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요약. 단편선 “자유로운 문화, 지속가능한 사회” from 한남일보 (2012.9.11) Writing

* 통영시청에서 9월 11일에 했던 강연을 한남일보 정용재 기자가 정리. 강의안을 올려두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올려둔다.
* 개인적으론 인터뷰라는 포맷을 좋아하긴 하는데, 질답을 주고받으며 나로서도 정리가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강연이란 포맷은 익숙치도 않고 어색하다. (일단은 강연을 할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조합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바를 두서없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서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
* 홍철기 씨와 (일렉트릭 뮤즈의) 김민규 씨에게 감사드린다. 이 글을 쓰는데 있어 몇몇 아이디어들은 그들로부터 차용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남일보에 실린 원문은 다음과 같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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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통영시청 2청사 강당에서 열린 제3강에는 문화예술생협 ‘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인 인디 음악인 ‘단편선’씨가 강사로 나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제목으로 강연했다.

문화와 문화산업의 구분, 가치의 문제

본인 할머니와의 일화로 강연의 문을 연 단편선은 “집안 어르신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내 일, 즉 음악을 직업으로 생각해주지는 않더라. 그래도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며 스스로 돈을 벌어 먹고살고 있다”며 많은 대중이 음악이 직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그럼에도 직업인으로서의 음악인임을 밝혔다.

그는 “공연, 강연, 기고, 레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벌지만 정기적으로 수입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결국 지속가능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편선은 음악인이 직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연계해 문화와 문화산업의 차이를 설명하며 “문화와 문화산업은 정의와 논리 자체가 다르다. 문화는 문화산업보다 넓은 범주”라고 말했다.

단편선에 의하면, 우리가 문화로 부르는 영역 중 대부분은 문화산업으로 포함시키거나 변용하기가 불가능한 것들이다. 문화에서 문화산업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작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에서 문화산업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해서 돈이 되는 문화산업이 돈 안되는 문화보다 더 중요하거나 우월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물질적으로 더 잘 산다고 더 우월한 건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화’가 없으면 ‘문화산업’도 존재가 불가능하며, 기본 베이스로서의 문화가 튼튼하지 않으면 문화산업도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가치들, 금전적 측정이 불가능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이 ‘인디밴드는 가요계의 2군’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단편선은 “사실 특정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인디밴드들도 언젠가 TV에 나오고 싶어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저는 TV에 나오는 음악인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다”고 밝히고 “가요계의 2군이라는 발언과 그런 인식은 문화와 문화산업을 혼동하는 데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편선은 상업화와 산업화가 힘든 음악의 예시로 일본 록밴드 ‘hijokaidan’의 영상을 상영했다. ‘히조카이단’은 노이즈 장르, 즉흥연주로 분류되는 뮤지션으로 특히 매니아적인 취향의 음악을 연주한다.

‘히조카이단’은 1970년대 말 일본 청년들이 카페에서 모여 직접 녹음한 ‘노이즈(소음)’ 테이프를 재미삼아 돌려들으며 논 것이 계기가 되어 태동한 밴드다. 이후 히조카이단은 전세계적으로 ‘노이즈 록’ 장르의 시조 격의 밴드로 일컬어지고 있다.

단편선은 “재미삼아 한 일이 계기가 됐다는 것, 마니아적인 취향이지만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뭔가를 자발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문화의 중요한 기반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에서의 가치실현, 즉 돈을 버는 일을 최우선으로 놓는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의 가치만을 따진다면 문화의 자발성과 자유로움을 해칠 수 있고 이는 문화의 기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재미있어서 판을 벌이는 것’에도 기반이 필요한데 이는 관객, 악기, 공간 등등이지만 특히 공간이라는 기반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음악활동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돈이 생기고 생계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근본적인 딜레마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은 자율성과 자발성을 해치며, 반대로 자율성과 자발성이 강할수록 비상업적이라는 딜레마다.

단편선은 “인디펜던트, 독립 음악인의 목표 중 하나는 소위 돈줄들과 얼마나 떨어져 있으면서 음악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라고 규정했다. 자본과 권력의 영향력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지내면서 음악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결국 ‘자립음악생산조합’으로 이어진다. 단편선은 “돈을 버는 일을 피할 수 없다면, 피할 수 있게 만들어라는 답이 있다”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고 자발적인 음악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탄생한 것.

철거반대농성장 두리반과 자립음악생산조합의 탄생

단편선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출발에 대해 설명했다. 조합의 탄생은 문제의식, 필요, 그리고 우연한 계기가 겹쳤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식은 홍대 앞 공간의 청년 음악인들이 “우리도 재개발과 무관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진 것, 필요는 “우리가 우리를 위한 일을 하자”라는 것과 자유로운 음악공간의 필요성이다. 또한 홍대 앞 공간 ‘두리반’ 재개발과 철거라는 계기가 있다.

2010년을 전후한 상황을 보면 인디 음악의 주요한 공간이었던 ‘홍대 앞’의 월세와 지가 상승은 소규모 라이브 클럽들의 폐업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가고 자유로운 음악을 위한 조건들이 나빠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2010년 ‘두리반’이 재개발로 철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청년 음악인들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철거저지 농성, 그리고 두리반 연속공연이 그 태동의 시발점이 됐다. 2010년 5월 두리반 공연은 단일 공연에 70여개 팀과 3,000여명 관객이 모여들기도 했다.

