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보다] 2010년 올해의 앨범 단편선 필자 개인 리스트 View

 또 한해가 지났습니다. 예년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라면 아마 이제는 식구들이 뭐라 말하기 전에 이미 내복을 먼저 꺼내입는 나이가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심없이 1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고, 또 가장 좋아했던 음반들을 기록했습니다. 결산에 들어가기 전에는 조월, 49몰핀스, 스트레칭 져니, 3호선 버터플라이, 아마츄어 증폭기, 코코어 등의 멋진 신보가 줄을 이었던 작년에 비해 아무래도 기억에 남을만한 음반이 적지 않을까, 우려를 했지만 막상 돌아보니 이번 해에도 마음에 담아둘 음반들이 많았습니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으며, 또 미처 기록하진 못했으나 음악씬을 풍성하게 해준, 특히 홍대앞의 로컬 씬에서 지금도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는 많은 음악인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만 1위를 뽑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2010년에 한국에서 나온 작품 중 제가 진심으로, 몸과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 없지 않았나,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개인 심성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번 해에는 여러 사정상, 필진으로서 아주 부진하였기에 리스트에 올린 디스크 한 장 한 장에 달 코멘트를 짧은 리뷰를 한 편 씩 쓴다는 심정으로 썼습니다. 그래봤자 또 지금까지 그래왔듯 먹물워너비들의 현학 놀음 이상 이하도 아닌 것들 뿐이지만, 성실히 쓰려곤 노력했습니다(그러나 노력이 늘 결과와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못 썼으면 못 쓴대로, 잘 썼으면 잘 쓴대로 그것이 제 현주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을 할 순 없었습니다.

 올해도 다 갔고, 다시 다음 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 또한 즐거운 일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로컬 씬에서라면, 특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트램폴린, 얄개들, 앵클어택, 아톰북,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신보, 혹은 데뷔음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지한 저라지만 이 정도는 여러분들에게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는 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같이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읽으실 분이 몇 없겠지만 (간만에) 글이 긴 편이니, 혹 보시려 마음 먹으셨다면 편한 시간에 나누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best 20(국내)

1. -

2. 반란 [Stop 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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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란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기고에서 쓸만큼 썼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주 강력한 로컬 밴드의 탄생”이다. 특히 스컹크헬이 문을 닫은 이후 안정적으로 장르의 재생산이 가능한 공간이 부재하는 등 여러 이유에서 (물론 아직도 좋은 밴드들이 적잖이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역동성을 보이진 못하고 있는 하드코어/펑크 씬에서 돌연 튀어나온 성과라는 점이 더욱 주목되는 요인이다. 덧붙여 (지난 글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군의 스피드 코어 밴드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밴드들이-심지어는 일견 저항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그룹들마저-통상적으로는 ‘추상적’인 가치를 곡에 담아내는데 반해,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아주 ‘구체적’인 억압 기제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음반의 타이틀이기도 한 “Stop Ko.!"라는 외침이 흰소리는 아닌 셈이다. 보기 드물게 수신인이 정확한 분노, 우리는 이를 두고 ‘그것이 바로 한국이다!’라 말할 수 있을까? 거리에 낭자한 분노들의 총체로서의 ‘한국’, [Stop Ko.]의 타격지점은 정확히 ‘그곳’이다. 한국 하드코어/펑크 씬의 문제작으로, 분명 기억될 것이고 기억되어야 한다.

3. 윤영배 [이발사](EP) 




 







  대부분 단 한 대의 기타로 연주된, 그리고 그리 살짝 비염 걸린 듯한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단촐한 구성. 그러나 들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어떤 허전함이 아닌, 오히려 그리 밀도 높지 않음에도 적절한 농도로 촘촘히 뿌려진 기타 워크의 ‘단아함’과 충분하게 배려받은 나머지 여백으로부터 발산되는 반향으로 인한, 말로 일일이 다 표현할 수 없는 울림들의 공명이다. 그가 ‘기다림’이라는 어떤 막연함을 시간 속에서 몸소 체험한 이인 탓일까? 제 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의 수상 이후로 17년 만의 데뷔, 라는 사실이 괜시리 무게감 있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막상 [이발사]에서 그는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되려 그는 최대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과 기타, 그리고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소곡이 다섯,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운 것이 오히려 ‘장인’의 내공을 돋보이게 한다. 

