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미련없이 진보신당에 가입한다 / 단편선 Writing

* <민족21>에 기고한 것을 올려둔다.
* 일단은 인터넷에서 절차를 밟았고, 입당원서를 직접 가지고 갈 생각이다. 어차피 마포구 분들을 뵐 기회가 많이 있으니 가지고 다니다가 전해주면 될 듯하다.
* 일본말이라서 본문에는 안 썼는데, 원래는 "인간이라면 지켜야 되는 도리나 신념이 있다고 본다."에서 '도리'를 '곤조(일본어로 근성이라는 뜻)'라고 했었다. 뜻이 조금 다른데, 다소 애매해서 고쳤다.

나는 오늘 미련없이 진보신당에 가입한다 / 단편선

아직 전날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이었다. 새벽녘에나 들어온 주제에, 왠일인지 아침 일찍 눈이 떴다. 그러고보니 전날이 선거날이었지. 일어나자마자 거울 앞에서 와이셔츠 매무새를 다듬던 아버지에게 물었다. “한명숙 됐어요?” 그랬더니 아버지는 “한명숙 찍을 걸 그랬다”라고 대뜸 성을 내시곤 방 바깥으로 나가시는 것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여동생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는데?” 동생 역시 짧게 대답한다. “오세훈이 됐어.” 그제야 나는 잠든 사이에 결과가 뒤짚혔음을 알아차렸다(아시다시피, 강남 3구를 개봉하기 전까지는 한명숙 후보가 다소 앞서도 있었다). 한 친구에게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진짜 우울하다” 라고. 나는 답문을 하질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로서는 별 감정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울하지도, 화가 나지도, 절망스럽지도 않았다. 처음 “한명숙 됐어요?”라 물어본 것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실은 이번 선거에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선거 운동을 하는 2주 동안, 나는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원이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진보신당의 당원이 아니며,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당우’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서의 대의제에 대해서는 거의 신뢰하지 않는 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거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선거철이 되면 어딘가에서 선거운동을 도와줘야겠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아무리 레닌은 지금 이곳에서 다시 반복될 필요가 있다며 역설 따위를 해도 (당장 내일 한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며 일어날 수도 없다는 하에) 좌파 정당을 통해 사람들의 현실적인 삶을 바꾸어 나가면서 다음 국면을 준비하기 위한 ’물적 토대‘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당에 가입할 수 없었는데, 한국의 좌파(내지는 진보) 정당이 분열되어 있다 생각했던 것도 한 이유다. 솔직한 얘기로 민주노동당이 북한에 대해서 가지는 온정주의적인 ‘우리 민족끼리’ 같은 태도에는 그리 동의할 수 없었지만 친하게 지내던 진보신당 쪽 학생 당원들이 가진 일종의 안티-테제로서의 북한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는 측면이 많았던 까닭이다. 고로 어디에도 적을 두기 애매한 상황이었으며 사람들이 당 가입을 권유할 때마다 웃으며 대충 넘어가던 처지였다. 조금 더 두고보아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을까? 그런데 선거국면으로 들어서니 상황이 다소 웃겨졌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을 내버려둔 상태에서 ‘반MB연대’로 귀결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사는 서울에서는 오세훈, 한명숙, 노회찬 후보 등이 출마했다. 각 당의 전략에 대해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정치적 식견을 갖춘 사람이 아니기에 섯불리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얘기하고 싶은 것은, 내가 선거운동을 도울 수 있는 후보는 노회찬 후보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좌파잖아?

