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étariat

danpyunsun.egloos.com

생각의 여름 인터뷰 - 근본적으로, 독고다이로 가고 싶었다

danpyunsun.egloos.com/468536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의 여름(박종현)과 인터뷰를 했던 것은 지난 1월 12일 화요일이었다. 그와 두 시간 넘게 나눴던 인터뷰는 젊지만 치밀한 고민과 고집을 가진 음악인을 만나는 드문 긴장과 즐거움의 순간이었다. 그와 인터뷰하며 우리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음악활동을 계속하며 개성 있는 포크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젊은 포크 뮤지션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최대한 끌어내려 애썼고 여기 꼼꼼하게 정리해 내놓는다. 사실 1월말에는 공개했어야 할 인터뷰가 필자들의 사정으로 다소 늦어졌다. 이 점 생각의 여름과 독자 여러분들에게 함께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다음 인터뷰부터는 미리 보다의 자유게시판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아 대신 질문해보는 방식을 취하려 한다. 모쪼록 더욱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일시: 2010년 1월 12일(화) 14:00~16:30
장소: 카페 벨로주
인터뷰: 생각의 여름 vs 단편선, 서정민갑
사진 : 서정민갑
초벌 정리: 단편선
최종 정리: 서정민갑

서정민갑: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었나? 1984년생이면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서태지가 나왔을 때이다.

생각의 여름: 그냥 그냥,  많이 듣진 않았고 서태지는 좋아했다. (웃음) 난생 처음으로 소장한 CD는 어머니를 졸라서 산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이 015B 6집이었다.

서정민갑: 집에 음반이 많았나?

생각의 여름: 아버지가 갖고 계신 것은 대부분 클래식 CD였다. 지방(대전) 출신이라서 그런 종류의 수혜를 별로 못 받았다.

서정민갑: 사춘기 때는 어떤 음악 좋아했나?

생각의 여름: 중고등학교 때는 라디오헤드(Radiohead), 특히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kins)가 우상이었다.   그리고 PC 통신에서 아버지가 공짜 아이디를 하나 줘서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3호선 버터플라이 같은 음악들을 얼결에 들은 게 인연이 되었다. 그때는 PC 통신에 rar 파일들이 올라와 있었고,(웃음) 대전에서는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터너티브라고 불렸던 것들을 좋아한 것 같다. 장르 하나도 모르고 누가 설명해주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서정민갑: 친구들과 음악 얘기를 많이 했나?

생각의 여름: 어머니, 아버지가 마니아나 애호가는 아니셨지만 청소를 해도 비틀즈(Beatles)를 틀어놓는 분위기이기는 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는 다 메탈 키드들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하고 싸웠다. 아시지 않나? 메탈 돼지들.(웃음) 메탈 좋아하는 친구들이 와서 "너 이런 걸 왜 들어? 라디오헤드는 쓰레기야." 막 이렇게 시비 걸고 그랬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는 PC 통신에서 혼자 들었던 게 인연이었던 것 같다. 처음 샀던 인디 음반이 델리 스파이스 2집이었던 것 같다.

서정민갑: 대학 들어가서 어떻게 기타치고 노래를 시작하게 된 건가?

생각의 여름: 중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가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 들어와서 스쿨밴드에서 건반을 치다가 밴드가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1학년 끝날 때쯤 전기 기타를 팔고 그 돈으로 통기타를 샀다. 기억하기로는 김광석 아저씨나 동물원 쪽 음악을 듣고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들이 어쿠스틱하고 소박하고 미니멀하고 가사 좀 들리고 돈도 좀 안 드는 음악들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렉 기타를 밴드에서 쳐본 적은 없지만 픽업 사야지, 꾹꾹이 사야지 이런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결국은 '이런 자본주의적 음악 같으니!'라고.(웃음) 그냥 좀 미니멀한 걸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정민갑: 계속 밴드 음악을 들어오다가 갑자기 포크 음악을 하겠다고 한 것인가?

생각의 여름: 포크 음악을 하겠다고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냥 통기타가 좋았던 거다. 그렇다고 중고등학교 때 밴드 음악만 들은 것은 아니고 그냥 대중없었다. 장르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고 메탈과 힙합은 싫다는 생각만 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창고닷컴에서 처음으로 주문했던 CD가 3호선 버터플라이 1집,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사물놀이였던 식이었다. 전혀 장르 개념이 없었고 그냥 듣기 좋으면 좋은 거였다. 대학교 와서도 '재즈 밴드에 들어갈까, 풍물을 할까, 밴드를 할까?' 하다가 그냥 선택한 밴드였다.