 아주 훌륭한 소품집이지만, 이쯤에서 상찬을 끝내고 지면을 빌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실은 이 짧은 EP를 들었을 때 감동했던 꼭 그만큼 우울했던 것은, 말했듯 윤영배가 17년 전에 이미 ‘(지금과 같은 의미는 아니겠지만) 씬’에 등장한 인물, 어찌되었건 이전 세대에 속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단군 이래로’ 같은 말은 과장이겠지만 90년대 중반 홍대앞 로컬 씬이 형성된 이후의 시기만을 보자면 (펑크씬의 퇴조와 함께 라운지 뮤직, 인디 가요, 장기하 등의 상승세, 그리고 홈레코딩 기술의 발달에 힘을 입은 결과로) 아마 지금이 가장 통기타 하나만을 들고 데뷔하기 좋은 시대, 포크의 융성기임은 분명해보이는데 이전 세대들에서 달성했던 한국 포크의 미학을 넘어설 만한 진취적인 시도들이 없다는 것은 (지금 씬에 있는 젊은 포크 싱어들의 퀄리티를 떠나)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2000년대 후반, 포크 씬의 유일한 성취는 장기하에 있을지도 모른다.) 늘 르네상스일 순 없겠으나, 어찌되었건 양적으로 충만한 지금이 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다소간의 아쉬움을 자아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젊은 포크송라이터들이 윤영배의 이 짧은 EP를 듣고서 느껴야되는 감정은 ‘경외심’ 보다는 오히려 ‘시기심’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래야 마땅하다 생각한다(라지만 강요할 순 없겠다).

4.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서울불바다] 같은 음반을 비록 개인의 리스트지만 best 중 하나로 올린다는 것은 어찌보면 전략적인 선택이다. 어차피 [서울불바다] 같은 음반을 best로 올릴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곤 얘기하지만 우리 웹진의 결산에서는 윤하 씨도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음반은 불량품에 가깝다. 악곡이니 뭐니, 그런 문제를 떠나 레코딩이 엉망이다. 트랙과 트랙 간의 볼륨도 맞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뻔뻔하게도 부클릿의 가장 마지막 장에는 트랙에 걸쳐 볼륨이 평등하지 못함. 이는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표현하려는 (청자를 불편케 하는) 음악적인 시도임.”이라 써놓았다. 이건 변명에 불과하다. 직접 적어놓았듯 대부분의 곡을 “합주실에서 직접 녹음하고, 믹싱했”기 때문이다. 전문 녹음실이 아닌 곳에서 속칭 ‘야매’로 녹음했으니 사운드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불량품을 만들어놓고서 변명 따위나 해대는 것은 분명 ‘기만’이다.

 그러나 밤섬해적단에 있어, ‘기만’을 욕하는 것은 뭔가 핀트가 어긋난다. 오히려 밤섬해적단에게 ‘기만’은 일종의 전략이다. 예를 들어 오프닝 트랙인 <나는 씨발 존나 젊다>에서부터, “나는 씨발 존나 젊은 인디 뮤지션 / 아무데나 술을 먹고 퍼질러자네 / 나는 씨발 존나 멋진 이십대 청춘 / 아무데나 쓰레기를 갖다 버리네” 따위의 자조적인 메시지를, 그러나 가장 마초적인 스탠스에서 전유하고 있다. 42트랙을 통틀어, 이러한 전략은 일관적으로 관철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우파, 혹은 수구꼴통의 스탠스를 ‘코스-프레’하여 쓴 노랫말(이라기보단 ‘개소리’에 가깝다)을 지저분한(그러나 말했듯 후진 레코딩을 경유한) 그라인드 코어/펑크 사운드에 얹는 것이다. 물론 당파적인 그룹이 아니다보니, 386은 물론 좌파들도 종종 공격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전략이 모두 ‘기만적’이라는 것 자체는 동일하다. ‘기만’을 주요전략으로 음반 전체를 구성해냈다는 점에서, 최소한 한국의 로컬 씬에서 밤섬해적단은 유례없이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의 키치들, 이를테면 삐삐 밴드나 황신혜 밴드 등이 행했던 작업들을 훨씬 더 급진적인 버전, 또한 정치적인 버젼으로 반복한 것이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키치가 급진적일 수 없다는 의미에서, 밤섬해적단은 키치가 아니다. 밤섬해적단에게선 ‘세일즈’의 범주를 넘어서는 과잉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음반과는 달리 현실의 공연장에서 밤섬해적단은 고출력의 브루탈 펑크 사운드를 선사하는 강력한 라이브 밴드이기도 하다. 라이브에 비하자면, [서울불바다]는 일종의 ‘모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어쨌단 말인가? ‘그 자체로 기만적일 것’, 그것이 아마 밤섬해적단에 있어선 일종의 규범이자 정언명령이지 않을까.

