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처벌이면 끝나나? 지속가능한 스포츠계에 대한 고민없는 대책은 거짓이다. / 단편선 Writing

처벌이면 끝나나? 지속가능한 스포츠계에 대한 고민없는 대책은 거짓이다. / 단편선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프로스포츠계에서의 승부조작 사건을 검색해보는 내 기분은 화가 난다기 보다는 왠지 뒤숭숭하다. 자전거를 타는 정도를 제외하곤 개인적으로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탓도 있겠으나 사건의 규모나 범위가 큰 것이 과연 엄벌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고민되기도 했던 까닭에서다. 가령 배구의 경우, 120명 정도 되는 프로선수 중 조작에 가담한 이가 15명이라면 전체의 10분의 1 이상이 직접 가담했다는 것 아닌가? 선수 외에도 돈을 대는 사람, 브로커까지 포함하면 21명이 기소된 상태이고 총 40여 명 이상이 조사리스트에 올라있다 한다. 이것이 배구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스포츠맨십이나 도덕성의 타락에 분노하거나 절망할 수도 있다. 물론 직업인에게 직업윤리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에 대한 개선만을 바랐을 때 기껏해야 프로선수들에 대한 정기적인 스포츠맨십 교육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까? 오히려 스포츠맨십이나 도덕성을 떠나 우리는 프로배구계의 ‘경제’, 나아가 스포츠계 전반의 ‘경제생태계’에 대해서 말해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상황은 스포츠계라는 한 경제생태계에서 공식적인 경제규모에 비해 비공식적/음성적인 부분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상태라 진단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검은 돈’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서 전통적인 우파들이 취하는 해법은 이러한 행위를 ‘자유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혹은 ‘도덕적 해이’로 규정하고, 이러한 ‘룰’을 어긴 행위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시장에서 완전 퇴출시키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해법이 아무런 효과를 가지지 못 한다 볼 수는 없다. 부정을 저지른 행위자들의 삶이야 어찌되었건─그들은 이미 ‘자격’을 잃었다─경제생태계는 일시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며 이 사례와 강화된 처벌이 반면교사가 되어 생태계 내의 행위자들이 다시는 이러한 부정을 반복하지 않도록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내놓고 있는 ‘관련 선수는 물론 선수 관리의 책임이 있는 구단까지 일벌백계하겠다’는 식의 대책이란 기본적으로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스포츠 선수는 물론 심지어 전 국가대표 선수까지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부정을 저지른 선수에게 (퇴출까지를 포함한) 일정한 핸디캡을 주는 것 자체까지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강화 식의 대책이 놓치고 있는 것은 그럼에도 적잖은 선수들에게 1)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거나 2) 보통 직장인에 비해 짧은 선수생활 기간 이후에 생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정에 대한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2011년 구단별 등록선수 연봉 현황’을 보면 2011년 기준 4천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가 전체 46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5명(56.5%), 심지어 최저연봉인 2400만 원 이하를 받고 뛰는 선수도 129명(27.5%)에 달하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것에 비하면 그 내부에서의 격차가 극심한 것이다. 한편 생활체육이 아닌 엘리트체육이 주를 이루고 있는 한국의 체육교육 현실상 선수들 대부분이 공교육 시절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양한 재능을 계발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선수생활 이후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데 이것이 분명한 장애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나 자신이 스포츠와 크게 친하지 않은 탓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자칫 관념적으로 흐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1) 스포츠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 2) 교육환경의 개선을 놓치고 있는 관련 부처들의 우파적 대책이나 소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우파 언론에서는 물론 한겨레, 경향 등 진보 언론의 스포츠면에서까지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만을 질타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충분히 우려스럽다 할 수 있다. 다시 경제생태계라는 관점으로 돌아가, 한 커뮤니티에서 내부의 격차가 과도하게 크고 그 자체로 폐쇄적이며 다양성을 억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그 경제의 생태적 순환 역시 원활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고 겁박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그 근본으로 돌아가 사회의 공적인 개입을 통해 이미 파국을 맞고 있는 스포츠계의 경제생태계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다시 되살리는 것,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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