서정민갑: 그 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었나?

생각의 여름: 지금까지는 다 지워주시고,(웃음) 통기타를 사고 동물원 쪽 음악이나 김민기의 음악 같은 것들을 무턱대고 따라 불렀던 것 같다. 그냥 이름 아는 분들 CD 사서 듣고 따라 쳤다. 처음에는 그냥 어쿠스틱한 팝을 하겠다고 생각하다가 기타 하나를 더 파고 들어가고 싶어 하게 된 과정이 있었다.

서정민갑: 그렇다면 치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생각의 여름: 지금 붕가붕가 사장하는 형(고건혁)이 총학생회 문화국장이었는데 '밴드밴드짠짠'이라고 서울대 안에서 창작곡이 있던 사람들을 모으고 지원해서 녹음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었다. 그때 포스터를 보고 가서 녹음했던 것을 들려줬더니 녹음해보자, 재미있겠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거기서 두어 곡을 녹음하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지금 9와 숫자들 하는 (송)재경이 형(9)이랑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이 형이랑 나랑, 지금 음악 안 하는 또 한 명 형(Unpacked Grey)-을 재경이 형이 조직했다. 그 때까지는 넷이 잘 모르는 사이였고 나는 군대 가기 일주일 전에 녹음한 게 관악청년포크협의회였다. 딱히 어떤 프로젝트였던 것은 아니고 그냥 '마음에 드는데 가서 녹음이나 하지?' 하는 정도였다. 방에 있던 곡인데 다른 사람들이 듣고 녹음도 시켜준다니까 그냥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스스로 포크 뮤지션이라든가 하는 인식은 딱히 없었다. 그때 형들은 다 서너 살 위였고 당시에도 그림자 궁전 활동 같은 걸 하고 있으니 녹음 해주는 것도 그렇고 좋아해주는 것도 그렇고 배웠다기보다는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저렇게 하는 게 음악을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멋있어 보였다. 이 앨범이 홍대 쪽에서 화제는커녕 팔릴 거라는 생각도 안 했다. 그냥 '밴드밴드짠짠'처럼 주변사람들에게 강매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내 스케일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한 사람들이나 내 노래가 대단하다거나 대단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마인드가 없었던 것이다. 잘 되고 안 되고도 모르겠고 그냥 "이 노래는 좋은데, 이 노래는 아닌데" 이러면서 굉장히 소박하게 이야기했던 때였다. 그런데 휴가를 나왔는데 이걸 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당시 웹진 <가슴>에도 올라와서 너무 신기했다.

서정민갑: 그때 함께 했던 분들이 대부분 인디 씬의 주역들로 활동하고 있다.

생각의 여름: 신기하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그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했고,(웃음) 그림자 궁전도 그랬다. 2004년의 기억과 비교해보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때 그 두 명은 음악을 진지하게 계속 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9와 숫자들 음악도 좋고 브로콜리 너마저도 좋다.

서정민갑: <앵콜요청 금지> 같은 경우는 공전의 히트를 했다.

생각의 여름: <앵콜요청 금지>도 처음 음반 나왔을 때, "다른 노래로 타이틀 곡 바꾸는 게 좋지 않아?" 그랬다가(웃음) 깜짝 놀랐다. <싸구려 커피>도 안 될 줄 알았다.(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편선: 생각의 여름이 클럽 씬에 데뷔한 게 2007년이다. 그런데 앨범이 나온 건 2009년 가을쯤이다. EP나 싱글처럼 가볍게 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풀렝쓰부터 낸 이유가 따로 있는가?

생각의 여름: 시간을 끌려고 끌었던 것은 아니고 한 덩어리가 생기기를 바랐다. 노래가 쌓이고 쌓여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노래 덩어리들이 있어야 싱글이 되든 EP가 되든 상황에 맞게 낸다는 고민들을 하다 보니 계속 미뤄지고, 노래를 만들어놓았던 것들을 다 버리는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훌훌 지나갔다. 2009년에는 남겨놓을 만한 하나의 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서정민갑: 그런데 '치기 프로젝트'였다가 '도반'이었다가 '생각의 여름'으로 이름을 여러 번 바꾸었다.