판단을 내리기는 쉬웠다. 한명숙이 총리로 부임했던 시절 그녀가 했던 일들을 아직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몇 가지 물음들이다. 그녀가 총리일 시절 결정한 ‘불법 폭력 시위 참여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에 대한, 이라크 파병안 표결에 찬성한 것에 대한, 한-미 FTA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그리고 결정적으로 2006년 5월 평택 대추리에서 경찰과 군 병력 1만 5천이 시위대에 자행한 처참한 진압을 지시한 것에 대한…. 내 입장에서 조금 비참했던 점은, 그 과정에서 심지어 민주노동당도 그것들에 대해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날 대추리에서 머리가 찢어졌던 내 선배들, 전경방패에 찍혀 손가락이 잘려 몇 개월 동안 병원에 누워있던 내 민주노동당 선배들 때문에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아주 기본도 지키지 않는 것이라 보았다. 왜 아무도 책임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이지? 그것이 전략인가? 전술인가? 실리인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선거는 끝났다. 아시다시피 진보신당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당은 내외적으로 큰 위기에 처했으며, 당원들끼리도 격렬하게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당이 깨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앞으로 한국의 진보정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조감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는 없다. 다만 선거가 끝난 뒤, 지금은 어느 패션잡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여자친구와 소주를 먹으며 간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것이 기억난다. 친구는 내게 말했다. “솔직히 이번 선거만큼 고민 안하고 투표한 적 없다? 한명숙 찍고, 민주노동당 구의원 찍고… 비례대표는 진보신당 찍었다. 한명숙 말고는 서울시장 생각해본 적도 없어.” 그러나 잠시간의 침묵 뒤에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명숙이 내가 딱 원하는 후보가 아니긴 했는데….” 아마 나는 몇 잔의 소주를 더 마시다가 이렇게 얘기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간에, 좌파든 우파든 간에 그런 것들하고는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지켜야 되는 도리나 신념 같은 게 있다고 본다. 그게 없으면 인간답게 사는 게 아니겠지.” 그랬더니 친구는 샐쭉해져서는 “너 정치 얘기만 계속 하고, 어색하다. 이상해진 것 같아.”라는 것이다. 그래, 아마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하다. 어느새 나는 이렇게 젊은 나이에도 꼴통이나 꼰대 같은 소리나 하는 녀석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 세상에 전략도 전술도 실리도 모르는 좌파 꼴통들도 꼭 쓰임받을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나는 오늘 미련없이 진보신당에 가입한다.

덧글

  • -_- 2010/06/15 22:36 # 삭제 답글

    FTA와 천안함사태에서 저울질을 했을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의 입장을 상상해 볼수 있을라나요
  • 단편선 2010/06/16 09:46 #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왜 그랬는지 더욱 각이 나오더라고요. NL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한 경향이, 저와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도 왜 가끔은 굉장히 불통 상태가 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 단편선 2010/06/16 09:55 #

    그리고 그렇다면 하나 질문하고 싶은 것이, 정말 "1번 찍으면 전쟁, 2번 찍으면 평화"라고 생각하시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 하나 더 첨언하자면 7번 찍으면 전쟁인가요? 평화인가요? 결국 평화를 위해서 한명숙을 택했다는 것은 일종의 변명 밖에 더 되질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 미운오리 2010/06/16 00:35 # 답글

    솔직히 나는 대추리도 FTA도 잘 몰라요. 보수적인 기숙사학교에서 아침 8시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갇혀지냈을 뿐인 꼴통 고등학생 시절이었으니까. 그래서 한명숙을 지지할수 있었던 거일 테죠. 아빠 영향 때문에 그저 노무현 좋아하고, 이번엔 한명숙이 됐음 했고, 그저 그랬어. 서울 유권자가 아니라서 깊게 생각 안해봐서 그러기도 했고... 한명숙이 아쉬웠지만 노회찬을 욕할 수는 없다고도 생각했고... 그래도 한명숙이 되는게 안 나았겠나, 씁쓸하기도 했고... 다시 어떤 정당이든지 가입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좀더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싶다고는 늘 생각하고 있는 정도.
    아무튼 이 글은 님이 여태까지 쓴 글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네요. ㅋㅋㅋ 훗
  • 단편선 2010/06/16 09:57 #

    그러니까 한명숙이 되는 데 안 나았겠나, 는 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거임. 솔직한 얘기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 양당 체제로는 100년 가도 아무것도 안 바뀐다는 거에 손모가지를 검. 정치경제적인 지지기반이 원래 전라도 지주층들이란 점만 봐도 한나라당하고 아무런 차이가 없음.
  • 미운오리 2010/06/16 00:36 # 답글

    그나저나 아름씨가 님한테 내 메일을 포워드했다는데, 받았수?
  • 단편선 2010/06/16 09:57 #

    그거 내가 전아름 한테 포워딩 하라고 줬는데 안 받았음? -_-;
  • 미운오리 2010/06/16 13:27 #

    안 받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마르고 2010/06/16 08:15 # 답글

    짝짝짝 멋있어요.
  • 단편선 2010/06/16 09:57 #

    좌로세번짞짞짞
  • 바람과나무 2010/06/17 07:52 # 삭제 답글

    어떤 당이든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진보신당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건투!
  • 단편선 2010/06/17 13:32 #

    권투!... 죄송합니다. 곧 뵈염. :)
  • 게슴츠레 2010/06/17 09:27 # 삭제 답글

    둑은둑은한 글이네요. 저로서는 대추리가서 얻어맞고 온 선배도 없고, 삶의 맥락에서 봤을 때 도리를 지켜야 할 빚을 지진 않았지만 입당하시는 발걸음에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사정도 있고 뭐 어쩔지 모르겠다만...
  • 단편선 2010/06/17 13:32 #

