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현 <Robinson Crusoe>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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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Robinson Crusoe

'최태현'이란 이름의 음악가를 처음 알게된 것은 그의 음악 때문이 아니라, 세계 미술계에서도 이름 있는 한국의 현대 미술작가 C 때문이었다(C는 최태현의 아버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C가 운영하던 공간에 가끔 드나들던 나는 그에게 '음악을 하는' 아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흥미롭다'와 '(음악적으로) 기대가 된다'는 완전히 다른 감정이다. 한번쯤 들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으나 막상 찾아들을 생각은 하질 않았다. 한국의 로컬 씬으로 한정했을 때, 미술가 출신의 음악가 중 흥미로운 작업을 한 이들은 적지 않으나 '(음악적으로) 훌륭한' 작업을 한 이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2010년 말이다. 그리고 2011년, 나는 우연찮게 최태현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짧게만 쓰자. 그의 음악을 듣고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나 토킹 헤즈(Talking Heads) 같은 레퍼런스를 연상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렇다면 최태현이 그런 '네임드'들의 아류에 불과한가? 나는 이에 대한 대답을 보류하고 싶다(…라지만 실은 아류면 어때? 라 되묻고 싶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그가 너무 대놓고 레퍼런스들을 드러내놓고 있음에도─그의 음악은 '(음악적으로) 즐길 만하다'라는 것이다. 그것도 '꽤나'. 지금 소개하고 있는 스트레이트한 일렉트로-록 세션 <Robinson Crusoe>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건들건들 흔들며 듣기 좋은 트랙이며, 왠지 시종 '구불거리는' 느낌의 <Something Else> 역시 인상적이다. 전후반의 콘트라스트가 확연한 펑크 록 <Gangs Are Blue>도 매력적. 그의 퍼포먼스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을 그는 '홀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테면 '미니멀.' 궁극적으로, 나는 이 '미니멀'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는 물론 최태현보다는, 오히려 나에 대한 바람이다(이즈음에서 문득 나는 한국의 로컬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한 사람의 흥미로운 '미니멀' 아티스트, 한받─아마츄어 증폭기─야마가타 트윅스터에 대해 생각한다).

아직까지 그의 작업에 대해 '~는 어떻고 ~는 어떻다'는 식으로 정리하고 싶지 않다. 공연을 관람한 후 가진 짧은 접촉에서 최태현 본인도 아직 근시일 내로는 본인의 작업을 정리할─이를테면 CD 등의 매체를 통해서─예정이 없다 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나로서도 이렇다할 정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즉각적으로 캐치할 수 있는 몇몇 포인트들을 마음 가는대로 나열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는 '기록'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너무 많은 것들이 '기록'조차 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분야에서. (단편선/보다)

* 우리는 모임 별의 첫 오피셜 비디오인 <태평양>에서 최태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처음부터 등장하는 긴 머리의 남자가 바로 그, 최태현이다.
** 사진은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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