5. 비둘기 우유 & Bliss City East [Bliss City East 그리고 Vidulgi Oo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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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쪽에 수록된 Bliss City East의 트랙들에 대해선 말하지 않도록 한다. 다소 복고적인 인상을 주는 슈게이즈, 그것을 빼고선 말할 것이 별로 없는 까닭에서다(지루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탁월하지도 않다). 이 스플릿의 핵심은 필연적으로 앞선 쪽, 그러니까 비둘기 우유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구불구불한 싸이키델릭 사운드가 인상적인 <Mosquito Incognito>로 시작하여 일렉트로니카의 어법을 차용한 <Dusky>와 명백한 슈게이즈 드림팝 <Mermaid Queen>을 지나 <Goodnight Shining>까지; 어느 트랙 하나 도드라지지 않는 것이 없다. 특히 (진취적인 시도들을 선보이는) 앞선 트랙들과 달리 장르 컨벤션에 충실하면서도 밀도높은 연주로 클래식한 감성을 자극하는 <Goodnight Shining>은 그들이 최소한 ‘어느 곳’엔가는 도달하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는 기념비적인 트랙. 단 네 트랙으로 비둘기 우유는 그들 커리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달성하고 있다. 마치 유화물감이 덕지덕지 묻어 그 촉감이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몇 점의 강렬한 추상화 연작을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나 뿐일까? 한국적인 상황에서라면,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소수로 구성된) 한국의 로컬 포스트-록/인스트루먼틀 씬의 표준을 몇 계단 이상 올려놓은; 수작 중의 수작.

6. 니나이언 [For A Little Cr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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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에 대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이 음반을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선지 [For A Little Cruise]의 발매날 몇 번이나 신촌의 H음반사를 들러 발매가 되었는지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이 음반의 포인트는 (우리가 ‘포스트-록’이라 통칭하곤 하는) 일련의 인스트루먼틀들의 장르적 컨벤션인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서사와 아름다운 선율’에 있지 않다(그런 것들은 가장 첫 트랙인 <Only Moment Spent Within You>에 이미 모두 들어있다). 오히려 이 음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라 할만한 것들은, 역설적으로 그것들(서사와 아름다운 선율)의 ‘돌연한 사라짐’ 속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표제곡인 <Little Cruise>에서 시종 불길한 앰비언스가 지배하는 와중 등장하는 주선율은 채 30초도 버티질 못하고 사라지며, 트랙이 넘어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게 등장하는 다음 트랙 <Walking On Moon Beams>에서도 역시 2분이 넘어갔을 무렵에야 등장하는 드러밍과 함께 무엇인가 진행되려는 찰나, 트랙은 어느새 페이드-아웃된다. 음반을 통를어 가장 파퓰러한 튠 <Sun Sun Sun>에서도 마찬가지로,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은 빛을 발하지만 그것은 높은 어디론가 가는 것도, 낮은 어디론가로 흐르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 이내 페이드-아웃된다(그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 <Wish I Were Here Without You>만큼은 포스트-록의 컨벤션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수미쌍관 내지는 대구를 이루고 있다 볼 수 있겠다).