    이런저런 사정이 뭔지 아는 저로서는, 어쩔 수 없죠, 뭐 -_-ㅎ 혹시 가분 씨 세미나 오시나 모르겠네요? :)
  • 게슴츠레 2010/06/17 16:35 # 삭제

    기말은 대강 끝났는데, 레폿의 산이...ㄷㄷㄷ 그리고 자본 세미나에서 '노동'가지고 어떤 논문을 발제하게 되었는데요, 이걸 보니 두리반의 '음악인도 노동자다'라는 말이 생각나면서 단편선 씨를 비롯한 다른 분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은 '내용'이 좀 생겼습니다. 그것도 좀 오늘내일 중으로 정리를 해놓고 싶네요.
  • 단편선 2010/06/19 10:24 #

    하지만 어제는 결과적으로 술만 퍼마시다 서로 정신을 잃었네여 지못미 ㅡㅜㅜ
  • 은별 2010/06/17 13:21 # 삭제 답글

    근데 진보신당의 안티테제로서의 대북관은 내용이 뭐임?(몰라서) 그리고 머때매 동의 못하는 거?
  • 단편선 2010/06/17 13:31 #

    이를테면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를 들먹이거나 임지현 식의 해체주의적 사관 비스무리하게 마치 민족에 대해서 '제거 가능한 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든지, 현재 북한 사회주의가 하고 있는 모종의 '사회주의적인 성과'들에 대해서도 값을 쳐주지 않고 단지 국가주도형 자본주의의 변종 정도로만 생각한다던지, 추상적인 것들을 가지고 얘기하는 뭐 그런 것들이지. 내 입장에서는 그것을 부정한다고 부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사실 이런 부분은 네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알겠지만) 현재 동아시아의 정세적 상황에서도 '민족'이라는 상수를 지워버리면 설명이 전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보거든. 또 현재 같은 경우에는 (이라크의 경우에도 그렇고) 냉전 이후의 갈등 양상도 자본주의(or 자유민주주의) vs 사회주의 갈등 체제에서 종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것들도 그렇고... 정리가 안 되넹 -_-
  • 게슴츠레 2010/06/17 16:26 # 삭제

    이번에 출간된 발리바르의 [우리, 유럽의 시민들인가?]에 이런 재밌는 코멘트가 나옵니다.

    “우리는 민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미명 아래 또는 우리는 이미 “민족주의 너머”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다른 나라들의 민족주의를 향해 비판을 제시하는 것은 십중팔구 민족주의의 또 다른 모습을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이 책, 42쪽)

    다시 말해 비유럽 국가들의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사실 유럽중심주의라는 또다른 배타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유럽중심주의의 경우, 마치 개방적이고 보편적인 외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한 것일 수도 있고요.
    뭔가 직관적으로 꽂히는 맛이 있는 문장이라, 잘난척하는 것으로 보일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 번 퍼와봤습니다.ㅎㅎ 헌데 이건 발리바르가 유럽인인 유럽중심주의자들에 대해 한 말이고요...논의의 초점은 한국의 정당인 진보신당과 이 당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이지요.

    좀 범주를 제한하겠습니다. 이분들이 유럽인은 아니고, 그리고 진보신당의 대북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민족'을 항상 폭력적인 범주로 간주하는 일부 지식인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면 이들이 한국사 내에서 민족 범주가 행한 긍정적 역할을 몰인식하고 유럽 지식계의 배타적인 학풍(유럽중심주의)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정도의 비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식인들의 유럽중심주의적 성향은 그렇다 해도 북한 체제를 어떻게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냐능! 그건 역편향 아니냐능!"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요. 사실 우리가 북한이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 사회인지 몰라도 너무 몰라서(기자를 하고 계시니 저보다는 훨씬 많이 아시겠군요...) 이 체제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남한의 매스미디어에서 제시되고 있는 이미지들이 거의 진실되다고 가정한다면 북한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겠죠.
    저는 북한 체제를 직접적으로 옹호하기보다는 오늘날 북한이 겪고 있는 비참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냐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 책임 김일성 부자의 개인적 권력욕에 돌려지고 있지만, 남북 분단이야말로 냉전이라는 세계적 상황이 낳은 역사적 비극 가운데 하나죠.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일 수 있다만 북한이 만약 남한만큼 국제적인 경제 교류를 쉽게 지속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그렇게 교류를 할만큼 사회주의를 국가 체제로 채택하고 있던 국가들이 많았더라면 오늘날의 북한이 꼭 이 모습이 아닐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김일성 부자의 실책은 온전히 평가되어야 한다만 현재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는 모든 외교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택할 수 있었던(혹은 택할 수밖에 없었던) 자구책의 측면이 있지 않느냐 하는 게 얘기될 수 있고, 이런 관점에서 단편선 씨의 진보신당(다시 말하지만 전 여기 잘 모름...)의 안티테제로서의 대북관이라는 말을 저는 공감해 보았습니다.
  • 은별 2010/06/17 22:20 # 삭제

