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6~0227 Night & Day

실은 별일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음에도, 왠지 기억/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 적는다.

1
이런 곳에 써도 될런지, 어찌되었건 플라스틱 피플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음악가이자 또한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의 대표이기도 한 김민규 씨가 플라스틱 피플에서 함께 활동하는 윤주미 씨와 결혼했다. (주말 점심나절마다 반생업인 우쿨렐레 워크숍을 운영해야 하는 까닭에) 그간 지인들의 결혼식에 자주 참석하질 못했는데 두 분이 결혼하신다는 소식을 듣고선 '이번만큼은 꼭 참석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워크숍 시간까지 옮겨놓았다. 그런데 그런 주제에 시간을 잘못 알아(11시 결혼식인데 오후 1시로 잘못 알고 있었음) 결국 택시를 타고 왔다 갔다… 그래도 결혼식 끝날 무렵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가(민규 씨는 벌써 마흔!) 결혼식은 의외로 '스탠다드'하게 진행되었고, 하지만 그래도 음악가들도 여럿 오고, 왠지 재미났던. 화장을 아주 짙게 한 민규 씨는 멀리서 보았을 땐 너무 훤칠해서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역시 40대 다운 주름살이… 이희희.

(하지만 '규수당'의 부페는 왠지 엣지가 없는 것이… 최소한 내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에겐 빈축을 샀다. Y씨는 "결혼식 끝나면 다 결혼식장 음식 얘기만 한다" 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기도 하고…)

2
결혼식이 끝나고 K씨와 Y씨와 커피를 한잔 마시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새로 알게 된 친구와 원래 삼청동 쪽에 가기로 했는데 주말의 삼청동은 정말 걸어다니기 싫을 정도로 붐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붐비는 쪽으로 갈 길이 닿질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붐비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예전에 학생회장 같은 건 어떻게 했나 몰라…) 그래서 예전에 낙산공원이 탁 트여 참 좋았던 것을 기억해내고선 친구와 그쪽으로 향하자 말했고.

그런데 왠걸, 낙산공원까지 가는 길은 정말로 너무 멀고 높았던 것이다. 게다가 친구는 하이힐(아마 하이힐인 줄 진작에 알았다면 그쪽으로 향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인지라 출발한 다음에야 힐을 신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고…). 결국 몇 번을 쉬면서 정상에 올랐고, 또 몇 번을 쉬면서 내려왔다. 아무리 출발한 지 시간이 조금 지난 후라고 해도 힐을 신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굳이 정상에 오르려고 하는 내 심보란 참…

(결국 후에 연락을 해보니 친구는 물집이 잡혔다 했다. 정말 나란 인간은…)

3
친구가 헤어지고 나선… 두리반으로 향했다. 최태현 / 404 / 하헌진 / 김목인(from 캐비넷 싱얼롱즈)이 출연하는 자립음악회가 있던 날. 사운드 오퍼를 도울 겸, 겸사겸사. 굳이 장문의 공연 리뷰를 쓸 이유는 없을 것이고, 다만 하헌진의 (신체적) 컨디션이 최악으로 보였다는 점, 그리고 404가 불의의 사고로 리허설을 못한 탓에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최태현은 (곧 블로그에 따로 포스팅 하겠지만) 아주 흥미로운 공연을 보여주었으며 김목인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현재 로컬 씬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중 가장 '포크 다운 포크'를 연주하는 그답게, 정말 '포크적'인 공연이었다. <큰 선생님>을 들으면서, 나는 정말 많은 감정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4
집에 오는 길, 생각해보니 2월의 말일에 (친구들의) 졸업 기념 + 봄맞이로 MT를 가자고 해놓고선 아무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 기억나 멤버 중 한명에게 전화를 했더니 세상에, 취업을 했다는 것. 졸업하고선 1년이 넘도록 거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 그녀가 취업을 했다는 것이 뭔가 부럽기도 하고, 뭔가 생경하기도 하고, 그런 것이.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하던 알바 (역시 오래간 실업 상태인) J한테 줘서 J도 행복해지고 나도 행복해지고, 난 행운의 여신인가봐"라는데 정말… 여하튼 MT는 쫑났으나 왠지 마음 한켠이 훈훈한 것이… 좋았다.

