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4, 27, 28의 연주에 대한. Night & Day

목차.

1) 24 @bar 사자(with 하헌진, 이랑, 아마츄어증폭기를 위한 아마츄어증폭기)
2) 27 @C Cloud(with Don M, 피리, 달콤한 소금)
3) 28 @카페 안젤로(with 복태, 유자사운드)

적어놓고 보니 참 많은 사람들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루되었구나, 라는 생각부터 먼저 듭니다. (아마 한 무대에 섰던 음악가들이 아니더라도, 또한 많은 이들과 세계와 부대 꼈겠지요.)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아득해져오고요.

1)은 아나키스트 안지환 씨의 병역거부를 응원하는 공연이었고, 2)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추모공연이었습니다. 3)은 평범한 클럽-카페 공연이었습니다.

원래 4) 29 @두리반(with 선결, 트램폴린, 얄개들, 3호선 버터플라이, 모임 별, 야마가타 트윅스터 + 모임 별의 DJ Set) 까지 쓰려고 했으나 체력 관계로 나중에 씁니다. (그러나 후일을 꼭 기약하지는 않겠습니다.)

자유롭게 정리하겠습니다.

-

1) 24 @bar 사자(with 하헌진, 이랑, 아마츄어증폭기를 위한 아마츄어증폭기)


1. 스트리트 큐브 앰프를 2개 사용했는데, 자메이칸 로맨스에게 빌린 앰프가 high 부분이 조금 나가있었습니다(수리를 해야할 것입니다). 그래도 쓰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으나 스트리트 큐브 특유의 살짝 컴프레스 된 듯한 소리가 어떤 분들에게는 조금 먹먹하게 들렸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bar 사자 위에 피부관리실? 이 있어 큰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가 썩 마음에 차지 않았고, 특히 스트리트 큐브 앰프는 핑거 스트로크를 예쁘게 잡아줄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반면 스트로크가 아닌 핑거링은 어느 정도 잡아냅니다).

2. 그럼에도 관객은 적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순 관객이 어느 정도인지는 세어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40명 이상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더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월요일은 공연을 하기 적절한 요일이 아닌데(물론 저는 완벽한 예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월요병 콘서트 시리즈), 아무래도 지환 씨의 친구 분들이 많이 오시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도 적지 않았던 것 같아, 저는 그날 한번 쯤은 '그래도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많구나'라 나이브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3. 그날 공연하기 2시간 반 쯤 전에 사먹었던 계란빵이 전혀 소화가 되지 않아, 결국 공연을 1시간 정도 앞두곤 억지로 게워냈습니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아주 힘들었지만(조금의 오한이 왔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잘한 짓입니다. 최소한 공연을 할 때 뱃속에 든 것 때문에 부대끼지는 않았습니다(저는 뱃속에 무엇인가 들어있으면 도저히 노래를 부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3~4시간 정도의 공복 정도는 지켜주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그것을 깬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자신의 원칙마저 지키지 않는 음악가에게 자비는 없다, 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날이었습니다.

4. 단편선은 이례적으로 첫 순서로 공연 했습니다(여기서 굳이 '이례적'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특히 이런 경우와 같이 포크 set이 지배적인 공연에서, 단편선은 늘 거의 마지막 순서로 배치되곤 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하기 바로 전까지도 단편선은 공연을 어떻게 구성할 지 초안만 짰을 뿐 아무 것도 확정짓지 않았습니다. 막상 무대에 올랐을 때 '무엇을 해야될까?' 고민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첫 곡을 <인터내쇼날>로 할지 <민중의 노래>로 할지 조차 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인터내쇼날>을 선택했고, 하지만 아주 불만족스러운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그 이후의 연주에 대해선 굳이 언급하지 않겠고, 평소처럼 했다고만 쓸랍니다.

(참고로 제게 '평소처럼 했다'라는 것은 별로 위안이 되질 않습니다. 저는 평소의 제가 100 중 30~40점 정도의 라이브를 한다 생각합니다. 정말 잘할 때는 50점 정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것도 실은 너무 높게 책정한 것입니다. 세계는 아주 넓습니다. 그리고 저는 좁습니다. 그래도 저는 50점 정도의 연주를 했다, 스스로 느꼈을 때 그나마 조금 기분이 좋아집니다.)

