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목」, 단편선 (노랫말) Hoegidong Danpyunsun

「이상한 목」, 단편선

이상한 목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유자재로 목소리를 바꿀 수 있었다
그가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니는 탓에
아무도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목소리를 빼앗아 벙어리로 만들었다
언젠가 그를 유곽에서 봤다 누군가 떠벌리다
혀가 뽑혀버렸단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 빼곤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때론 보드라운 목소리로
때론 달디 단 목소리로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신뢰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친절함을 모두가 좋아했다

이상한 목

어느날 도적 떼가 마을을 습격했다
그들은 닥치는 데로 불태우고 빼앗았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상한 목은 보이지가 않았다
논과 밭이 모두 타고 도적떼가 물러갔을 때
그제서야 그는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우는 사람들을 모아 그는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는 마치 천사같아 모두 눈물을 그쳤다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듯 춤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사내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슨 생각였는지 부엌서 식칼을 꺼내온
사내는 이상한 목을 등 뒤에서 있는 힘껏 찔렀다
그러나 이상한 목은 전혀 개의칠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춤추고 그는 여전히 노래하고
분노한 사내는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려 했다
그러나 손바닥엔 허공만 잡힐 뿐이었다

이상한 목

불에 타는 논과 밭
불에 타는 사람들
불에 타는 사내와
허공의 이상한 목

이상한 목

덧글

  • 안처절기타맨 2011/03/05 00:27 # 삭제 답글

    이거 처음 보고 기형도의' 전문가'라는 시가 문득 떠올랐다!
    마지막 구절...

    어느 날 그가 유리담장을 떼어냈을 때, 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노랫말 신화적이고 아주 판타지해 ^^* 조쿤!
  • 0_0 2011/03/05 09:10 # 삭제 답글

    저도 윗분과 같은 생각을 했다능ㅋ 좋아요!
  • fluxus39 2011/03/06 19:40 # 삭제 답글

    오! 소설 '향수'를 보고 느꼈던 섬뜩함과 아름다운 그것에 대한 열망이 여기서도 느껴지네요.
  • 단편선 2011/03/07 11:03 # 답글

    하지만 저는 기형도와 『향수』를 읽어본 적이 없다능… ;ㅅ; 읽어봐야겠넹…
  • 처절한기타맨 2011/03/11 19:36 # 삭제 답글

    형도 형을 모르셧군..우리 또래 시 관심 있었던 문청들한테는 아주 얼짱격인 인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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