    단편선과 게슴츠레님 답변 감사합니다. 진짜 진보신당이 내세우고 있는 대북관이나 내세울 수 있는 대북정책이 뭔지는 그들과 만나봐야 알겠지만, 단편선의 설명과 게슴츠레님의 부연에 대충 '가닥'은 잡혔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궁금한 건 정당이 정책관여자로서 할 수 있는 실질적 차원의 대북관이였어요. 그러니까 그들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가 일단 가장 먼저 중요하겠지만)가 아니라, 북한이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거냐 하는 것이죠. 민족이란 관념을 피해가거나, 북한 문제에 관련해서 '한민족' 운운하는 주류 대북관을 극복하고자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거기까지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문제의식'이라고 보거든요.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할거냐, 이 문제가 사실 핵심이라고 보는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국제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북한문제는 상당히 큰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도라산 출입사무소는 서울에서 겨우 40분이거든요. (이건 비윱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보자면, 그래서 만약에 '우리가 북한을 긍정할 수 없고, 민족적 정체성도 허구이기 때문'에,혹은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타파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구상하기 위해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북정책'으로 간다면 그게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YS식 대북정책과 결과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의문이 들었거든요.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불쌍한 한민족 김정일 밑에서 다 살려내야해’라고 민족주의로 접근해 봉쇄(containment)하거나 ‘이런 이질성을 어떻게 민족 차원에서 생각하느냐’는 시각으로 접근에 비-관여 하거나.. 결과적으로는 북의 붕괴론으로 수렴하지 않나,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입니다.

    두번째로 국제정치 차원에서 보면, 국제정치는 굳이 현실주의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주도권 싸움인데, 그 무대에서 남북관계는 어떻게 갈거냐, 그리고 동북아의 큰 그림 속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는 어떻게 해결을 볼거냐 하는 문제들에서 이니셔티브를 쥐지 못하면 동북아의 안보 불안도 따라올 수밖에 없고요.

    사실 진보신당에겐 그 구상이 구체적으로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질문을 해봤던 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난 2009년 여름 어떤 수업을 듣다가 노회찬 대표가 특강을 왔고, 그 때 장성건이 대북정책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거든요.

    저도 사실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우리안이 북한’이거니와. 그런데 가끔 일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데요. 얼마 전에 모 북한관련학과에서 석사 중이신 지인에게 탈북자 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거칠게 요악하자면 그들은 이제 모든 소통 면에서 우리와 아예 다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지인분이 <국가의 사생활>이란 소설을 거론하면서, (흡수) 통일 후 한국에 대한 정말 그럴듯한 시나리오라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아마겟돈, 북의 식민지화, 사회적 불만 세력으로의 만성화 뭐 그런 거라는데..

    그런 문제가 무슨 정책을 하든, 생겨날 거라고 봐요. 그럼 제 2의 팔레스타인 탄생이라든지(!!) 크고 작은 혼란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줄일거냐, 의회 진입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라면 지금부터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관여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시간을 두고 민족정체성을 회복해야한다고 하죠. 더러는 ‘통일’은 과정이라고 보고, 그래서 먼저 느슨한 남북경제공동체부터 이뤄야 한다고 하고, 보수파들은 가만히두면 붕괴할거라고 하고, 네오콘은 그런 척 하지만 사실은 ‘적대적 공생관계’의 지속을 바라고.. 그럼 진보신당의 솔직한 입장은 뭘까, 혹은 북한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는 어느 정돌까, 그런 궁금증이예요.
  • 다시나 2010/06/17 22:31 # 삭제

    다 쓰고 나니까, 너무 극단적인 비교를 한 것 같기도 하네요. 요지는 그냥 자세한 대북정책 그런게 궁금하다는거?
  • 게슴츠레 2010/06/18 09:25 # 삭제

    옙,

    "남북관계 차원에서 보자면, 그래서 만약에 '우리가 북한을 긍정할 수 없고, 민족적 정체성도 허구이기 때문'에,혹은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타파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구상하기 위해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북정책'으로 간다면 그게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YS식 대북정책과 결과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의문이 들었거든요."

