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별(Byul) <태평양>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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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별(Byul)
태평양
[Pacific]
(2010/비단뱀클럽)

모임 별(byul)의 신보, 그러니까 그들의 새로운 음악을 '기다린다'는 것이 내게는 퍽 새삼스럽게도 느껴지던 것이다. 이를테면 4/4 리듬을 타고 가벼이 흐르는, 그러나 왠지 애수어린 비트; 감싸듯 부유하는 신디사이져 선율 사이로 간간이 피어오르는 FX;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리듯 노래하는 이펙터 걸린 목소리; 그것들을 한 곳에 버무려 이른바 '(모임) 별'스러운 신스팝 스타일; 그들은 싱글 [83]을 전후한 어떤 시점부터, 혹은 가장 처음으로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이를 굳이 나쁘게 말하자면 '발전하지 않았다'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만, 그보다는 '(발전할 필요가 없었기에) 발전하지 않았다' 내지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잘 해왔다'라는 쪽이 조금 더 공정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2010년과 [Pacific]. <태평양>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플레이를 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모임) 별'스럽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긍정적인/부정적인 선입견들을 일단 잠시간 묻어두자면, 남는 것은 전작들에 비해 한층 밝아진/맑아진 전반적인 톤과 잘 어레인지된 업-비트, 그리고 왠지 유럽의 청춘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비디오; 이것들을 줄여 '유사-청춘 로맨스물'의 정서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과 '모임 별'의 조합이라면 조금 클리세하지 아니한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린 아직 바보 같고 / 여전히 가진 것 없지만 / 그 때 우리가 본 것은 / 아마도 앞으로 이 세상 끝까지 누구도 다시는 보지 못할 거야"라든지 "불꽃이 우리의 밤하늘 / 가득 메우던 여름날 / 함께 우리가 본 것은/ 아마도 앞으로 이 세상 끝까지 누구도 다시는 보지 못할 거야" 같은, 왠지 막막하거나 아련한 <태평양>을 듣고 있노라면 실은 우리들 청춘이란 원래 클리세한 것들의 모듬이 아닐까, 그래서 누구에게나 '별스럽지' 않은 것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 이를테면 이런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들을 환기시키는 (너와 나와) 그들의 <태평양>이라면 그만 깜빡 넘어가기도 하고. (단편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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