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play 회기동 단편선 [스무살 도시의 밤] demo 20101112 Hoegidong Danpyunsun

단편선이 회기동 단편선의 [스무살 도시의 밤] demo을 노래하는 것을 다소 꺼린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혹은 아무는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있어 단편선은 [스무살 도시의 밤] demo를 불러야했고(굳이 이유를 들자면 금요일과 토요일에 모두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하게 된 탓에 차별성을 꾀해야했던 것이다) 그런 고로 몇 트랙을 뽑아 연주를 했다. 사실 탐탁치 않았을 뿐더러 공연 전 연습을 한번도 안 한 상황이라 (공연을)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었으나, 생각보다 관객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었다.

demo 연주에 앞서, 전날인 11월 11일(이날은 G20이 열린 날이기도 하였다) 태어난 한받 씨의 아들을 위하여 아마츄어증폭기의 <마네킨>을 커버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한두 번의 연습 밖에 안한 상태라 노랫말을 잊어 제대로 부르질 못했다.



순서는 [스무살 도시의 밤] demo에 실린 순을 따랐으며 공연의 첫 곡은 demo에서는 2번째 트랙이었던 <바람부는 인사동>이었다. (1번 트랙은 <아스피린>이었으나 스물다섯의 내가 부르긴 왠지 돋는 구석이 있어 스킵. 그러나 <바람부는 인사동> 역시 비슷한 강도로 돋는 발라드 트랙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감성포크' 정도가 될 <바람부는 인사동>은 다소 정제된 포크 발라드처럼 들리는데, 실은 단편선 개인의 치졸한 연애담에 관한 노래다. 부르는 내내, 어릴 적엔 정말로 순진(한 척)했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를 알리가 없으니, 미션 성공.



다음 트랙은 demo에서 3번 트랙이었던 <맨발>. 이례적으로 demo에 수록된 것 중에서는 제대 후에도 여러 곳에서 많이 부른 노래인데, 주로 집회 현장 등에서 불렀다. 단편선이 작업한 노래들 중 현장에서 부르기 적합한 노래들이 적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되었던 케이스다. 어쩄든 대부분의 경우 시위참여자들이 흥겨워했으니 좌파장사꾼으로서는 적절한 처신이었다 볼 수 있다. 참고로 중간에 "집으로 오는 길에 만난 사람들 / 길가에 누워자는 사람들 / 어쩌면 몇 년 뒤에 나도 저렇게 / 길가에 누워잘까 불안해"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배경이 되는 장소는 사실 남대문이다. 그리고 그 남대문은 지금 불에 타 없어진 상태이다.



4번 트랙 <아침이 오면>을 뛰어넘어(부연하자면 <아침이 오면>은 demo에 수록된 것 중 가장 정이 안 가던 트랙이다) 5번 트랙 <청바지가 걸려있는 집>을 연주했다. demo 원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노랫말 중 한 부분이 미묘하게 수정되어 있다.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도시노동자의 삶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때라(물론 지금이라고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상대적으로는 낫겠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지금까지 거리에 쏟은 수많은 시간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노랫말이 다소 추상적인, 초기작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지금은 도시노동자의 삶을 굳이 이야기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에는 분명 애를 썼다. 오히려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다음에야, 나는 다시 이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 생각한다.) 당일 연주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곡 중 하나였는데, 함께 불러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음으론 <까마귀떼>를 불렀으나 비디오가 업로드 되지 않았다.

<까마귀떼>에 이어 7번 트랙 <황무지>를 연주했다. 개인적으론 기념비적이라 할만한 트랙인데, 여러 이유로 라이브를 삼갔었다. 레코딩 때도 가장 midi를 많이 활용했던 트랙이라 실연이 아무래도 힘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음악이란 스포츠와 같은 것이라 하면 할수록 늘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해진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원곡을 들은 사람은 알겠지만 곡은 같지만 뉘앙스가 많이 달라졌다. 어쩔 수 없다. demo를 녹음할 당시의 나는 스물 둘이었고 지금은 스물 다섯이 끝나가니까. (비디오 앞쪽엔 관객에게 면박을 당하는 모습이 찍혀있는데, 당시 공연에서 멘트를 개드립 내지는 폐드립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입대 전의 공연에서는 주로 (demo에서도 마지막으로 수록된) <첫눈>을 마지막 곡으로 많이 불렀는데 이날에는 <서울사람>으로 마무리 했다. 다른 이유는 없고, demo가 발매되었을 당시 많이들 좋아해주신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편선 본인으로서는 정말 좋아하지 않는 트랙이다. demo를 녹음할 당시에도 그리 성에 차질 않았고 이후로는 개인적인 음악관이 바뀌면서 더욱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너무 ~ 스럽다.) 이날의 연주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으나(특히 <황무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틀린 곡이라 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2절의 마지막을 1절과 똑같이 불렀다(원래 다르다). 하지만 관객들의 대부분이 [스무살 도시의 밤] demo를 듣지 않아 거의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헀을 것이다.



11월 초의 이 공연을 기점으로 2011년 초에 작업을 시작할 새로운 음반에 대해서도 재고해보게 되었다. (바로 전 포스팅인 "(회기동 단편선의) 음반 작업에 대해서. + <오늘나는> @두리반"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포스팅에는 2009년 말 작업한 <오늘나는>도 첨부되어있는데 전 작업들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개인으로서도, 격세지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들어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이 모든 비디오를 업로드해주시는 존 도우(twt @wp2gh)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는 진정으로 힘이 되는 리스너이기도 하다.

덧글

  • 캐콘 2011/11/07 22:59 # 삭제 답글

    아우...까마귀 떼 듣고싶은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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