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여름(박종현)과 인터뷰를 했던 것은 지난 1월 12일 화요일이었다. 그와 두 시간 넘게 나눴던 인터뷰는 젊지만 치밀한 고민과 고집을 가진 음악인을 만나는 드문 긴장과 즐거움의 순간이었다. 그와 인터뷰하며 우리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음악활동을 계속하며 개성 있는 포크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젊은 포크 뮤지션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최대한 끌어내려 애썼고 여기 꼼꼼하게 정리해 내놓는다. 사실 1월말에는 공개했어야 할 인터뷰가 필자들의 사정으로 다소 늦어졌다. 이 점 생각의 여름과 독자 여러분들에게 함께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다음 인터뷰부터는 미리 보다의 자유게시판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아 대신 질문해보는 방식을 취하려 한다. 모쪼록 더욱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일시: 2010년 1월 12일(화) 14:00~16:30
장소: 카페 벨로주
인터뷰: 생각의 여름 vs 단편선, 서정민갑
사진 : 서정민갑
초벌 정리: 단편선
최종 정리: 서정민갑
서정민갑: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었나? 1984년생이면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서태지가 나왔을 때이다. 생각의 여름: 그냥 그냥, 많이 듣진 않았고 서태지는 좋아했다. (웃음) 난생 처음으로 소장한 CD는 어머니를 졸라서 산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이 015B 6집이었다.
서정민갑: 집에 음반이 많았나?
생각의 여름: 아버지가 갖고 계신 것은 대부분 클래식 CD였다. 지방(대전) 출신이라서 그런 종류의 수혜를 별로 못 받았다.
서정민갑: 사춘기 때는 어떤 음악 좋아했나?
생각의 여름: 중고등학교 때는 라디오헤드(Radiohead), 특히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kins)가 우상이었다. 그리고 PC 통신에서 아버지가 공짜 아이디를 하나 줘서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3호선 버터플라이 같은 음악들을 얼결에 들은 게 인연이 되었다. 그때는 PC 통신에 rar 파일들이 올라와 있었고,(웃음) 대전에서는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터너티브라고 불렸던 것들을 좋아한 것 같다. 장르 하나도 모르고 누가 설명해주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서정민갑: 친구들과 음악 얘기를 많이 했나?
생각의 여름: 어머니, 아버지가 마니아나 애호가는 아니셨지만 청소를 해도 비틀즈(Beatles)를 틀어놓는 분위기이기는 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는 다 메탈 키드들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하고 싸웠다. 아시지 않나? 메탈 돼지들.(웃음) 메탈 좋아하는 친구들이 와서 "너 이런 걸 왜 들어? 라디오헤드는 쓰레기야." 막 이렇게 시비 걸고 그랬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는 PC 통신에서 혼자 들었던 게 인연이었던 것 같다. 처음 샀던 인디 음반이 델리 스파이스 2집이었던 것 같다.
서정민갑: 대학 들어가서 어떻게 기타치고 노래를 시작하게 된 건가?
생각의 여름: 중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가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 들어와서 스쿨밴드에서 건반을 치다가 밴드가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1학년 끝날 때쯤 전기 기타를 팔고 그 돈으로 통기타를 샀다. 기억하기로는 김광석 아저씨나 동물원 쪽 음악을 듣고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들이 어쿠스틱하고 소박하고 미니멀하고 가사 좀 들리고 돈도 좀 안 드는 음악들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렉 기타를 밴드에서 쳐본 적은 없지만 픽업 사야지, 꾹꾹이 사야지 이런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결국은 '이런 자본주의적 음악 같으니!'라고.(웃음) 그냥 좀 미니멀한 걸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정민갑: 계속 밴드 음악을 들어오다가 갑자기 포크 음악을 하겠다고 한 것인가?
생각의 여름: 포크 음악을 하겠다고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냥 통기타가 좋았던 거다. 그렇다고 중고등학교 때 밴드 음악만 들은 것은 아니고 그냥 대중없었다. 장르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고 메탈과 힙합은 싫다는 생각만 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창고닷컴에서 처음으로 주문했던 CD가 3호선 버터플라이 1집,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사물놀이였던 식이었다. 전혀 장르 개념이 없었고 그냥 듣기 좋으면 좋은 거였다. 대학교 와서도 '재즈 밴드에 들어갈까, 풍물을 할까, 밴드를 할까?' 하다가 그냥 선택한 밴드였다.