생각의 여름: 그것도 바꿔야지 해서 바꾼 것은 아니었다.(웃음) 직접적인 답이 없다.(웃음) 치기 프로젝트는 중고등학교 때 치기라는 말을 닉네임 비슷하게 쓰다가 뒤에 프로젝트를 붙인 것이고 도반은 팀 이름이라기보다는 닉네임 중 하나다. "나는 이름이 싫어, 그러니까 나를 친구라고 불러"라는 의미에서 도반이었다. 생각의 여름은 대놓고 말하면 시인과 촌장 같은 멋있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노래를 담는 연극 제목 같은 그릇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생각 하다가 가사 쓰다가 나온 단어다.

서정민갑: 이름을 또 바꿀 용의가 있나? 음악 분위기로 봤을 때는 생각의 가을이나 생각의 겨울이 더 맞을 것 같다.

생각의 여름: 만약 전혀 다른 종류의 음악을 시도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종류의 음악을 한다면 생각의 여름이라는 이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생각의 가을이나 겨울은 좀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지 않나?(웃음) 생각의 여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여름이라기보다는 봄의 연장선상이라는 느낌에서 출발한 것이다. 점점 더 잎사귀가 푸르러지는 느낌을 가지고 썼던 문구이다.

서정민갑: 곡은 언제부터 쓴 것인가?

생각의 여름: 잘 모르겠는데 중고등학교 때 혼자서 건반을 치면서 뭔가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본격적으로 기타를 치면서 곡을 만들자고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겨울 쯤 4트랙 레코더를 샀던 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 레코드 버튼을 누르고 기타를 치고 끄고 혼자 다했다.

서정민갑: 그럼 군대에서도 곡을 썼나?

생각의 여름: 곡을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일상적으로 계속했다. 원래 곡을 쓸 때 따로 적어놓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속 돌리는 스타일이어서 딱히 불편한 건 없었다. 다만 들어오는 심상이 없어서 문제였다.(웃음) 기타는 1년 지나고 군대에 가져갔던 것 같다. 지금 음반에 들어간 노래들 중에서 군대에서 쓴 노래는 없는데 군대에서 가지고 있던 모티프를 1~2년 후에 완성한 곡들은 몇 개 있다. <활엽수>라거나 <서울하늘>의 기본 모티브도 군대에서 가지고 왔다. <활엽수>는 군대 사무실 앞에 있었던 활엽수였다. 살기 힘드니까 좀 안 좋은 가사들이 거기서 나왔다.(웃음)

서정민갑: 곡을 쓰는 스타일이 어떤가?

생각의 여름: 소재나 주제가 떠오르면 그냥 가지고 있다가 곡을 붙인다. 어차피 떠오를 때가 되면 나중에 떠오르니까 잊어버려도 상관없다. 2년이 지나든 3년이 지나든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떠오르면 그때 머릿속에서 흥얼거리면서 곡을 붙이고 나중에 기타를 붙인다. 딱히 악보를 쓰지는 않는다. 일단 기타를 치면 가사는 거의 안 바뀐다.

단편선: 가사부터 쓰는 스타일인가?

생각의 여름: 그렇다.

서정민갑: 가사도 머릿속에서 굴리는 편인가, 아니면 메모를 해두는가?

생각의 여름: 메모를 하면 굳어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메모를 최대한 안하려고 한다. 머릿속에서 흥얼거리면서 자유롭게 토씨도 바꾸고 단어도 바꾼다. 잊어버릴만한 것들은 잊어버리겠지만 그러다가 언뜻 또 다시 떠오를만할 때가 있으니까 별로 아쉽지는 않다. 노트라든가 컴퓨터에 저장하는 건 고등학교 이후로 안했다.

서정민갑: 그런데 언제 가사가 떠오르나?

생각의 여름: 보통 길을 걷다가 많이 떠오른다. 가사가 먼저 떠오르고 나중에 멜로디를 생각하며 붙이는 편이다.

서정민갑: 가사하고 곡이 같이 떠오르는 경우는 없나?

생각의 여름: 옛날에는 그랬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그게 싫다. 기타를 안 치고 머릿속에서 돌리는 것도 기타가 가지고 있는 관습적인 코드나 멜로디에 얽매이기 싫은 것이다. 멜로디나 박자에 맞춰 내 말이 변해야 될 때가 있는 게 싫어서 분리를 하는 것이다.