    라는 말부터 해서 전반적인 의견에 크게 동의합니다. 오히려 좀더 간명한 형태를 문제를 보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사실 전쟁이 끝난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으니 지금이야 민족 문제가 그 자체로 다뤄지기 보다는 외교적 실익을 고려해야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일부를 제외한 전반적인 한국의 분위기같은데요, 얼마 전 민경우 씨의 강의를 들으니 70년대에는 '반독재'보다는 '친일파 청산'이 좀더 설득력 있는 슬로건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또 그 강의에서 재미있던 내용이 90년대에 들으면 80년대 운동권들한테만 해도 사회주의 선배든 국가 체제의 위협이든 비교적 명확히 의식되었던 북한의 존재가 사회운동 진영 내에서 희미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 내부의 정책적인 문제나 인권 문제에 전문화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시민운동'이 사회운동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시더군요. 헌데 이런 사회운동이 한계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 한미 FTA라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국가 대 국가>의 외교적 이슈에서 <국가 대 시민>을 상정하는 시민운동의 틀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슈들의 계열에 북핵을 위치시켜 놓으시더라고요.

    이런 강의에 기초해 나름 '상상'을 전개해 보면, 사실 '정치적 결사체'를 자처하는 집단이라면 어찌됐건 답해야 하는 이슈 리스트(기본적으로 복지, 행정 등등에 지금의 4대강, 세종시같은)에 '북한'이 빠져있었던 시간이 대강 10~20년 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간 동안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이고요.

    민경우 씨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 말고 제 나름 진보 진영에서 '북한' 이야기를 왜 잘 안 하는지를 상상해보면 아무래도 89년 이후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반성이 한 줄기를 형성하고 싶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좌파 이론 진영 내에서 역사적 국제정치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현실 사회주의 운동이 죄를 지었느니 마니에 대한 단죄가 행해졌고요, 또 그렇게 해서 형성된 정책들이 북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낳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맑스주의 내에서 '민족'은 항상 까다로운 대상이었지요. 민족모순을 강조하면 계급모순이 묻혀 GG를 친다는 식의 이야기는 남한 뿐만이 아니라 세계 사회주의 운동 어디에서도 등장했었고, 특히 2차대전 당시 제국주의 국가 내 사회주의 활동들이 식민지 문제를 다룰 때가 가장 심했고요. 이런 이론적 경향이 현실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뭐 저도 뭐 은별씨만큼 '가닥'만 대강 이렇게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ㅎㅎ 이론적이든 실질적이든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좀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저도 "자세한 대북정책"이 어떤어떤 것들이 개발되었는지 이래저래 궁금합니다. 옛날에 지갱프에 [신창민, 통일비용 및 분단비용 재점검과 시사점]라는 글(http://cafe.naver.com/think2wice/572)을 퍼놓기만 하고 안 읽어봤는데 한 번 들춰보아야 겠네요. 언제나 각잡고 북한사 공부라도 해야겠다 싶고요..
  • 단편선 2010/06/19 10:24 #

    제 미천한 블로그에서 이런 세련된 논쟁을 ㅜㅠㅜㅜㅜ 굽신굽신 ㅜㅜㅜ
  • 팥물고기 2010/06/21 15:51 #

    게슴츠레님(저는 닉넴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ㅈㅇ씨라고 부르고 싶지만ㅋㅋ) 명쾌한 답글 감사드려요.

    -'정치적 결사체'를 자처하는 집단이라면 어찌됐건 답해야 하는 이슈 리스트(기본적으로 복지, 행정 등등에 지금의 4대강, 세종시같은)에 '북한'이 빠져있었던 시간이 대강 10~20년 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

    -아무래도 89년 이후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반성이 한 줄기를 형성하고 싶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좌파 이론 진영 내에서 역사적 국제정치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현실 사회주의 운동이 죄를 지었느니 마니에 대한 단죄가 행해졌고요.... 라는 제가 어두웠던 부분에 대한 지적, 그리고 인용+링크 모두 다 공감합니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거냐'라는 애초에 제기했던 질문은 '북한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 비슷한 것에서 비롯된 바, 게슴츠레님의 진단은 아주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그저께 얼마전까지 진보신당이었던 친구가 북한 문제가 사실 뭐가 그리 바이털, 크루셜한지는 와닿지 않는다는 얘길 하더군요. 저는 거기다 대고 뜯던 닭다리를 한 손에 들고 삼십분 가량 미친듯이 뭔가를 이야기 했지만 다 끝나고 "'유행'이라 말하긴 뭐하지만, 확실히 진보 진영에서 그 얘긴 유행은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들었어요.

    제가 했던 말 중에 딱히 틀린 팩트가 있다거나 가치판단적으로 치우친 건 없었는데. 웬지 그냥 닭을 내려놓으면서 '혹시 이게 지금 내 밥벌이라서 그런가?'ㅋㅋㅋ 라는 쓴웃음이 밀려오더라고요.

