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단편선의) 음반 작업에 대해서. + <오늘나는> @두리반 Night & Day

기다리시는 분은 없겠지만, 기다리게 될 사람들을 위해 짧게 적어둡니다. 저는 2009년, 2월에 군에서 제대하여 지금까지 음반을 만들려 3번 마음을 먹었고, 그 중 하나였던 2009년 여름의 작업은 (당시 하고있던 듀오인 '은하는 반성중'의 발전적 해체와 함께) 엎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는 2010년의 초여름 정도였는데, (지금도 연대하고 있지만) 당시에도 늘 다녔던 두리반 공간에서 빈 건물공간을 이용한 로파이 레코딩을 시도하려 했고, 실제로 노이즈 록 밴드 노컨트롤의 황경하와 레코딩을 시도했던 적도 있었으나 당시 일정도 너무 많고 아직 개인적으로 작업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았다 판단하여 접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저는 2건에 대하여 '잘 접었다'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10년의 여름을 보낸 뒤 저는 (군입대를 제외한) 인생의 첫 휴학을 맞이하게 되는데(휴학을 하게 된 경과에 대해서는 따로 긴 글이 필요할 것 같아 적지 않습니다) 휴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하나, 음반을 녹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휴학의 슬로건 따위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저는 지금까지의 작업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 이 음반을 한 편의 '가족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로 아무래도 소품 위주의 작업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제가 최근의 몇 년 간 개인적으로 집중적으로 고민하던 테마가 '가족'임과도 관련이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로서는 기본적으로 소규모 홈레코딩 이상을 하기는 쉽지 않겠다 생각한 이상 아무래도 사운드를 잡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소품 작업들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후자의 이유가 더 클 것입니다.) 또한 작업을 할 때 2007년에 냈던 [스무살 도시의 밤] demo에 수록된 트랙들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옛 작업을 굳이 갖다쓸 이유가 없지, 라 생각했던 까닭에서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를 시작한 것이 9월~10월 정도이고 실제로 (비록 pre-production 단계에서지만) 어느 정도의 진척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준비하고, 또 실행하는 과정에서 저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뀔만한 계기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주로 인적 네트워크에 관련한 것일텐데, 이는 제게 조금 더 스케일을 키울 수 있는 여지들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11월달 두리반에서 가졌던 [스무살 도시의 밤] demo의 절반 정도를 3년 만에 실연했던 경험은 제게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제가 쓴 곡들을 제가 커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연주를 했습니다. [스무살 도시의 밤] demo에 대한 어떤 (불필요한 종류의) 감정들도, 아마 그 와중으로 하여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는 기획을, 다시 처음부터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내린 판단은, 그러니까 3번째로 마음 먹었던 것에 대하여, 다시 한번 '실패'임을 선언하고 처음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3번째의 시도에 대해서 모든 것을 리셋하는 것보다는 추릴 것을 추리고, 더할 것을 더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3.5번째라 부르는 것이 타당할 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많은 것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4번째라 부르는 것이 더욱 낫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지금 레코딩 세션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모집이라기 보다는, 그간 눈여겨보았던 연주자들에게 협연을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건의 경과를 보았을 때) 원하는 세션들이 대부분 원하는 자리에 들어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 빠르면 1월 중순, 늦어도 1월 말부터는 세션들과 어레인지 초안을 다듬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밴드적인 사운드'의 이점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2달 정도, 길면 3달 정도 세션들과 합주를 하는 작업을 한 후 스튜디오 레코딩을 (최대한 빠르게) 시도할 생각입니다(도와줄 스튜디오는 이미 있습니다. 합주도 아마 두리반 3층을, 휘발유값만 내면서 값싸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록할 트랙의 기준은 하나, '2006년 ~ 2011년 단편선의 작업 중 가장 좋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개인적으로 천착한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컨셉앨범처럼 만들지는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제 음반을 내년 7월달 정도까지는 만져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로서는 분명 행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전에 비하자면) 훨씬 커지는 까닭에, 제게는 지금보다 현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연주자들이 친구들이라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더 정확하게 페이를 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어떻게 조달할 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의 구성원 중 하나라는 자격이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이런 것에 대해 지출할 만큼의 여력이 있지를 못합니다. 소규모 펀딩을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하지만 수익률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라기 보다는 (생활협동조합에서의) 출자 개념이 더욱 맞을 듯합니다). 저는 어떻게든 이 부분을 해결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을 엎고, 다시 기획부터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 왔지만 저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할 것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것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늘 그래왔듯 저는 삶의 대부분을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지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곧 2011년이 올 것이고, 저는 노래나 부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저는 (아주 불미스러운 혹은 불경스러운) 일을 저지르고서 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습니다. 그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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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létariat : 단편선 play 회기동 단편선 [스무살 도시의 밤] demo 20101112 2010-12-15 12:03:47 #

    ... 다. 11월 초의 이 공연을 기점으로 2011년 초에 작업을 시작할 새로운 음반에 대해서도 재고해보게 되었다. (바로 전 포스팅인 "(회기동 단편선의) 음반 작업에 대해서. + @두리반"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포스팅에는 2009년 말 작업한 도 첨부되어있는데 전 작업들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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