5. 하헌진의 연주를 좋았고, 특히 저는 그의 새로운 트랙들 몇몇이 아주 좋다 생각합니다. 마침 스트리트 큐브 앰프의 특성과도 맞물려 전 공연에 걸쳐 유일하게 나쁘지 않은 사운드가 가능했습니다. 이날 공연에서 헌진은 전보다 조금 더 진행하는 데 있어 좋은 플로우를 잡아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는데, 그 리듬감이 괜찮았습니다. 헌진이 (지금보다) 공연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 이랑의 연주는 본의 아니게 제대로 감상하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사운드 때문에 난처해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금 난처한 사운드가 나오기도 했고요. 이랑은 목소리도 맑은 편이지만 diction이 좋은 편인데, 잘 잡히지 않은 사운드에서 보컬이 묻힐 경우 얼마나 안타까운 연주가 되는 지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후반부로 갈수록 페이스를 찾아 마무리 때는 제법 흥이 났습니다. 아마츄어증폭기를 위한 아마츄어증폭기는 진심으로 보고 싶었으나 약속이 있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정말 좋은 연주였다고 합니다. (서로가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겠지요.)

7. 안지환 씨가 직접 스탠딩 코미디를 시전하기도 했는데, 저는 그 장르에 대한 이해가 없어 뭐라 말할 수는 없고, 다만 귀여웠습니다(물론 조금 루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잘 생긴-귀여운 청년이 왜 감옥에 가야하는지, 지금까지도 도통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저는 제 정치적 성향과는 별개로 경솔하게 자본주의에 대해 비난하지는 않지만(그것의 합리적 핵심을 저는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날 제 입에서 나왔던 분노의 표현들은 정말 진심이었습니다. 최소한 그 경우에서, 그것은 정말 좆같습니다.


2) 27 @C Cloud(with Don M, 피리, 달콤한 소금)

0. 내게는 왠지 죄책감 같은 것이 있어, 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주를 며칠 하니 상태가 썩 나쁘질 않았습니다.

1. C Cloud는 이번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공연에 참여한 클럽/카페 중 가장 양화대교에 근접한 공간인데, 다시 말하자면 가장 외곽이라는 뜻입니다. 공연장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걱정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한 걱정? 은 예전에 썼던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7시가 첫 순서였고 저는 두 번째 순서인 8시부터의 공연이었습니다.

2. (머머스룸의 기타리스트인) Don M의 연주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사람이 많질 않았습니다. 음악가/밴드 당 1시간 씩 준 시간이 부담스러웠는지 Don M은 인디언 피리 연주자인 봄눈별 씨에게 조력을 요청했습니다. 하여 연주는 Don M과 봄눈별이 각각 솔로로 연주를 하고, 마지막에 둘이 jam을 하는 식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한국의 기타 인스트루먼틀 밴드 중 가장 훌륭한(머머스룸은 정말 대단한 측면이 있습니다. 언젠가 꼭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축에 속하는 머머스룸의 기타리스트이자 leader인 Don M은 정말이지 특색있는 연주자인데 (본인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실수가 잦았다 얘기하지만) C Cloud에서도 그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아주 고즈넉한, 정적인 풍경들을 연출했고 그것이 '애도'라는 것에 꽤나 가깝게 닿아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봄눈별의 인디언 피리도 좋았으며 둘의 合도 멋진 연출이었습니다. 몇 대의 기타로도 표현될 수 없는 감정들이었습니다. + 레코딩 중인 풀렝쓰 중 몇 곡은 봄눈별의 살짝 de-tune된 악기들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확실히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3. 제 공연은 괜찮은 편이었다는 자평입니다(물론 김정미의 <바람>을 부를 때만큼은 정말로 민망했습니다. 그러나 후에 촬영된 버젼을 보니 잘 하지는 못 했으되, 들을 수 없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아끼는 시집인 이시영 시인의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를 들고 갔고, 그 안에서 4편 정도를 공연 전 미리 뽑아 두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시간에 쫓겨' 3편 밖에 읽지 못하였고 심지어 준비한 곡도 다 하질 못 했습니다. 처음에 setting 하는 시간을 빼더라도 거의 1시간을 꽉 채워 연주를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곡을 연주하질 못 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웠던 것은 관객들이 정말로 '잘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었으며, 저는 적잖이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4. 공연 중 또한 긴 멘트들을 했는데, 그것들 대부분은 아무런 준비가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멘트가 너무 길었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추모 공연이라고 하는 이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다소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한겨레>가 왜 그리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불쌍하게 그리는지, 그리고 김작가가 왜 그를 '비주류 중의 비주류' 같은 식으로 표현 해야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물론 저는 <한겨레>와 김작가에 별 감정 없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자서전의 몇몇 구절을 읽었을 때, 그는 멋있게 살다가, 물론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전업음악가라면 오히려 대부분이 겪는 문제일 것이고, 그럼에도 자신의 길로 계속 갔던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물론 그의 길에 저는 모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고로, 저는 내내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추모 공연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어떤 감정들이었는지를 저는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혼란스럽습니다.