(그러나 정작 녀석은 "네가 그동안 공연 한다고 많이 튕겼는데 나도 이제 취업했으니까 너랑 안 놀아 줄거야"라고. 썩을 년…)

5
왠지 잔고가 불안했던(그래서 너무도 우울했던) 나날들인데, 집 오는 길에 (미수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려) 은행에 갔더니 왓, 예전에 했다가 돈 받는 걸 까먹고 있던 아르바이트에서 생각보다 50%나 더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와 있던 것! 기분이 좋아진 나머지(인간이 이렇게 간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캔맥주를 하나 사가려 했으나 '이럴 때일수록 아껴야 해…'라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stop. 혹시나 집구석에 막걸리라도 있나 냉장고를 뒤졌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6
에지간하면 내 돈 내고 공연보자는 주의인데(거꾸로 남이 공연 보여달라고 해도 잘 안 보여주고…) 어쩌다 알게 된 분이 붕가붕가 레코드와 여차저차 관계되신 분이라서 공짜로 6주년 기념공연을 보고 왔다. 3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미 시스터즈의 데뷔에 포커스가 온통 맞추어진 공연이었는데… 사실 "왠지 기대가 된다"고 어딘가에 적었으나 그런 만큼 "뭔가 기대가 안 된다…"는 느낌도 있었고, 이상하게 양가적인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오해하지 말 것. 붕가붕가 레코드의 작업들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아주 호의적인 편이다) 생각보다 훨씬 좋았던 순간들이 있었음. 특히 미미 시스터즈와 서울전자음악단이 함께 한 바니걸즈 1971년 싸이키델릭-팝 <우주여행>의 cover는 신중현이 작업한 원곡의 훌륭함에 또한 좋은 연주가 더해져 아주 환상적이었다. 하세가와 요헤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듯 보이는) 백밴드도 좋았고(물론 하세가와 요헤이와 키보드 주자─왠지 고경천 같았는데─의 플레이가 도드라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로다운 30과 크라잉 넛이 제공한 트랙은 일단 바로 와닿지는 않았던 것이, 어찌되었건 음반을 듣고 판단해도 늦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쉬웠던 점은 밴드들이 1~2곡을 연주하고 교체하고 또 연주하고 교체하고를 반복하는 바람에 왠지 중간중간 맥이 끊기는 것이… 하지만 공연에 극(劇)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것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었고, 결국은 음악적 흥분과 극의 전개가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이 포인트일 텐데, 사실 이번에 있어선 조금 욕심이 많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하고……………………라는 식으로 적긴 했으나 사실 즐겁게 본 공연이었다. CD가 기다려진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것이 사실 그간 붕가붕가 레코드에선 활동 중인 밴드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면 본격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만든 것은 미미 시스터즈가 거의 처음일 듯싶은데 그 파트너로서 김창완 밴드의 하세가와 요헤이를 선택했다는 점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이에 대해선 차후에 쓸 일이 있을 것 같다.)

7
아무래도 요새는 정말로, 음반 보다 책을 많이 사는 것 같다. 사실 돈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최근 가난해질 이유가 없었는데 경제 사정에 비해 책을 너무 많이 사들여서… 그러나 그런 만큼, 나름 풍족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사사키 아쓰시가 쓴 『현대 일본 사상 - 아사다 아키라에서 아즈마 히로키까지』. 심도가 깊은 책도 아니고 부담스러운 책도 아니라서 단행본 읽는 기분으로 술술 넘기고 있는데 왠지 하스미 시게히코는 꽤나 관심이 가던 것이. 그러나 한국에 번역된 하스미 시게히코의 저서는 없다. 아즈마 히로키도 아직 한 권 밖에 번역되질 않았지. 고진은 그래도 나름 소개되고 있다 생각하는데, 음…

8
여하튼 곧, 다시 레코딩에 돌입할 예정이다. (건강 상의 문제로 한 2주를 넘게 쉬고 있었다.) 곧 새 컴퓨터도 들여오고(지인에게 강탈!)… 빠르게, rough하게, 스케치 하듯이, 그렇게.

(하지만 어찌되었건 4월은 <51+>의 준비 때문에 정말로 눈코 뜰새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6~7월에 집중적으로 작업해야할 지도 모른다. 3월 안에 가능한 많은 부분을 기초라도 닦아놓았으면.)

덧글

  • 2011/03/02 19:25 # 답글

    단편선님 안녕하세요 저는 3월 우쿨렐레 워크숍을 2월1일부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인데요! 3월에는 룰루렐레 진행 안하시나 해서 댓글을 남겨봅니다.. 만약 하신다면 제일 먼저 신청할테야. 4월까지 춥다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 단편선 2011/03/04 00:20 #

    왓! 관심 감사합니당 ;ㅅ; 안 그래도 곧 공지 띄울 것 같은데, 3월 중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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