 ‘고양(高揚)’이 아닌 ‘사라짐’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히 장르 컨벤션에 대한 재해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니나이언을 정확히 말하지 않고, 다만 “For A Little Cruise”라 넌지시 가리킬 뿐이다. 하지만 정작 그곳을 향하는 모든 선율은 ‘사라진다’. 그렇다면 니나이언의 이 작은 앨범을 조심스레 ‘없음’, 즉 ‘무(無)’에 대한 모증의 은유로서 읽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미에서 레이블 측에서 작성한 이 음반의 소개 중 ‘브라이언 이노’와의 비교하는 대목이랄지, “물가를 노닐 때 좋은 '엠비언스'”라는 식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정말 동의할 수가 없다. 브라이언 이노와는 전혀 다른 음악인데다, 그렇게만 소비되기엔 너무 진지한 음반이다).

7. 아이 앤 아이 장단 [Guidance]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부터 얘기하자면, 그들의 데뷔작이기도 했던 [Culture Tree] EP에 비해 (밀도 높아진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덜 공격적인 까닭에 라이브에서의 ‘흥취’가 살짝 감해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에서 경우에서 보여주었던 댄서블한 일렉트로니카와의 이종교배 같은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다소 아쉽다(<둥그리 당당>은 간이곡의 느낌이 너무 강하고, <컬츄리>의 경우에도 역시 뭔가 미진한 느낌이다). 그러나 일단은 여기까지. 아마 앞서 말한 것도 개인의 취향을 타는 것 뿐이지 않을까? [Guidance]는 탁월한 음반이다. 한국에선 소수 장르인 레게에, 그것도 덥(Dub). 하지만 아이 앤 아이 장단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러 ‘로컬’한 요소들을 ‘비빔’하여 독특한 꼴라쥬를 선보이고 있다. 재료의 맛 자체가 워낙 좋은 탓일까? 각 파트를 나누어 듣는 것도 맛나지만 기본적으로 합(合)이 좋다. 서로에게 분명한 시너지다. 특히 티벳의 음악가 Kharang Penpa와 함께 “Free Tibet!"을 외치는 <랑젠>은 가히 화룡점정이라 할만 하다. 다만 덥 콘트롤러인 프랑소와가 본국인 프랑스로 귀국함에 따라, 또한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당분간 그들의 라이브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점만은 안타깝다.

8. 진보 [After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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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트랙 <I 27>을 플레이하자마자 느껴지는 왠지 모를 가벼운 질감; 그러나 이어지는 만화경 같은 트랙, <U R>을 듣고 반하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까? 앱스트랙 힙합이 아님에도 서사의 전달보다는 질감과 음악적인 흐름에 보다 중점을 두어, 역설적으로 한국 땅에서 창작된 어떤 블랙뮤직보다도 시적(poetic)인 감흥을 주고 있다. 다채롭다 못해 다소 간의 방만함마저 느껴지는 야심찬 타이틀 트랙 <U R>이 [Afterwork]에 대한 일종의 자기-반영적인 꼴라쥬로서 기능한다면, 이후의 트랙들은 보다 한 색상 한 색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인상; 하지만 각자의 맛이 간간하니, 또한 흠잡을 데가 없다. 인스트루먼틀이 강조된 와중 시종일관 관철되는 레트로한 튠이 어떤 고집마저 느끼게 하는, 말했듯 시적인 음반. 2010년 한국 블랙뮤직 씬에서 나온 작품 중 가장 확고한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9.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 [슈퍼세션] 



 이 음반이 이룬 미적 성취에 대해서, 내가 굳이 덧붙일 말은 별로 없다. 올드한 사람들이 올드하게 연주하여 올드하게 모아낸 음반이고, ‘올드’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에 대한 비평적인/대중적인 평가는 이미 십수년도 더 전에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쓰자면, 신촌블루스와 주찬권의 솔로 음반들, 그리고 80~90년대의 투박한 포크 록 사운드가 적절하게 포진한 음반이랄까. 셋의 합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내가 말할 순 없다. 자신들의 색을 최대한 밀어붙였다기 보다는, 서로가 과시하지 않고 어울리는 편을 택한 음반으로 보이는 까닭에서다. 다만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 음반엔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같은 죽여주는 (한국식) 블루스를 필두로, 매력적인 트랙들이 즐비하단 것이다. 현재 음악씬의 흐름과는 거의 아무런 상관도 없는 디스크지만, 올드하다는 이유로 배제될 순 없다.

