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9 Okkyung Lee / Noise + Others @SSAM에 대한 짧은 기록. Night & Day

어제 있었던 <Okkyung Lee / Noise + Others>에서, 물론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은 공연이 된 듯 하지만 한편으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던. (내가 기획자였던 것도, 기획에 참여한 입장도 아니니 어디까지나 관객의 입장에서.)

1-1. 404의 경우에선 음악가가 의도한 것과 비슷하게 사운드가 연출된 듯 들렸던 반면, 밤섬해적단과 반란의 경우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인상이 계속 들었다. 밤섬해적단 때는 본의 아니게 거의 PA 앞에서 연주를 듣게 되었는데 폐허의 디스토션 걸린 베이스 사운드가 PA로는 거의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앰프에서 꽤 키워놓았으니 PA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올리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뭔가 풀죽은 사운드'가 연출되었지 않았나는 생각. 반란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로 기타 사운드가 이유없이 굉장히 죽어있었다. 밤섬해적단과 반란은 '과잉'이 기본전략인 밴드들인데(404는 그렇지 않다, 라고 생각된다) 기타팝 마냥 '적절히' 뽑아놓으니 아주 난감했다. (다만 드럼의 댐핑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 정도는 좋았다.)
 
1-2. 개인적으로 SSAM에서 공연을 적잖이 봤으나 이런 종류의 '큰' 사운드를 내는 팀들이 공연할 때 유독 아쉬움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엔지니어와의 커뮤니케이션 때문이 아닐까? 밴드의 입장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이고, 아마 기획자 선에서 해결해야되는 문제일 것인데(물론 다함이 잘못했을 것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엔지니어마다 '성향'이란 것이 있는지라 그렇게 쉬운 문제도 아니고. 내가 엔지니어링에 이렇게 할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라 뭐라 말할 수는 없겠으나-하지만 나도 종종 엔지니어를 볼 때가 있다-SSAM에서 '게인'을 더 주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확실한 듯 싶다.

1-3. 딱히 SSAM과 관련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음반 작업에 들어가기 전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하여) 국내외의 것을 막론하고 여러 음반들을, 주로 사운드에 포커스를 맞추어, 듣고 있는데 듣다 보면 '(국내/국외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계속 의식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주 실물적인 레벨에서, 분명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1-4.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결과적으로 음악가들이 최소한 엔지니어링, 그리고 크리티컬 리스닝에 대한 '기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부터. 이것은 기술적인 부분이고, 심지어 자신이 '자립음악가' 같은 타이틀을 걸 생각이 없다 해도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테면 '교양'이랄까?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를 '기술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 소위 '홍대앞 로컬씬'이나 '음악계'에서 '충분히 있을 법 하되/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이런 '교양'을 어렵지 않게 쌓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이를테면 나는 작년 카바레 사운드에서 '문지문화원 사이' 공간을 이용하여 진행한 일련의 '교양 강좌'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카바레 사운드에서 강좌했던 내용은 대략 홈레코딩/음반 홍보-유통/음반 디자인/뮤직비디오 촬영 등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기억에 수강료도 크게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분명히 이러한 기술 등은 조금 더 알기 쉬운 형태로 '공유'될 필요가 있다. (기술이란, 그것이 '손맛'처럼 아주 핵심적인 비밀기술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공유될 수록 좋고 또한 공유되어야만 한다.) 전문가가 아닌, 연주자와 창작자를 위한 말 그대로 basic으로서의 기술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기술자-공간-음악가, 그리고 이를 묶어내는 기획자.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 404의 정세현이 밤섬해적단에게 비디오(제목은 <존나 쓸데없다>)를 사사했는데, 꽤나 재미있다. 역시 404TV 같다, 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후반작업을 조금 더 해서 넷 상에 유포할 생각이라는데, 기대해도 좋다.

3. 이옥경의 연주야 저번에도 보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좋았다. (물론 함께 한 음악가가 다르니 홍철기, 진상태, 최준용 등과 함께한 전의 연주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날 이옥경은 박다함, Dydsu와 협연했다.) 첼로를 말 그대로 조지는데, 사실 조지는 part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변형된 트레몰로 주법으로 특정 주파수 대를 집중적으로 켜는 part. 마치 새소리, 인간의 신음소리 등을 첼로로 음차한 듯 들렸다. 듣는 내내 슬래셔 내지는 고어가 생각날 수밖에 없었던. Dydsu는 간간이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기는데, 이번의 협연은 상당히 좋았다. 성실하게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박다함은 엔지니어 쪽에서 볼륨을 많이 다운시킨 탓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전에 보았던 언젠가의 모나미153 연주에서 박다함은 (404의 멤버이기도 한) 정세현을 다 잡아먹을 정도로 고출력의 노이즈를 선보인 적 있었는데, 역으로 아주 훌륭한 연주로서 기억되고 있다. 아마 3명의 밸런스 set이 달랐다면 또한 굉장히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4. 404의 음악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만날 기회가 있다면 물어보겠다. 그와 별도로, 아주 마음에 들었던 트랙들이 몇 있다. 정말 훌륭했다. 그 중에서도 ↓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마침 비디오도 업로드 되었다.

http://goo.gl/eq0T4 (@sairion)

5. 관객들은 왠지 크게 흥이 나지않는 듯 했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연주가 나빴다면 모르겠지만 어제의 연주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사운드 탓을 하면 쉬울 테지만, 그 때문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6. 이렇게 불만 가득한 포스팅을 했으나 사실 공연을 보는 내내 나는 아주 즐거웠다. texture/fragile의 무운을 빈다. 앞으로도 그들이 기획하는 공연에 종종 들릴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09 Jan 2011, Ssam, Bamseom Pirates (Okkyung Lee / Noise+Others) from August Lee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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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안악희 2011/01/12 16:15 # 삭제 답글

    교양강좌에서 어떤이야기가 오갔는지, 어떤 수업이었는지 사뭇 궁금해지네여
  • 단편선 2011/01/13 20:54 #

    저는 유통/홍보에 관한 것들 들었는데 정말 여러모로 도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년에도 카바레에서 해주었으면 한다능.
  • 2011/01/14 00: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단편선 2011/01/14 12:54 #

    아! 안 그래도 연락 드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 트위터 @danpyunsun 통해서 연락 주셔도 좋고, 다함이나 세현 씨 통해서 연락 주셔도 되요. 저는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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