    아무튼 링크해주신 글도 꼭 봐야겠네요. 현안 따라가기도 바쁘지만 저도 여름휴가 지나면 북한사 공부를 좀 하려는 생각입니다. 서동만의 '북조선 연구' 같은 걸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디디 2010/06/17 15:50 # 삭제 답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RSS로 받아서. 맨날 보기만 했는데 이 글에는 왠지 댓글을 달고 싶네요. 공감하고, 마지막 부분에서 특히 공감이 돼서요..눈물날듯 ㅋㅋ
  • 단편선 2010/06/19 10:24 #

    청년유니온도 잘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최저임금위원히에서 뭔가 같이 하기로 했는데..!
  • zam 2010/06/18 23:24 # 삭제 답글

    꼰대나 꼴통은 이미 진보신당에 차고 넘치는것 같던데.
    좀 더 유연한 사람들이 많이 지지했으면 싶네요.
  • 단편선 2010/06/19 10:22 #

    레디앙에 한윤형 씨 글이 하나 올라온 것 있는데, 그것 좀 보시면 될 것 같네요.
  • zam 2010/06/19 21:03 # 삭제

    아...광야의 꼰대가 되자던 글 말이군요. ㅎ
  • 단편선 2010/06/20 12:09 #

    이응이응
  • 박성호 2010/06/19 07:43 # 삭제 답글

    '미련'없이 '가입'하신다구요? 미련은 무언가에 대해 빠져 나온다거나 버린다는 의미 앞에 사용되는 단어입니다.'미련없이 탈퇴한다' 라는 용도로 쓰이면 모를까요.

    이참에 사전적 의미도 한번 알아볼까요?
    '미련'이라는 뜻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민주당에 '끌리는데가 남아' 있나요? 글 보면 민주당을 무차별까시던데,

    똑똑한척 하실시간에 사전한번 들춰보는건 어떠신지.
  • 단편선 2010/06/19 10:27 #

    이 글을 '민주당 까는 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네요. 민주당 지지자이신가요? 저는 민주당에 아무런 관심 없습니다. 전후맥락 다시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
  • 나비 2010/06/22 13:25 # 삭제 답글

    한명숙이. 대추리 사람들 마지막에 합의하고 나서 마을에 '멸치'를 보낸적이 있었어요. '멸치' 그 후로 대추리 주민들과 지킴이들 사이에서는 한명숙=멸치 라는 등식이 성립-_- 여튼 한명숙 생각하면 그 멸치밖에 생각이 안 나네; (맛있긴 했었지만-_-;;)

    여튼 가입하셨다니 반갑고, 당분간은 나도 이 놈의 당에 몸담을 듯 하니
    간간히 그런 얘기도 하고 그래요.
  • 단편선 2010/06/23 13:43 #

    이 죽일 놈의 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한번 뵈요! 그러고보니까 또 못본 지 좀 됐넹
  • 스물일곱 2010/06/30 14:58 # 삭제 답글