서정민갑: 그 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었나?
생각의 여름: 지금까지는 다 지워주시고,(웃음) 통기타를 사고 동물원 쪽 음악이나 김민기의 음악 같은 것들을 무턱대고 따라 불렀던 것 같다. 그냥 이름 아는 분들 CD 사서 듣고 따라 쳤다. 처음에는 그냥 어쿠스틱한 팝을 하겠다고 생각하다가 기타 하나를 더 파고 들어가고 싶어 하게 된 과정이 있었다.
서정민갑: 그렇다면 치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생각의 여름: 지금 붕가붕가 사장하는 형(고건혁)이 총학생회 문화국장이었는데 '밴드밴드짠짠'이라고 서울대 안에서 창작곡이 있던 사람들을 모으고 지원해서 녹음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었다. 그때 포스터를 보고 가서 녹음했던 것을 들려줬더니 녹음해보자, 재미있겠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거기서 두어 곡을 녹음하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지금 9와 숫자들 하는 (송)재경이 형(9)이랑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이 형이랑 나랑, 지금 음악 안 하는 또 한 명 형(Unpacked Grey)-을 재경이 형이 조직했다. 그 때까지는 넷이 잘 모르는 사이였고 나는 군대 가기 일주일 전에 녹음한 게 관악청년포크협의회였다. 딱히 어떤 프로젝트였던 것은 아니고 그냥 '마음에 드는데 가서 녹음이나 하지?' 하는 정도였다. 방에 있던 곡인데 다른 사람들이 듣고 녹음도 시켜준다니까 그냥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스스로 포크 뮤지션이라든가 하는 인식은 딱히 없었다. 그때 형들은 다 서너 살 위였고 당시에도 그림자 궁전 활동 같은 걸 하고 있으니 녹음 해주는 것도 그렇고 좋아해주는 것도 그렇고 배웠다기보다는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저렇게 하는 게 음악을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멋있어 보였다. 이 앨범이 홍대 쪽에서 화제는커녕 팔릴 거라는 생각도 안 했다. 그냥 '밴드밴드짠짠'처럼 주변사람들에게 강매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내 스케일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한 사람들이나 내 노래가 대단하다거나 대단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마인드가 없었던 것이다. 잘 되고 안 되고도 모르겠고 그냥 "이 노래는 좋은데, 이 노래는 아닌데" 이러면서 굉장히 소박하게 이야기했던 때였다. 그런데 휴가를 나왔는데 이걸 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당시 웹진 <가슴>에도 올라와서 너무 신기했다.
서정민갑: 그때 함께 했던 분들이 대부분 인디 씬의 주역들로 활동하고 있다.
생각의 여름: 신기하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그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했고,(웃음) 그림자 궁전도 그랬다. 2004년의 기억과 비교해보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때 그 두 명은 음악을 진지하게 계속 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9와 숫자들 음악도 좋고 브로콜리 너마저도 좋다.
서정민갑: <앵콜요청 금지> 같은 경우는 공전의 히트를 했다.
생각의 여름: <앵콜요청 금지>도 처음 음반 나왔을 때, "다른 노래로 타이틀 곡 바꾸는 게 좋지 않아?" 그랬다가(웃음) 깜짝 놀랐다. <싸구려 커피>도 안 될 줄 알았다.(웃음)
단편선: 생각의 여름이 클럽 씬에 데뷔한 게 2007년이다. 그런데 앨범이 나온 건 2009년 가을쯤이다. EP나 싱글처럼 가볍게 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풀렝쓰부터 낸 이유가 따로 있는가?
생각의 여름: 시간을 끌려고 끌었던 것은 아니고 한 덩어리가 생기기를 바랐다. 노래가 쌓이고 쌓여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노래 덩어리들이 있어야 싱글이 되든 EP가 되든 상황에 맞게 낸다는 고민들을 하다 보니 계속 미뤄지고, 노래를 만들어놓았던 것들을 다 버리는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훌훌 지나갔다. 2009년에는 남겨놓을 만한 하나의 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서정민갑: 그런데 '치기 프로젝트'였다가 '도반'이었다가 '생각의 여름'으로 이름을 여러 번 바꾸었다.
