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단편선 첫 정규음반 [백년] 제작비 마련을 위한 텀블벅 프로젝트. Hoegidong Danpyu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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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는 여든 살을 조금 넘겨 돌아가셨다. 가족들과 함께 그를 화장시키면서, 나는 문득 그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 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삶은 어떠한 삶이었는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그러나 나는 직접 질문할 수 없었고, 대신 <백년>이라는 제목의 곡을 썼다.

단편선은 한국의 음악가이다.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음악들을 듣고 자라났다. 2004년 4인조 기타팝 밴드로 첫 무대를 가졌으며 2006년부터는 회기동 단편선이라는 이름의 솔로 프로젝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옛 가요와 영미 언더그라운드 포크, 인디록을 베이스 삼아 사이키델릭, 슈게이징, 포스트 메탈, 노이즈/아방가르드, 국악 등 여러 장르의 문법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즐긴다. 음악 외에도 활동가, 프리랜서 기고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2010년부터는 자립음악생산조합과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백년]은 회기동 단편선의 첫 번째 정규음반이다. (회기동 단편선은 2007년 [스무살 도시의 밤] 데모를 발매한 바 있다.) 2011년 7월 첫 레코딩을 시작했으며 6개월이 넘는 긴 작업 끝에 현재 발매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쓴 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아홉 곡을 추렸다. 러닝타임은 50분가량. 주로 기타 한 대로만 공연하는 평소와는 다르게 반수가 넘는 곡이 밴드 세션으로 연주되었으며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404, 스클라벤 탄츠, 노 리스펙트 포 뷰티, 악어들 등 근래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연주를 도왔다.

[백년]에 실린 곡들은 각기 다른 이유에서 쓰였다. 꽤 긴 시간 동안 간헐적으로 쓴 곡들을 모은 것이니 당연할 것이다. 곡을 쓰며 듣던 음악들도 그때마다 달랐다. 그 음악들의 흔적이 좋든 싫든 묻어날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쓴 곡도 있으나 대부분은 그렇질 못 했다. 듣는 입장에선 관심 없겠으나 나로선 역겨운 과거를 내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칠 않다. 그러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결국 음반을 만들어 팔 수 밖에 없어졌다는 것이 내게는 아이러니하다. 매혈을 하는 기분과 같다.

지난 3년간 다섯 번을 엎은 후 다시 여섯 번째로 착수해서야 겨우 작업을 완결 짓는 중이다. 그러나 이쯤에서야 알게 된 것은, 내가 지난 다섯 번의 실패에서 얻은 것이 거의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가령 나는 기획의 규모를 가늠할 능력이 없었다. 대략 통밥으로 계산을 한 것과 실제는 크게 달랐다. 본 작업이 거의 끝나고 후반작업에 들어갈 때쯤이 돼서야, 나는 내가 가진 경제적 능력만으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마디로 음반을 내기도 전에 이미 실패한 것이다. 문제는 이미 매몰된 비용 역시 적잖았다는 데 있다. 작업기간 동안 버는 돈은 거의 모두 작업에 쓰였다. 결국 거의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믹싱, 마스터링, 프레싱, 디자인 등의 작업엔 거의 지금까지 매몰된 것과 비슷한 만큼의 돈이 들 예정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후원을 받지 못할 시, 이 음반은 발매가 어렵다.

하나 다행인 것은,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니 역설적으로 정말로 음반을 발매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는 점이다. 정말로 들을 만하게 만들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생활이 좋을 때는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별 생각이 없던 것 같다. 그런데 생활이 나빠지고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 되니 오히려 의지가 생기는 것이다. 역시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돈에서 비롯된다.

처음부터 벅찬 규모의 계획을 세운 것이 문제인 만큼,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그러나 어쩌면 나 같은 멍청이가 염치를 따지는 것 자체가 웃긴 짓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이미 글러먹었다. 이미 글러먹은 것이라면, 조금 더 글러먹어도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기도 한다. 누군가 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게 “남의 돈 따먹는 짓”이라 한 것을 기억한다. 맞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남의 돈을 따먹어서라도 완성시키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래도 인간이니 만큼 몇 가지는 약속드릴 요량이다. 하나, 끝까지 꼭 만들겠습니다. 둘, 최선을 다해 들을 만한 음반을 만들겠습니다. 셋, 세상에 하나라도 득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입 딱 씻지 않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사용계획 :
1) 믹싱과 마스터링, 디자인 등 음반의 후반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2) 프로모션에 필요한 비디오를 찍을 계획입니다.
3) 모든 준비가 끝나면 공장에서 음반을 찍을 계획입니다.

회기동 단편선 [백년] (2012/자립음악생산조합/인혁당) :
1 백년
2 이상한 목
3 소독차
4 백치들
5 오늘나는
6 코피가 날 무렵
7 빙빙빙
8 동행
9 구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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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 프로젝트는 1월 31일 오후 개설 이후 대략 13시간 만인 2월 1일 새벽에 목표금액이었던 130만 원을 넘겼다. 그러나 텀블벅 프로젝트는 어쨌거나 2월 25일까지 진행되며, 음반을 선주문할 예정이거나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볼 이들, 혹은 함께 동봉될 언플러그드 라이브 CD를 원하는 이들은 텀블벅 프로젝트를 통해 결제하는 쪽이 좋다. (더 저렴하다.) 여하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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