10. 가을방학 [가을방학] 



 누군가가 언급했던 ‘젠더 게임’이라는 틀로, ‘거리두기’와 모호함‘이라는 키워드로 가을방학에 접근해도 좋을 것이다. 가을방학의 ’퀴어적‘인 재미는, 확실히 그것이 ’프로젝트(project)‘라는 데 있다; ’앞으로(pro-)‘ ’내던져진(-ject)', 그러니 (‘내던져진’이란 형용사에서도 알 수 있는) 그것은 세계적 질서에 대한 일종의 적극적인 교란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본인들에게 묻는다면 ‘좋은 것을 했을 뿐이다’라는 대답 이상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효과는 의도를 넘어선다.) ‘프로젝트’라는 형식에서 또한 재미있는 것은 ‘작가’라는 인격체에 괄호를 쳐놓고선, 대신 페르소나(persona)를 앞세우는 것이 쉽게 용인된다는 점이다. 그런 고로 리스너들은 가을방학을 정바비로 환원하지도, 계피로 환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태도야 말로 가을방학을 가장 (기획자인 정바비의) ‘의도’대로 듣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라면, 오히려 그것이야 말로 가장 적극적으로 정바비-계피에게로 환원되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게임의 룰은 짠 것은 정바비, 게임의 안쪽에서 그를 이길 순 없다. 우리는 당분간, 쭉 아리송해할 것이다. 그 자체가 ‘의도’임을 종종 잊은 채. …라 쓰고선 “<동거>는 진짜 쿨싴”이라 읽는다….

11. 선결 [EP](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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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다분히 긍정적인 의미에서라면) 난데없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줄리아 하트, 이스페셜리 웬을 거친 김경모가 돌연 런던에서 들고 돌아온 선결의 [EP]는 단 네 곡, 2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디스크지만 그 안에는 멋진 드림팝 소품들이 담겨 있다. 특이한 점은 (물론 런던 뮤지션들의 조력이 작지 않았겠지만) 담긴 네 트랙을 통틀어 한국적인 미감(美感)이 발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인데, 단순한 곡조의 문제가 아니라 악곡을 구성하는 방식, 이를테면 다층적으로 레이어를 쌓아올려 층 간의 차이를 바탕으로 질감을 구성해내는 구성하는 작업방식 자체가 낯설다(물론 다분히 한국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이야기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가? 결과적으로 [EP]는 (수많은 레이어들의 겹쳐쌓기에도) 마감이 잘 되어 듣기에 부담이 없는, 가득찬 선율들의 ‘향연’을 선사해주고 있다. 말했듯 레이어들이 한 층 한 층 잘 세공된 덕분에 전체적인 인상을 훑을 때도 아름답지만 하나하나 분별해 들을 때도 결코 작지 않은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은 [EP]를 더욱 각별한 ‘그것’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코즈모폴리턴적인 감성이 도드라지는, 팝 오브 팝 오브 팝.

12.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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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의 단평에서 좋은 얘기는 다 했고, 또 다 나왔다. 누군가는 ‘닮고 싶은 목소리, 닮고 싶은 멜로디’라 썼고 누군가는 ‘just pop'을 외쳤고 누군가는 ’노스탤지어‘를 말했고 나는 ’노랫말‘에 대해 썼다. 이 정도라면 한 팝 음반에서 나올 수 있는 상찬은 거의 다 나온 셈 아닌가? 전체적으로 안정된 밸런스를 가진, 웰-메이드로 볼 수도 있겠다. 실제로 타이틀인 <말해주세요>는 독립영화계의 스타인 윤성호 감독의 인디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시그널로도 쓰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9와 숫자들이 여러 연령대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인데(우리 아버지도 좋아하시더라…) 그것은 아마 스톤 로지스나 펫숍 보이즈, 산울림 등, 소위 ’노스탤지어‘를 일으킬만한 음악들을 주요 레퍼런스로 삼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노랫말도 로컬 씬에서 나온 것치곤, ’애수‘가 깊게 베어난다(많은 대중가요에서 보이는 ’신파‘와는 분명 다른 정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실제로 ’그런 시대‘에 살았던 이들과 ’그 이후(아마 90년대 이후, 냉소주의가 시대정신이 된 시대)‘를 사는 이들이 과연 ’같은 의미‘에서 9와 숫자들을 받아들이고 있을까?”이다. 그렇다면 세대의 관점에서 다층적으로 분할된 리스너들 사이에서, 9와 숫자들이 ’봉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선 준비 중이라던 EP가 선을 보인 후에 답을 해도 늦지 않으리.

