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격인 <Prelude> 바로 다음에 배치된 (타이틀 트랙 격인) <수만리 먼 길>은 甲이 맞다. 이 곡은 간명한 훅, 늘어지지 않는 멜로디 라인, 적절한 어레인지, 훌륭한 기타 솔로, 드라마틱한 서사 구조, 한 마디로 전통적인 '이쪽 계통' 록 음악들의 갖춰야할 모든 것을 구비한 '좋은 곡'이다. 흥겨운 서던 록 세션 <Highway Song>이나 <아버지 웃고 살아요>도 좋다(그 와중,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조덕환의 영어 발음이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까닭에─나는 이것을 '반기문 식' 혹은 '조형기 식'으로 부르고 싶은데─그것이 일종의 '모에'로서 작용한다는 점이다. 도무지 부인할 수가 없다). 물론 옛 곡들을 굳이 다시 불렀어야 했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큰 흠결은 아니다. 그래서 좋은가? 그렇다. 이 음반은 '좋은' 음반이다. 다만 나는 자꾸만 '좋은'에 이렇게 '작은따옴표'를 치고 싶은 유혹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자꾸만 어떤 단서조항을 달고만 싶은 것이다. 그 조항이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이 음반이 (최소한 '나'란 개인의 소사에서) '중요한' 음반으로 기록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단편선)
The Radio Dept. [Passive Aggressive: Singles 2002-2010] (2011/Labrador/Ponycanyon Korea)
(이쯤에서, 나는 괜히 관광 가이드 같이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다.) 길게 적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어릴 적, 소위 '베스트 음반'이란 것들에 도움을 많이 받은 기억이 있다(물론 라디오 뎁트의 이 음반은 ‘베스트’라기 보단 싱글과 B-side의 모음집이긴 하다). 굳이 정도를 걸을 필요가 없다면, 이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인디 팝'에서 나름의 일가를 이룬 이들이 자신들의 가장 좋은/들려주고 싶은 작업물들을 모아낸 음반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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