생각의 여름: 그것도 바꿔야지 해서 바꾼 것은 아니었다.(웃음) 직접적인 답이 없다.(웃음) 치기 프로젝트는 중고등학교 때 치기라는 말을 닉네임 비슷하게 쓰다가 뒤에 프로젝트를 붙인 것이고 도반은 팀 이름이라기보다는 닉네임 중 하나다. "나는 이름이 싫어, 그러니까 나를 친구라고 불러"라는 의미에서 도반이었다. 생각의 여름은 대놓고 말하면 시인과 촌장 같은 멋있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노래를 담는 연극 제목 같은 그릇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생각 하다가 가사 쓰다가 나온 단어다.
서정민갑: 이름을 또 바꿀 용의가 있나? 음악 분위기로 봤을 때는 생각의 가을이나 생각의 겨울이 더 맞을 것 같다.
생각의 여름: 만약 전혀 다른 종류의 음악을 시도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종류의 음악을 한다면 생각의 여름이라는 이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생각의 가을이나 겨울은 좀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지 않나?(웃음) 생각의 여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여름이라기보다는 봄의 연장선상이라는 느낌에서 출발한 것이다. 점점 더 잎사귀가 푸르러지는 느낌을 가지고 썼던 문구이다.
서정민갑: 곡은 언제부터 쓴 것인가?
생각의 여름: 잘 모르겠는데 중고등학교 때 혼자서 건반을 치면서 뭔가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본격적으로 기타를 치면서 곡을 만들자고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겨울 쯤 4트랙 레코더를 샀던 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 레코드 버튼을 누르고 기타를 치고 끄고 혼자 다했다.
서정민갑: 그럼 군대에서도 곡을 썼나?
생각의 여름: 곡을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일상적으로 계속했다. 원래 곡을 쓸 때 따로 적어놓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속 돌리는 스타일이어서 딱히 불편한 건 없었다. 다만 들어오는 심상이 없어서 문제였다.(웃음) 기타는 1년 지나고 군대에 가져갔던 것 같다. 지금 음반에 들어간 노래들 중에서 군대에서 쓴 노래는 없는데 군대에서 가지고 있던 모티프를 1~2년 후에 완성한 곡들은 몇 개 있다. <활엽수>라거나 <서울하늘>의 기본 모티브도 군대에서 가지고 왔다. <활엽수>는 군대 사무실 앞에 있었던 활엽수였다. 살기 힘드니까 좀 안 좋은 가사들이 거기서 나왔다.(웃음)
서정민갑: 곡을 쓰는 스타일이 어떤가?
생각의 여름: 소재나 주제가 떠오르면 그냥 가지고 있다가 곡을 붙인다. 어차피 떠오를 때가 되면 나중에 떠오르니까 잊어버려도 상관없다. 2년이 지나든 3년이 지나든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떠오르면 그때 머릿속에서 흥얼거리면서 곡을 붙이고 나중에 기타를 붙인다. 딱히 악보를 쓰지는 않는다. 일단 기타를 치면 가사는 거의 안 바뀐다.
단편선: 가사부터 쓰는 스타일인가?
생각의 여름: 그렇다.
서정민갑: 가사도 머릿속에서 굴리는 편인가, 아니면 메모를 해두는가?
생각의 여름: 메모를 하면 굳어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메모를 최대한 안하려고 한다. 머릿속에서 흥얼거리면서 자유롭게 토씨도 바꾸고 단어도 바꾼다. 잊어버릴만한 것들은 잊어버리겠지만 그러다가 언뜻 또 다시 떠오를만할 때가 있으니까 별로 아쉽지는 않다. 노트라든가 컴퓨터에 저장하는 건 고등학교 이후로 안했다.
서정민갑: 그런데 언제 가사가 떠오르나?
생각의 여름: 보통 길을 걷다가 많이 떠오른다. 가사가 먼저 떠오르고 나중에 멜로디를 생각하며 붙이는 편이다.
서정민갑: 가사하고 곡이 같이 떠오르는 경우는 없나?