13. 조정치 [미성년 연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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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웹진의 필진 중 한명인 봉현 씨는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늘 ‘윤종신 이별노래의 우수성’을 설파하곤 하는데, 개인 취향에는 안맞는 지라 뭐라 할순 없겠고, 대신 이번 해를 통릍어 ‘연애’를 테마로 한 디스크 중 한 장만을 뽑으라면 아마 내 선택은 [미성년 연애사]가 되지 않을까. 윤종신 이별노래에서 종종 ‘어른의 찌질함’이 묻어난다면 조정치의 그것에선 대신 ‘어른의 여유’가 묻어난다. 물론 둘 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하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내게 위로 내지는 위안이 되는 것은, 역시 후자 쪽. 봉현 씨보다 내가 조금 더 어려서 그런 것일까? 확실히 나는 <늙은 언니의 충고>라든지 <사랑은 한 잔의 소주> 같은 트랙을 들을 때마다 드는, 뭔가 ‘훈수 받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것은 조정치가 왠지 ‘꼰대’ 보다는 ‘위트 있는 형님’ 같은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음반의 장점은 많지만… 왠지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추악하기 그지없는 연애사를 까발리지 않고선 못 베길 것 같아 이만 줄이다. 아차, 늘 ‘참 잘했어요’ 도장 세 개쯤은 예약해두었던 우수 레이블 ‘롤리팝 뮤직’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14. 줄리아 하트 [B](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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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테면 재확인. 음반의 포문을 여는 <하얀 마법 속삭임>의 영롱한 첫 번째 기타 리프를 듣자마자 “아, 줄리아 하트!”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본인에게는 소중하지 않은 디스크가 없겠으나) 줄리아 하트의 작업치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전작 [Hot Music]의 그늘을 한달음에 걷어내는 쾌작. 곡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굳이 언급하자면 ‘딱 줄리아 하트’다) 정바비의 가사 감각은 여전히 빛을 발하는데, 이를테면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 내가 좋아하고 있는지 / 너는 몰랐으면 좋겠어 / 너는 절대 모르길 바래”라는 노랫말 바로 뒤에 “아니 알게 됐음 좋겠어 / 아니 몰랐으면 좋겠어 / 아니 알아줬음 좋겠어 / 아니 역시 모르길 바래”를 붙이는 감각, 이런 ‘츤데레’를 이렇게 애틋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감각이라면 감각, 능력이라면 능력. 예전에 어딘가에서 언급했듯, 누구나 ‘청승계의 레전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건 정바비로선 가을방학과 더불어 2회 연속 2루타인 셈인데, 정작 [B]에 대해 정바비는 라이너 노트 격인 글에서 시크하게 “사실 이번 EP엔 아무런 컨셉이 없습니다. 그저 30여 곡 중 젤 좋은 노래들을 추렸을 따름입니다.“라 언급했을 뿐이다. 그 자체가 컨셉이건 아니건, 그가 현 홍대앞 로컬 씬에서 가장 영리한 음악가 중 한 명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15. 모임 별 [Paci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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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보의 첫 싱글 격인 <태평양>에 대해서는 이미 을 남긴 바 있으니 참고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모임 별에 있어선, 더욱 단순해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한다. 물론 여러 문화/사회적 맥락 속에 위치하기를 자초한 면이 있으나(당연히 이는 함께 제공되던, 혹은 그것이 오히려 주가 된 것 같았던 ‘월간 뱀파이어’를 겨냥한 것이다) 그런 와중 모임 별의 '음악‘에 대해선 오히려 언급하지 않는/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으로 된 것은 해당 음악가에게나 리스너들에게나, 심지어는 비평가들에 있어서도 독(毒)이라 볼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는 한국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음악들이 ’비평적‘으로 읽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확히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케이스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질문을 해야할 것은, 모임 별은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가‘가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디테일한 부연은 생략하도록 한다. 힌트가 있다면, 모임 별은 점차로 ’부연이 덜 필요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중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은 여기까지.

