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7 ~ 0228, 두리반, 김연아와 나 Night & Day

0.

나는 왠지 조만간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결정적인 계기들이 필요하다.

1.

27일에는 두 개의 스케쥴을 소화했다. 흥미롭게도 둘다 재계발에 관련된 스케쥴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 쪽은 승리대회였으며 한 쪽은 진행 중인 싸움이었다. 왕십리 건은 이 기사를 참조. 작년 봄에 주로 갔고, 그 후로도 한번 씩 놀러갔지만(혹은 조금씩 도와주러갔지만) 이 투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는 솔직히 생각 못했다. 이런 식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부터 패배주의의 타성에 젖어있지 않았나 생각할 일이다. 그렇기에 더욱 값진 승리다. 결국 질긴 놈이 이긴다는 오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물론 머리를 잘 써야한다. 투쟁은 영악할 수록 좋다).

류금신 선배님의 공연을 보고, 내 공연을 한 뒤 바로 홍대로 왔다(그래서 박준 선배님의 공연을 뵙지를 못했다. 죄송한 마음이다). 다음 스케쥴이 있었기 때문이다. 7시 반부터 시작되는 두리반에서의 자립 음악회 [사막의 우물, 두리반]이다. 자립 뮤지션(그리고 독립 뮤지션)들이 모여 두리반에서 공연한 것은 처음이었다. 두리반에 관한 건은 이 기사를 참조. 출연진은 공연한 순서대로, 눈의 피로(a.k.a 한받) → 부나비 → 단편선 → 머머스룸이었다(또 마지막에 처절한 기타맨의 공연이 있었다). 중간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겨 공연은 한 시간 정도 딜레이 되었다. 8시 반이 거의 다 되서야 시작한 공연이 끝난 시간은 약 11시 전후. 각각 30~40분 정도씩 여유있게 써가며 공연했다. 단편선은 이미 막걸리를 한 병하고 반 정도 마신 뒤에 공연을 하였는데, 본의 아니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 단편선을 제외하고는 워낙에 좋은 뮤지션들인지라 공연은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이 꽤나, 정말 적지않게 왔다는 것과 큰 소리가 나니 행인들이 한번 씩 들어와서 구경도 하고, 벽에 붙은 두리반에 대한 기사들을 읽었다는 점이었다. 음악가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실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그렇게 한두 사람이라도 두리반에 대해서 알아나간다면 그것이야 말로 할만큼 했다, 라고 생각했다(그 이후의 투쟁에서 음악가는 음악이 아닌, 이를테면 물리력이 필요하다면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부나비 씨의 기타 플레이가 매서웠기에, 한번 씩 채찍질 당하는 기분이었다.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해야한다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한받 씨와 얘기를 했는데, 앞으로 계속 토요일마다 두리반에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도 기획을 도우면 좋겠다 했지만 사실 아는 밴드들에게 연락하고, 섭외하는 일 정도를 도와야 할 것이다. 이미 드럼 세트나 악기들을 잔뜩 갖다 놓았다. 드럼 세트나 앰프가 망가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더더욱 '물리적'으로 방어할 필요성이 생겼다. 용역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데, 그렇기에 두리반을 더욱 붐비게 만들어야 한다. 붐비는 곳을 대놓고 용역들이 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두리반 사장님이 컵라면을 내주셨고 공연한 뮤지션들은 둘러앉아 라면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여러 고민들이 오갔다. 부나비 씨가 <안동 소주>를 가져오셨는데 아주 훌륭한 소주였다. 존도우 씨가 어디선가 가져온 양주도 한잔 씩 마시고, 12시 쯤에 파했다. 물론 완전히 파한 것은 아니고 공연을 보러왔던 분들과 또 간단히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점점 불어났고, 밤이 새도록 술을 마셨다.

2.

KBS와의 인터뷰가 있었다. PD님은 친절했지만 인터뷰를 하는 내내 고민됐다. 조선일보를 거절한 내가 KBS는 해도 되는 것인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타협했던 것이다. 방송은 토요일 7시부터 8시, 아니 8시에서 9시인가? 확실치가 않다. KBS1에서 한단다. PD님도 현재의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호의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자조와는 다른, 무엇이었다. 올림픽에서 어린 선수들이 약진하는 것과 관련하여 20대 문제들을 다뤄보고자 하는 특집이라 했다. 그러나 나는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기에 계속 횡설수설댔다. 박연과 전아름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끝나고 부대찌개까지 든든하게 얻어먹었지만 곧 좀 바보 같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김연아가 대단하다고는 생각하고 그 정도라면 존경할 만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 그 분과 내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멋지다. 그녀는 아름답다. 그녀는 승리자다. 그리고 나는 나다. 그랬을 뿐이다. 방송이 기대된다.

3.

어찌되었건 이제 핵심은 두리반이다. 두리반이 무너진다면 조금 심하게 얘기하여 홍대 앞 로컬 씬이 결국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 것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말만 많은 것은 사기꾼들이다. 나는 홍대 앞에 있는 많은 뮤지션, 그 중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뮤지션들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두리반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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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용산' 두리반을 다시 밥집으로!!! 2010/10/20 14:14 #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의 사전 예약 이벤트(내용보기)가 마무리 된 후 별다른 활동이 보이지 않아 궁금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냥 그린비에서 쓰겠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서운합니다.(ㅠ_ㅠ) 돈의 새로운 순환을 만들고자하는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을 행동에 옮기기 위해 그동안 참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회의도 많이 했어요!)'인문학과 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오랜 고민 끝에 '두리반을 다시 밥집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more

덧글

  • 바람과나무 2010/03/01 07:36 # 삭제 답글

    결론의 낙관은 의지인가요? 아니면 전망인가요?
  • 단편선 2010/03/03 10:19 #

    의지와 전망을 구분하지 말라 배웠습니다.
  • 존도우 2010/03/01 22:24 # 삭제 답글

    필승의자세.
    솔직히 고백할게요. 두리반에 대해 기사로 알고 있었어요. 다만. 고민하거나 생각하고 싶지않았던거에요 휴.


    동영상들을 유씨씨에 올려두긴 햇는데 죄다 좌편향. ㅎㅎ
    보면 알거에요. ㅎ ㅎ
  • 굴비 2010/03/03 00:58 #

    존도우씨다! 안녕하세요
  • 단편선 2010/03/03 10:20 #

    좌익이네여 -_-
  • 2010/03/01 23:0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단편선 2010/03/03 10:20 #

    밀린 추노 -_- 그려려니 합니다. 감사합니다.
  • 나도원아님 2010/03/02 00:20 # 삭제 답글

    며칠 후가 조선일보 90주년이라네. 요즘 보니 20대 끌어들이기를 역점으로 삼고 내외부 필자들의 칼럼과 기사를 통하여 노골적으로 어필하고 있더라고. 주제는 대개 "우리가 니네 맘 알아" "니들부터 챙겨야 하는겨". 지난번 껀도 그런 맥락의 일부였음.

    그나저나 만날 술 먹고 다니네.. 그러다 득음한다.
  • 단편선 2010/03/03 10:21 #

    아우, 완전 노골적이에요. 정말 장난 아니던걸요...
  • 존도우 2010/03/02 14:32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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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02 17:0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단편선 2010/03/03 10:22 #

    결국은 마케팅으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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