생각의 여름: 옛날에는 그랬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그게 싫다. 기타를 안 치고 머릿속에서 돌리는 것도 기타가 가지고 있는 관습적인 코드나 멜로디에 얽매이기 싫은 것이다. 멜로디나 박자에 맞춰 내 말이 변해야 될 때가 있는 게 싫어서 분리를 하는 것이다.
서정민갑: 가사가 제일 중요한 것인가?
생각의 여름: 아무래도 노래를 한다면 가사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가사가 아니면 노래도 아닌 것이다.
서정민갑: 이 얘기는 많이 들을 것 같은데 가사가 굉장히 짧다. 왜 이렇게 짧게 쓰는가?
생각의 여름: (웃음) 짧게 쓰려고 짧게 쓴 건 아니고 쓰고 나니까 짧은 거다. 반복하거나 중언부언하고 싶지 않다. 곡을 쓸 때도 가사를 머릿속에서 계속 돌리면서 주로 하는 일이 줄이는 것이다. 주어가 없고 수식어가 없어도 심상이 그대로라면 덜어내는 게 일상적인 작업이고 그래야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한다. 가사 쓰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겠지만 그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써보려고 일부러 노력해본 적은 없다. 짧게 쓰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계속 내 색깔로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서정민갑: 가사를 아주 짧게 쓰는 스타일이 언제부터 본격화되었나?
생각의 여름: 2006년 군 생활 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예전에는 단어라도 써놓은 적이 있지만 군대에서는 극단적으로 머릿속으로 돌리고, 좀 더 미니멀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같이 줄어든 것 같다.
서정민갑: 특별히 하이쿠라던가 시의 영향을 받은 게 있나?
생각의 여름: 시라는 장르를 좋아한다. 가끔씩 시를 읽으면서 이런 방식으로 말을 조작하는 게 이런 효과를 내는구나 생각하면 무의식적으로 응용하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시인을 굳이 한 분 들자면 그렇게 글이 짧은 시인은 아니시지만,(웃음) 고형렬 시인을 좋아한다. 고형렬 시인을 좋아하는 이유도 시가 일상에서 시작하는데 형형하고 뭔가 날카롭기 때문이다.
서정민갑: 가사를 읽다보면 서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순간적인 관찰이나 찰나의 장면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인가?
생각의 여름: 어느 순간 내 노래가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잘 쓴 가사는 순간을 묘사하는 것이 서사를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잘 모르지만 까르띠에 브레송(Cartier Bresson)의 사진을 보면 사진은 사진인데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 사진이라서 내러티브가 녹아 있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면 묘사지만 서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좀 더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는데 차단하거나 생략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다.
생각의 여름: 애초에 내가 심상을 떠올리는 게 걸어가고 있거나 보고 있거나 듣고 있는 순간에 나오기 때문에 순간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와서 꽃이 떨어지는 게 여러 가지 이야기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상황 자체를 왜 그렇게 보았을지에 대해 머릿속에서 돌렸기 때문에 내가 쓰는 관습대로 쓰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가보다는 '그게 나한테 무슨 의미일까? 나는 그걸 왜 바라봤을까?'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도 습관이다. 그리고 덜어낸다는 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빼는 것이다. '왜 노래 부르는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 듣는 사람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서정민갑: 노래 속에서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관찰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의 여름: 주어를 최대한 빼게 되는데 관찰하고 있던 시선도 노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게 잘 드러나느냐 못 드러나느냐는 내 능력에 따른 문제지만 에세이 쓰듯이 나를 주어로 해서 쓰고 싶지는 않다.(웃음) 나는 이렇게 저렇게 했다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건 대화를 하는 것 같지 않고 내가 끝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노래라는 게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내 스타일, 내 취향인거 같다.
서정민갑: 노골적인 사랑노래도 없다.
생각의 여름: 사랑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연애를 하고 있다고 소설가가 굳이 사랑에 관한 단편을 단편집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말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일부러 넣고 싶지는 않았다.
서정민갑: 그런데 <오늘 밤에 너구리>를 들어보니 가사 스타일이 다르더라.
생각의 여름: 그건 여기에 있는 노래들이 나오기 전에 만든 노래이다. 그 노래 좋아한다.(웃음) 방향이 다른 것이다. 공연이라는 게 심각하게만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이런 종류의 곡도 있고 공감을 할 수 있는 거라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