16. F(x) [Nu 예삐오](EP) 



 작년 결산에서 F(x)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차게 까인 것을 기억한다(나는 여전히 카라보다는 F(x)가 훨씬 낫다는 쪽이지만, 그와는 별도로 내가 무리수를 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미안하지만 2010년에도 한번 더 F(x)의 손을 들어주어야 겠다. 카라가 일본 진출에 성공했건 말건 말이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누군가에겐 오글거리겠다만 나는 이렇게 훌륭하게 ‘중딩 정서’를 체화한 그룹을 본 적이 없다(나를 지배하는 핵심적인 정서인 ‘중2병’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그럼에도 ‘유치하다’ 일갈할 수 없는 것은 시종 강력한 파티 트랙을 선보이고 있는 까닭에서다. 특히 <Nu 예삐오>를 비롯하여 <Me+U>는 올해의 아이돌팝 리스트에서 수위를 차지할, 멋진 싱글들이다. 팬덤을 중심으로 분석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욱 많이 논해져야할 EP. 아이돌 산업에 대한 클리세한 비판들은 일단 사절하겠다. + 하나만 덧붙이자면, <Surprise Party>까진 애교로 봐준다쳐도 <Sorry> 같은 무의미한 트랙을 집어넣는 것은 이제 그만하자. 그런다고 더 팔리는 것도 아니다.

17. 크래쉬 [The Paragon Of Ani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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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래쉬는 ‘늘 트렌드를 좆아’왔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국내적인 트렌드라기보다는 보다 국제적인 규모의 메탈씬의 트렌드를 겨냥한 것인데, 그래서 크래쉬가 잘 해왔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길 다소 주저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잘하면 세계수준에 근접, 못하면 카피 밴드’로 전락하기 십상이며, 크래쉬는 그 사이를 계속 왔다갔다 했기 때문이다(굳이 따지자면 초기의 음반들에서 조금 더 좋은 상태를 유지했다면, 근작으로 올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The Paragon Of Animal]은? 사심없이 ‘괜찮은 헤비니스 음반’이라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싱글 컷된 <Crashday> 와 더불어 근래의 트렌드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잘 풀어낸 후반부는 아주 박진감이 넘친다(재미있게도 자신들이 늘 해오던 다소 ‘올드’한 쓰래쉬 메틀의 향이 짙은 트랙들이 오히려 다소 처지는 인상이다). 원년멤버인 윤두병의 복귀로 인한 것인지, 혹은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크래쉬가 페이스를 되찾은 것만은 확실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18. 정민아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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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상]에 대해 일찍이 을 기고한 바 있으나 고민과 역량이 부족했던 탓인지, 별 영양가 없는 모호한 글로 남았을 뿐이다. 한해를 결산하는 리스트에 [잔상]을 높은 순위에 올려놓는 지금에도, 내가 기악 위주의, 또한 (역설적이게도 생소한) 국악기 가야금을 바탕삼아 재즈와의 접합을 시도하는 이 크로스오버 음반의 장점에 대해 가진 언어로서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사실 의문이 간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백문이 불여일견, 이번 음반에서 반 수 정도의 곡에서 베이스를 도운 서영도와 함께 하는 실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다행히 연초에 비디오 블로그 렉엔플레이넷에서 기록한 비디오가 있어 그것으로 대체해도 크게 나쁘진 않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확실한 것은, 정민아에게 [잔상]은 분명한 도약으로 기록될 음반이라는 점이다. [잔상]에 실린 <잔상>과 그녀의 첫 공식 레코딩이었던 [애화]에서의 <잔상> 사이에서 느껴지는 역량 차이를 보아서도, 왠지 아쉬움이 남았던 전작 [상사몽]과 비교해서도 그렇다. 창작곡들 위주로 정규음반을 구성하다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지게 된 연주 위주의 음반인 만큼, 원래 계획에 있었던 다음 작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 기품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19. 카프카 [The Most Beautiful Thing](EP)