    며칠전, 민족21 7월호를 받아들고 뒤에서부터 읽다가 님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스무살의 REDS 는 제가 20대라서 그런지 관심있게 읽는 코너였는데요, 제목이 도발적이라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님과 같은 대학생이고, 한달에 오천원을 당비로 내고, 가끔 당의 행사에 참여하는 그리 열심히 활동하지는 못하는 민주노동당 당원입니다.
    제가 이렇게 님의 홈페이지까지 찾아와서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몇가지 궁금한 것과 또 몇가지 알려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당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20대를 만난 것에 반가움도 컸구요. ^^* 입장의 차이, 그 생각의 차이는 사실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같거나 혹은 비슷한 부분들이 더 많을테니까요. 말이 통할꺼라는 혼자만의 기대로 몇자 써봅니다. 이해하시죠? ^^
    우선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을 내버려둔 상태에서 ‘반MB연대’로 귀결했기 때문이다.”는 부분에서 저는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내버려뒀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갸우뚱했기때문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저는 열심히 당활동을 하는 학생위원회 소속도 아니고, 혼자 인터넷으로 가입을 한 사람이고, 이번 지방선거때는 개인적인 고민들로 여행을 다니느라 투표한 것 말고는 선거기간동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사람이라 제가 잘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싶어서 조금 찾아봤습니다. 정말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을 내버려두고, 反MB로 귀결을 한것인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제가 대학을 다니고 있는 부산에서, 그리고 제가 적을 두고있는 울산에서만 보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을 내버려둔 것 같지는 않다고 여겼는데 말이죠. 여러 가지 기사들과 각 당의 홈피를 보니 중앙차원의 의견차이는 있었지만 지방선거라는 특성상 지역별로 중앙의 입장과는 약간씩은 차이가 있더군요.
    부산에서는 야권단일 후보로 두 당이 모두 합의를 했고, (그 때문에 선거후 김석준 교수님은 시당대표를 사임하셨지만) 울산은 끝끝내 합의를 하지 못했고, 경기는 개인적인 입장으로 심상정 후보가 사퇴를 했고 등등. 결과적으로는 진보신당을 내버려두고, 빼고, 따돌리고 등등으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반MB연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 같이 하자는 입장이었음을 부정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가진 것 없는 아주 작은 정당이지만 그래도 가진 기득권이 있다면 모두 내어놓겠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것이 이번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가장 많이 보여준 모습아니었나요? 자기 것을 챙기겠다, 한표라도 더 얻어보겠다 그런 모습보다 오히려 많은 후보들이-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보았던 여러 지역의 후보들 명함과 선거사무실 등에서- 하나같이 “MB심판”을 빼놓지 않은 것과 야권단일화를 위해 앞장 선 것만 보더라도 저는 그 진심이 전달되지 않았나 싶었는데요. 혹시 민주당이 단일화에 앞장 선것과 민주노동당이 애를 쓴 것이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진 것이 많은 당, 그래도 집권경험이 있고 밀어주는 지역도 있고, 3,4위와는 큰 차이가 있는 2위 정당. 이후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나지만 민주당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내어놓지는 못합니다. 민주노동당도 광역단체장을 내지않으면 당의 인지도와 정당지지율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포기한 이유는 늘 말해왔던 오만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것, 바로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것이 정당의 인지도와 득표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그리고 진정 대한민국의 변혁을 바라는 다른 정당들도 하나로 힘을 모아 큰 공통성을 중심으로 작은 차이들은 이해하고 좁혀나가면서 정말 사는 것이 힘든 대다수의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에서 다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하나가 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주는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옆으로 많이 새어버렸네요^^;;암튼 민주노동당이 혼자 살아볼꺼라고 진보신당을 내버려두고 제 갈길 간것아니냐는 느낌이 든 부분이라 나름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것은 아주 기본도 지키지 않는 것이라 보았다.”는 부분. 대추리 이야기를 하셨죠. 부산에서 평택까지는 네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주 대추리에 갔었습니다. 저도 곤봉으로 내려맞았고, 제 친구들도 숱하게 맞고 다쳤었습니다. 저도 그 당시에는 노무현대통령을 정말 몸서리치게 싫어했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도 마찬가지였죠. 2003년 한진중공업에서 김주익열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2004년 김선일씨가 돌아가셨을 때도, 노무현정권도 똑같고, 열린우리당-민주당-도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님과 같이 이번 야권연대를 보면서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내 선배, 후배들을 많이 다치게했고, 또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던 정권 그리고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것인가 반문한 적도 많았습니다. 사실은 아직도 생각만하면 눈물부터 나고 마음이 아픈데... 저는 그런 감정은 저나 그대와 같은 사람이 당연히 가지는 것이고 오히려 가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가져야할 입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특히 이명박 정권의 중간지점에 있는 2010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과 같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이명박정권아래서 정말 다양한 탄압을 받고,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럼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전략.전술 그런건 잘 모르겠지만 다른 것들 다 빼놓고 생각해봐도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것에 대한 실천이 바로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자하는 정당의 입장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아쉽지만, 아깝지만 포기한 것도 많았을테고, 의견 차이로 답답하고 어려웠지만 끝까지 한나라당과 현정권 심판을 위해 큰 틀에서 차이를 좁히고 머리를 맞댄 것이 아니었을까요? 오늘 뉴스에서 경남에서 야권이 공동정부를 구성한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들도 모든 견해와 입장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독선적인 한나라당은 심판하는 방향을 힘을 모으면서 좀 더 진보적인 사회로 한걸음씩 움직일 수 있지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우려되는 점도 없지는 않죠. 이전의 좋지않았던 기억들도 사실은 잊혀지지가 않구요. 하지만 저는 판단의 기준이 “나”이기보다 “민중들”이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미운 마음도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 민중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진짜 우리 민중들이 행복한 세상이 오는 것일테니까요.
    음.. 사실은 울컥해서 컴터앞으로 뛰어왔는데요...^^;; 아주 기본도 지키지않는 것이라는 표현에... 대추리에서 곤봉으로 내려맞은 나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않는데.. 그걸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나... 조승수씨가 탈당해서 조선일보와 특집 인터뷰해서 전면 2면에걸친 기사가 나온게 그게 아주 기본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닌가 등등 죄송하지만 처음엔 그랬는데요.. 막상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다시 한번 님의 글을 읽어보니 사실은 우리 둘, 생각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조심히 한자 한자 씩 약간 다른 저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구요. 이걸 쓰는 그 짧은 시간에도 심정의 변화가 너무 많아서 글이 앞뒤가 없는 것 같네요. 이걸 계기로 저와 그대가, 세상을 바꾸는 길에 함께 서 있는 同志로,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단편선 2010/07/02 10:18 #