5.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피리를 잠시 보다 나왔습니다. 제주도에서 온, 멋진 음악가였습니다. 기본적으론 블랙 뮤직이 바탕인데, 특이하게 포크 기타를 한국식으로 스트로크 하면서 그 위에 rap을 얹은 모양새였습니다. 블랙 뮤직에 대해선 조예가 없는 저로선 뭐라 할 수가 없고, 다만 굉장히 성실하게 노랫말을 직조해나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성실함이 음악가에겐 필요합니다. 제주의 신생 레이블 부스 레코드의 소속이기도 한데, 무운을 빕니다. (하지만 포크 기타를 한국식으로 스트로크 한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좀 더 그루비해질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6. C Cloud라는 공연장은,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인상이었습니다. 자타칭 '모던 가야그머'라 불리는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가 musical한 파트를 기획하는 모양이었는데, 몇 번 뵌 적은 없으나 굉장히 품이 넓은 사람이라는 세간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고, 확실히 '신경을 쓰고 있다' 내지는 '집중하고 있다'라는 뉘앙스가 보였습니다. (어떤 공연장이건 기획을 한 이가 신경을 쓰지 않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음악가로서 서운한 것은 당연하고, 관객들도 더욱 집중을 할 수 없게 됩니다.) C Cloud에는 비록 소규모 공연을 위한 장비들만 있었으나, Yamaha社의 PA도 아주 적절한 성능이었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핫초코를 팔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저는 정말 핫초코를 좋아하니까요. 음료도 조금 더 다양했다면… 이라는 바램이 있기는 했으나 큰 흠결은 아닐 것입니다.) 다시 연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이 느껴지는, 따듯한 공간이었습니다.

(참, 화장실도 깔끔하고 좋습니다만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이 분리 되어있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요새는 이런 것도 중요하다고 하죠?)


3) 28 @카페 안젤로(with 복태, 유자사운드)

0.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어야 하는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공연이 끝나고선 친구들과 본의 아닌 과음을 했습니다. 공연 이틀 전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된다는 룰을 어겼으니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인과응보입니다.

1. 크게 부족한, 부끄러운 연주였습니다. 마침 (엄청난 강추위 탓인지) 관객도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선 어떤 분이 어떤 시집을 읽었는지 물어보시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2. 복태야 말할 것도 없이 좋습니다. 그는 자신이 무얼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그녀에겐 확실한 전략/전술이 있습니다. 음악가에게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늘 일정 이상을 해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뢰할 만한 음악가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복태는 복태 이상을 하지 못 합니다. 그러나 복태에게 복태 이상을 왜 바래야 하겠습니까?)

3. 복태와 함께 연주를 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한군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유자사운드가 마지막 순서였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순서라는 것은 이중적인 의미인데, 유자사운드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저간의 사정을 얘기하긴 애매하지만, 어찌되었건 불가항력적으로 마지막 연주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연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4. 저는 이날 당고머리를 했습니다. 사진은 첨부하지 않습니다.

덧글

  • 하헌진 2011/02/02 16:48 # 삭제 답글

    난 스트리트큐브 안 쓰고 내 앰프 썼어요ㅎㅎ
  • 日安 2011/02/06 16:28 # 삭제 답글

    두리반에서 해간 머리, 안젤로에서 선보였군! 인과 응보는 결국 청자가 받는게 아닌감?
    창(唱)자 몫이 아니라!
  • 피리 2011/05/06 22:50 # 삭제 답글

    반가워요^^
    지난번 두리반에서 긴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떠나서 아쉬웠어요.
    잘 지내고 게시죠?
    곧, 다시 가게 된다면 연락드리죠.

    리뷰,
    잘 봤습니다.
  • 단편선 2011/05/12 09:54 #

    우앗 간만이에요 :) 저도 제주 가고 싶은데 일단 음반 작업 좀 하고 ㅜㅜ 곧 뵈용!
  • 유선 2011/05/10 12:54 # 삭제 답글

    28일 공연 저는 정말 좋았어요. 단편선님을 처음봤었는데 진지하게 열중하시는 모습등이 너무 인상깊었어요!
  • 단편선 2011/05/12 09:54 #

    아니 그게 다 연출이라서… ㅋㅋㅋㅋㅋ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