 디스토피아의 시대는 정말로 갔는가? 우울하면서도 댄서블한 일렉트로니카 팝의 적자, 카프카는 불행히도 한번도 걸맞는 조명을 받아본 적 없는 듀오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치고 들어올 듯하다 이내 도약하는 인트로가 인상적인 <Cipher Key>부터 달콤함과 암울함의 절묘한 배합이 빛나는 팝튠 <The Most Beautiful Thing>, 트립합의 기운이 감지되는 <Silence>, 육중한 리프에 잔뜩 드라이브 걸린 보컬이 왠지 잊혀진 세기말를 다시 환기시키는 것만 같은 <When You Wake Up>과 <Miss World>, 그리고 다시 바닥으로 침잠하는 <Fall To Love>까지 모든 트랙이 저마다의 스타일로 생동하는 것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의 그룹임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방금 언급했듯) 표제곡인 <The Most Beautiful Thing>은 말 그대로 강한 훅마저 겸비한 강력한 팝튠. 전작 [Notingness]까지의 난점이었던 다소 평면적이었던 사운드도 본작에서는 거의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주목’이다.

20. 이아립 [공기로 만든 노래]



 아직 솔로로서는 세 장의 음반 밖에 내질 않았지만, 벌써부터 누군가는 ‘이아립은 늘 똑같다’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이긴 하다. [반도의 끝]부터 일관된 ‘병풍’이라는 컨셉과 역시 일관되게 미니멀한 포크 기타 아르페지오, 그리고 그 위에 얹히는 이아립의 살짝 허스키한 톤의 목소리. 이에 질리는 이가 있다면, 굳이 찾아듣지 않아도 될 요량이다. 다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럼에도 이아립은 최소한 확고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 송라이터라는 사실이다. 그에 더하자면 [공기로 만든 노래]는 소위 자기 스타일의 ‘앰비언스’라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 듯 들리는 몇 안 되는 포크 음반이기도 하다. 서두에 ‘늘 똑같다’라 쓰긴 했으나 [공기로 만든 노래]는 지금까지 이아립이 만든 음반 중 가장 따듯한 음반이기도 하다. 그녀가 스웨터로 처음 데뷔를 할 때 종종 ‘요정’이라 불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리스너라면, 살짝 센치하면서도 왠지 세월의 결이 묻어나는 듯한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를 들으며 격세지감을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직 우리는 ‘이아립’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프리미엄’을 붙여줄 이유가 충분하다 생각한다.

best single 20(국내)

1. 비둘기 우유 <Goodnight Shining>
2. 진보 <U R>
3. 가을방학 <동거>
4. F(x) <Nu 예삐오>
5. 9와 숫자들 <그리움의 숲>
6. 선결 <I'll Write When I'm There>
7.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8. 아이 앤 아이 장단 <랑젠>
9. 태양 <I Need A Girl>
10. 모임 별 <태평양>
11. 미스 에이 <Bad Girl Good Girl>
12. 카프카 <The Most Be
13. 뇌태풍 <너무 많은 너무 적은>
14. 줄리아 하트 <하얀 마법 속삭임>
15. 샤이니 <Lucifel>
16. 아이유 <좋은 날>
17. 이아립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
18. J <사르르>
19. 옥상달빛 <옥상달빛>
20. 갤럭시 익스프레스 <레게치킨>

best 20(해외)

1. Sun Kil Moon [Admiral Fell Promises]
2. Fang Island [Fang Island]
3. Gonjasufi [A Sufi and a Killer]
4. Beach House [Teen Dream]
5. Ariel Pink's Haunted Graffiti [Before Today]
6. Actress [Splazsh]
7. Envy [Recitation]
8. Flying Lotus [Cosmogramma]
9. The Liminanas [The Liminanas]
10. Diego Bernal [Besides…]
11. El Guincho [Bombay]
12. Oni Ayhun [OAR004]
13. Dum Dum Girls [I Will Be]
14. Le Futur Pompiste [Le Futur Pompiste]
15. Autechre [Oversteps]
16. Thieves Like Us [Again And Again]
17. Arcade Fire [The Suburbs]
18. Gigi [Maintenant]
19. Mount Kimbie [Crooks & Lovers]
20. Alcest [Ecailles De 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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