    짧게만 답변 드리도록 할게요 :)

    1. 일단 저는 아무래도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지역인지라, 서울/경기 쪽의 동향에 가장 민감한 상황입니다. 부산에서는 물론 김석준 후보가 야권 단일에 합의를 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그런 일은 없었고요. (김석준 후보가 당론을 따라 야권 단일화를 한 것은 아님을 아실 거예요.) 야4+5 연대에서 진보신당이 빠지고, 민주당과 국참당의 분열에 따라 판이 깨진 것은 기억하실 거예요. 어찌되었건 판이 깨진 이후, 진보신당은 계속 선(先)진보대연합 후(後)반MB연대를 주장했었고, 그것에 민주노동당이 성심을 다해 응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제 기억에 2008년, 2009년 초까지는 진보대연합을 얘기 했드랬죠. 하지만 어느 순간 진보대연합 보다는 반MB연대를 상위에 두고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해하지 않으셔야 하는 것이, 저는 반MB연대에 '무조건 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랍니다.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서, 그리고 판단에 따라 갈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때에도 '곤조'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원칙으로서, 저는 진보대연합이 먼저라고 본 것입니다. 진보신당도 잘한 것이 없는 게, 야5+4연대 얘기 나올 때 솔직히 부화뇌동 해서 원칙 없이 테이블에 들어갔다 미적미적 거린 점이 있죠.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사회당) 까지 진보대연합 블럭을 형성했을 때 보수 양당제 선거 구도에서 훨씬 큰 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란 판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의 행보는 사실 전략적으로도 miss 였다는 생각이고요.

    2. 말했듯 저는 이번에 진보신당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참패했죠. 이른바 반MB연대의 바람이 이렇게 거세게 불었을 줄은 저도 몰랐고, 내부에서도 예측 가능한 규모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세판단이 틀렸던 것이고, 이게 대해서는 크게 문책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이 더욱 성공적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제게는 다소 사상누각 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반MB라는 큰 흐름이 없었다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었겠는가, 라는 의문도 있고요. 말씀 드렸듯, 진보대연합으로 진보 진영 전체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 없을 때, 그 성과들이란 얼마든지 무화(無化)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운동'이 커져야 '진보정당'도 커질 수 있거든요, (이것은 제가 의회주의자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3. 공당으로서 민중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말씀 하셨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을 진보주의자/좌파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저는 민중이라는 단위에 대해서는 좀 더 엄밀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제게 민중은 '저항의 주체'거든요. 이를테면 활동적(active)인 상태입니다. 저항을 시도하지 않는 민중이란, 사실 민중이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김상봉의 것들은 참조해봐도 좋겠습니다.) 대중과 민중은 분명 구분되어야 하는 개념이라 생각해요. (대중이라는 개념이 '수동성'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민주노동당이 과연 대중 아닌 민중을 책임질만한 행동을 했다 볼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민주당과의 연합을 하면서, 물론 연합을 하는 것 자체는 정세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비정규직, FTA, 대추리, 그 외에도 산적한 어마어마한 좌파적 이슈에 대해서, 그리고 정말 저항하고 있는 민중들에 대해서 책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도 스물일곱 님께서 저와 크게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다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남겨주시기도 하셨다 생각되고요. 되려 저는 진보신당 특유의 '민주노동당 까'는 분위기가 너무 싫고, 안티-테제로서 정립된 정치력은 오래 갈 수 없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런저런, 저간의 판단이 있었음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정치적 주체성에 충실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언젠가 투쟁과 삶의 현장에서 만나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 이마루 2010/09/28 15:18 # 삭제 답글

    야 저 패션잡지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친구 난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한명숙 뽑고 구의원 민노당 뽑고 비례대표는 민노당 없으면 진보신당 찍긴 했는데.. 진심 민주당.... 얄미워 도진개진인 것들이 존나 주워먹네 진짜 ㅜㅜ
  • 이마루 2010/10/05 14:22 # 삭제 답글

    오잉 이거 댓글들이랑 네 글이랑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니까 되게 좋네. 내 위에 댓글 좀 창피하고.. 북한사 공부하고 있어? 나도 저번 선거보면서 북한사 공부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친북주의 연구>란 책 샀는데 인용귀 70퍼센트가 조선일보랑 중앙정보관리회? 라서 이상해서 보니까 시대정신 책이었음. 이후 진척이 없습니다.. ㅜㅜ
  • 단편선 2010/10/10 13:28 #

    시발 친북주의 연구면 제목부텈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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