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0 Night & Day

1.

기록하지 않는 삶은 어찌되었건,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는 것은 기록들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건들은 기록되어야 한다. 좌우지간 맥락들에 안착해야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나는 긍정할 수는 있지만, 그것들을 의미있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의미란, 본디 드문 것이라 말하는 것이 옳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것이지만, 대신 솔직할 것이다. 실상, 정치란 별로 올바르지 않은 것이다(그것을 잊는다면, 호구 이상으로 되지는 못할 것이다).

몇 주간 일들이 많다. 그냥 많은 것들이 아니라 거의 과부하라, 해야할 일들도 모두 처리하지 못하는 와중이다. 나는 '책임'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그런 관점에서 지금의 나는 분명 실격이다. 기록을 하지 않은지도 오래 되었다.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다. 모든 일을 해내지 못하는 것에는 핑계를 대는 것이 가능하지만 삶을 적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우리는 성실히 적어나가고 있는가?

2.

최근에는 거의 한국의 옛 노래들만 들었다. 시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특히 90년대 초반의 것들도 많이 들었다. 오석준, 오태호, 윤상, 김장훈, 강수지, 김현철, 시인과 촌장, 김완선, 푸른하늘… 그리고 조용필(나는 조용필을 좋아한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동요하고 있다 말할 수는 있다). 몇몇 인디 기타팝도 되짚어보았다. 줄리아 하트의 새로운 EP 때문이다. 너무 좋다. 글을 쓰고 싶은데, 일단 지금 해야하는 일들부터 빠르게 처리하고서라도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이전으로부터 꽤나 다른 지점에 서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줄리아 하트의 [B]에 수록된 "돌아와".



푸른하늘의 [4집]에 수록된 "다시 만날 날까지" 장필순과의 듀엣이라 할 수 있는데, 정말 명곡 중에 명곡이다.



3.

이것들을 커버해보고 싶다. 나보다 배는 더 나이를 먹은, 혹은 그 이상의 가요들은 내게 모종의 낯선 쾌감을 선사한다. 그것을 무슨 미(美)라 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즐길만한 구석 투성이다. 나는 요새 성인 가요 뮤지션이라 소개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다, 나는 성인이다. 미안하지만, 성인이라면 성인다운 구석이 있어야 한다. 성인 가요는 아주, 꼭 필요하다. 내가 소녀시대를 노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그것들은 소녀의 몫이다). "서울의 아가씨"를 듣노라면 왠지 요즘의 플레이걸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굳이 피펫츠를 참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주란의 보이스는 정말 참조할만 하다. 실로 컬러풀한 보이스다.



4.

봄이고, 그런데 이 정도라면 거의 사기치는 수준 아닌가? 퍼퓸은 정말로 너무도 훌륭하다.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다. 청각적이지만 시각적이고, 또한 촉각적이다(나는 촉각이 가장 폭력적이며, 올바르지 않은 감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촉각을 경유하지 않는 예술이나 창작물들은 거의 대부분, 아무런 흥미를 끌지 못한다. 재미없다, 그것은. 그러니 원래부터 음악이나 미술 같은 것들은 올바르지 못한 셈이다).

//")//]]>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