처음(2010년 2월, 3월)에는 그저 두리반을 돕기 위해 모였다가 이후에는 “우리가 직접 우리를 위한 일을 해보면 어떨까?”하고 모였다는 것. 5월 공연을 계기로 구체화된 논의는 실행으로 이어져 자립음악생산조합(이하 ‘조합’)은 2010년 6월 준비모임을 시작, 2011년 4월 발기선언과 8월 창립총회를 거쳐 결성됐다.

단편선은 “재개발을 계기로 공간이 생겼다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을 막기 위해 음악인들이 모여 철거농성장인 두리반이 결국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모이면 일이 되더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여럿이 모여 할 수 있었다는 체험이 조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며 여럿이 ‘함께한 체험’이 음악인들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맞물려 조합을 탄생시킨 것임을 말했다.

조합에 대해 “자립성, 자율성을 유지한 채로 음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조합의 역할”이라며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자유롭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조합의 기본 모토”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단 (조합의) 음악활동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들이며, 그리고 숫자는 적더라도 그 음악활동들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지속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자유로운 음악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

단편선은 음악가의 생존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음악가는 단일하지 않은 특징들을 갖고 있으며 여러 층위로 나눌 수 있다”며 음악가를 상층부, 중층부, 하층부의 세 가지 계층으로 나누었다.

상층부는 TV에 자주 출연하며 유명세와 인지도를 크게 가진 ‘대중스타’라 할 계층으로, 매스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전국적인 홍보와 유통채널을 통해 대단위로 음악상품(음반, 공연 등)을 판매한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마케팅도 이루어지고 있다.

중층부는 상층부와 하층부의 중간지대로 ‘탑밴드’, ‘슈퍼스타K’ 등 최근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방송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듯 대개 중층부에서 상층부로 옮아가려는 욕망이 강하다.

하층부는 소위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인디’라 불리는 음악인들이 이 범주에 들어있다. 매스미디어가 아닌 다른 홍보유통채널을 통해 음악상품을 판매하며 대개는 로컬씬(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이들 음악상품의 소비가 이루어진다. 하층부는 다시 전업음악가와 비전업음악가로 분화된다.

단편선은 “조합의 관심사는 하층부에서 지속적인 음악활동을 잘 해내자는 것”이라며 “하층부의 인프라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조합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층부의 지속가능성의 변수는 첫째, 얼마나 (자발적으로) 가난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 즉, 얼마나 가난한 음악인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 둘째, 얼마나 오랫동안 팔리는 음악상품을 만들 수 있는가이다.

특히 둘째 조건과 관련해 하층부의 음악, 또는 ‘인디 음악’은 전국적인 대규모 유통망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에 대히트를 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자극적이기보다는 질 좋은 음악을 만들어 소규모의 팬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단편선은 인디 음악인의 생존과 음악활동 유지에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좋지만, 음악인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보다는 비상업적인 음악활동을 하면서도 생존이 가능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적당히 살아도 살 수는 있는 사회까지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여유 있는 사회가 되어야 결국 문화가 발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됨을 말했다. 시민들에게 ‘남는 시간’이 생겨야 결국 문화의 기반이 든든해진다는 것이다.

단편선은 “우리 사회가 남는 시간이 주어지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조합’을 한다. 어떤 의미로는 놀기 위한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며 “조합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실현시기키 위한 방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가 문화를 지원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이 채워주지 못하는 가치, 그것이 문화를 통해 채워진다”며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성장과는 다른 의미의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지속가능한 사회는 문화를 통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단편선은 “현재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가 중요한 사회인가, 어떤 가치가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들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라며 문화예술을 넘어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를 던지고 “재밌는 거 많이 하고들 사셨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 질의 / 답변

질문 :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예술인 복지법이 이슈가 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단편선 :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들이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을 보완하려는 시도라고 한다. 예술인은 4대보험 적용도 안 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그 자체로는 유의미하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법안은 복잡한 증명을 요구하는데, 독립영화, 독립연극, 인디밴드 등 정작 가장 가난한 예술가는 오히려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체계가 되어 있다. 국내 예술 종사자 중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어림잡아 전체의 10% 선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예술가라는 것이 규정짓기 힘들다는 기본적인 딜레마가 있다. 누가 어떤 사람이 예술가인가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법 도입에는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아무것도 없다가 사회안전망 구축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

그런 한편으로는, 예술인에게 특별히 뭘 해준다는 시혜정책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 빈곤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면 된다는 것이다.

질문 : 문화예술생활협동조합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단편선 : 생협의 규모는 다양하다. 몇 명이 모여 만든 것도 있고 썬키스트처럼 대기업 규모의 생협도 있다. 그런데 대형 생협의 경우는 협동조합의 기본인 민주주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고 소형 생협은 재원 마련과 사업 추진의 어려움이 있다.

지역에서의 문화예술생협의 가능성은 솔직히 말하자면, 저 개인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라는 말은 할 수 있는데, 일단 시작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 자유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통영에도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회합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기반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통영프린지 페스티벌도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행사만으로 머무르면 너무나 아쉬운 일이며, 프린지라는 것이 지역 문화예술의 인프라로 이어져야 하지 않겠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은 지속성을 가진 문화의 기본적인 인프라다. 그런 인프라, 공간을 일구고 확장하는 것이 생협의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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