙대에서 매판자본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다음은 우리 학교의 차례일 것이다. 중앙대를 지켜내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점거농성, 그러나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점거농성이라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문화역량 및 상상력을 총동원한 축제 같은 점거농성을 총력으로 펼쳐내자” 정도의 내용일테다. 문화, 상상력, 축제 같은 키워드들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낭만적인 기획이었으며, 나아가 ‘신좌파’ 내지는 ‘문화주의’ 계열로 분류될 수 있는 스탠스에서 가능한 제안이기도 하였다.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었으나 평소 개인적으로 바라던 투쟁의 상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었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 짓고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그렇게 했어도 큰 문제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깐, 중앙대 사태에 관련된 팩트를 간략히 나열해보자.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0개 학부로 구조조정 한단다. 학생들의 온전한 자치행사인 새터를 학교에서 가지 못하게 한단다. 총장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실은 교지가 발행 되자마자 전량압수 당했다 한다. 나아가 대학본부에 비판적인 관점의 교지 2개에 대한 지원금이 전액 삭감 되었다 한다, 그래서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모여 ‘대학언론 장례식’하고 있었더니 총장님이 “중앙대학교가 언제부터 촌스러웠냐, 왜 이리 변화에 세련되지 못하냐”고 되려 열폭하셨다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

당파적인 스탠스에서 우리는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명실상부한 자본의 침탈이오”라고. 또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당장에 민중(이라 쓰고 학생이라 읽는다)총궐기로 저들을 무찌르자”고. 농담을 하는 것도, 허언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많은 좌파, 특히 자신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쪽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상황이 우리 마음대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서두에 밝혔던 대로 꽤 낭만적인 제안문을 설겁게나마 완성한 나는, 그러나 왠지 조금 석연찮아 혼자 고민을 하다 결국 중앙대라는 공간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하자면 간소하게나마 인터뷰를 한 것인데, 이왕 시작한 것 기세를 몰아 몇 사람에게 더 연락을 취해보았다(그 중에는 학생회에 가까운 친구도 몇 있었지만, 그와는 크게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도 꼭 그만큼 있었다). 비록 전화상으로 한 취재였지만,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공간과 맞닿은 목소리였다. 전화를 끊고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짓거리를 할 뻔 했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실물적인 조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정말 문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 그 자체이다. 나는 제안문을 미련없이 버렸다.

모든 자료를 취합한 결과는 물론 아니다만, 가시적으로는 실제로 대학 본관 및 자본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앙대생이 생각보다 훨씬 적은 것처럼 보인다. 재학생들이 구조조정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라 한다. 오히려 구조조정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재학생들도 적지 않다고(하지만 이들은 ‘절차 상의 문제’를 지적한다. 역설적으로, 절차 상의 문제가 본질적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본력을 앞세운 본관 측의 분열공작(!)이 있었다지만, 총학생회 측과 함께 새터를 강행하겠다는 단과대도 몇 되지 않는다 한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는, 여론형성 자체가 잘 되지 않고 있다한다. 방학 중이라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전반적인 학생사회의 역량약화가 훨씬 큰 원인일 것이다. 아니, 조금 더 심하게 말하자면 학생사회 자체가 이미 무너진 것에 대한 반증일 수도 있다. 그렇다. 그것이 ‘끝났다’고 가정해야할 수도 있다. 현실은 그렇게 따듯하지 않다.

사회는 일종의 공적인 지평을 제공한다. 그 말은 즉슨, 사회가 무너졌을 때 사회가 제공해오던 공적인 지평 역시 함께 허물어질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사회 없는 인간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작금의 상황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 영역을 대체하는 것은 아마, 자본 내지는 화폐, 혹은 교환관계일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교환관계 속에서 연대란 없다(부르주아의 것을 제외하고는). 공통의 당면사안이 없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내에서 자본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그러한 ‘파편화’이다. 흔히 쓰이는 단어이지만, 이 단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단어일 수 있다. 역시 작금의 상황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말했듯, 중앙대는 일종의 전초기지다. 이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관계없이 우리는 다음을 준비해야한다. 정치적 올바름 따위는 뉘앙스마저도 너무 여유롭다. 자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들이 발빠르기에, 우리 또한 발빨라야 한다. 좌파로서의 곤궁을 신속하게 돌파해야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그를 위해서, 우리는 현재의 대학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재구축의 시점인 것이다. 정끝별 시인의 싯구로 마무리 짓자면, “자, 이제부터 전면전이야”

덧글

  • quess 2010/02/24 21:11 # 삭제 답글

    새세대네트워크에서 링크타고 와서 잘보고 갑니다~ 근데 블로그 배경화면이 너무 원색이다보니 글 읽다가 눈이좀 아프네요 .ㅠ 혹시 다음에 고치실 계획이 있다면 고려좀 ㅎ
  • 단편선 2010/02/25 02:06 #

    눈이 아픈 것이 포인트입니다. 우리는 좀 대놓고라도 폭력적일 필요가 -_-
  • 백치미 2010/02/25 00:13 # 삭제 답글

    - 좋군요...
    - 가장 인상적이고 좋은 구절은 "그러나 정말 문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 그 자체이다. 나는 제안문을 미련없이 버렸다"

  • 단편선 2010/02/25 02:07 #

    그것은 감사합니다!
  • 미운오리 2010/02/25 00:32 # 답글

    새세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회기동 단편선 인기폭발 ㅋㅋㅋㅋㅋ
  • 미운오리 2010/02/25 00:48 # 답글

    중앙대 사태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보도해온 기자로서 끄덕여지는 글이군요. 실제로 학우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옳고 그른 걸 떠나서 '취업에 도움이 되느냐'가 제일 중요할 따름이니까요.
    하지만 지난번에도 공적 영역 구축을 강조하시는 말씀을 들어왔지만, 개인적으로 무너진 학생 사회의 공유기반을 재구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큽니다. 이미 워낙 다원화, 개인화, 파편화되어있으니까요. 뭐 제가 개인주의자라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제 경우는 사실 이 개인화, 파편화라는 것이 매우 편리하고 익숙하거든요. 여대와 공학의 차이일지도 모르겠군요.
  • 단편선 2010/02/25 02:08 #

    어찌되었든, 우리가 자유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프롤레타리아로서의 '진리'를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재구축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타진하기 이전에 일단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란가. 여대와 공학에는 각기 다른 방식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
  • 전아름 2010/02/25 22:44 # 삭제

    가장 무섭다. 편리하고 익숙한 것. 나만해도 종종 잊어요.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보고싶네 솔희 씨! 나 복학한다우. 여대생으로 돌아가는건데,그 기념으로 리본무늬 스카트나 하나 사볼깤ㅋㅋ
  • 폐허 2010/02/25 16:56 # 삭제 답글

    저는 자유주의자입니다. 내 머리는 녹색이야. 경찰관 아저씨 저를 잡아가 주세요. 옆집 아이가 너무 예뻐.
  • 단편선 2010/02/27 11:59 #

  • 2010/02/25 22:4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2/25 22:4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2/25 22:4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단편선 2010/02/27 12:00 #

    이상 J양의 속내 고백이었습니다. 답변은 다음 시간에 하도록 하빈다.
  • 후룰루루 2010/02/26 01:01 # 답글

    단편선씨 그때 공연 감사했서요 ㅋㅋㅋㅋㅋ
  • 단편선 2010/02/27 11:59 #

    그러니까. 좀 감사한 듯?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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