서정민갑: 가사가 제일 중요한 것인가?

생각의 여름: 아무래도 노래를 한다면 가사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가사가 아니면 노래도 아닌 것이다.

서정민갑: 이 얘기는 많이 들을 것 같은데 가사가 굉장히 짧다. 왜 이렇게 짧게 쓰는가?

생각의 여름: (웃음) 짧게 쓰려고 짧게 쓴 건 아니고 쓰고 나니까 짧은 거다. 반복하거나 중언부언하고 싶지 않다. 곡을 쓸 때도 가사를 머릿속에서 계속 돌리면서 주로 하는 일이 줄이는 것이다. 주어가 없고 수식어가 없어도 심상이 그대로라면 덜어내는 게 일상적인 작업이고 그래야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한다. 가사 쓰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겠지만 그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써보려고 일부러 노력해본 적은 없다. 짧게 쓰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계속 내 색깔로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서정민갑: 가사를 아주 짧게 쓰는 스타일이 언제부터 본격화되었나?

생각의 여름: 2006년 군 생활 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예전에는 단어라도 써놓은 적이 있지만 군대에서는 극단적으로 머릿속으로 돌리고, 좀 더 미니멀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같이 줄어든 것 같다.

서정민갑: 특별히 하이쿠라던가 시의 영향을 받은 게 있나?

생각의 여름: 시라는 장르를 좋아한다. 가끔씩 시를 읽으면서 이런 방식으로 말을 조작하는 게 이런 효과를 내는구나 생각하면 무의식적으로 응용하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시인을 굳이 한 분 들자면 그렇게 글이 짧은 시인은 아니시지만,(웃음) 고형렬 시인을 좋아한다. 고형렬 시인을 좋아하는 이유도 시가 일상에서 시작하는데 형형하고 뭔가 날카롭기 때문이다.

서정민갑: 가사를 읽다보면 서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순간적인 관찰이나 찰나의 장면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인가?

생각의 여름: 어느 순간 내 노래가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잘 쓴 가사는 순간을 묘사하는 것이 서사를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잘 모르지만 까르띠에 브레송(Cartier Bresson)의 사진을 보면 사진은 사진인데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 사진이라서 내러티브가 녹아 있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면 묘사지만 서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좀 더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는데 차단하거나 생략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다.

생각의 여름: 애초에 내가 심상을 떠올리는 게 걸어가고 있거나 보고 있거나 듣고 있는 순간에 나오기 때문에 순간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와서 꽃이 떨어지는 게 여러 가지 이야기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상황 자체를 왜 그렇게 보았을지에 대해 머릿속에서 돌렸기 때문에 내가 쓰는 관습대로 쓰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가보다는 '그게 나한테 무슨 의미일까? 나는 그걸 왜 바라봤을까?'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도 습관이다. 그리고 덜어낸다는 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빼는 것이다. '왜 노래 부르는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 듣는 사람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서정민갑: 노래 속에서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관찰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의 여름: 주어를 최대한 빼게 되는데 관찰하고 있던 시선도 노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게 잘 드러나느냐 못 드러나느냐는 내 능력에 따른 문제지만 에세이 쓰듯이 나를 주어로 해서 쓰고 싶지는 않다.(웃음) 나는 이렇게 저렇게 했다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건 대화를 하는 것 같지 않고 내가 끝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노래라는 게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내 스타일, 내 취향인거 같다.

서정민갑: 노골적인 사랑노래도 없다.

생각의 여름: 사랑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연애를 하고 있다고 소설가가 굳이 사랑에 관한 단편을 단편집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말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일부러 넣고 싶지는 않았다.

서정민갑: 그런데 <오늘 밤에 너구리>를 들어보니 가사 스타일이 다르더라.

생각의 여름: 그건 여기에 있는 노래들이 나오기 전에 만든 노래이다. 그 노래 좋아한다.(웃음) 방향이 다른 것이다. 공연이라는 게 심각하게만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이런 종류의 곡도 있고 공감을 할 수 있는 거라면 좋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본인이 쓴 가사는 마음에 드는가?

생각의 여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든다. 스스로 가사를 좋다 나쁘다 평가할 때는 '나의 어느 시절을 반영하는가? 당시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진솔하게 반영했는가? 그래서 그때 그 느낌이 조금이라도 떠오르는가?'를 비추어보는데 적어도 이 앨범에 있는 가사들은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들이어서 마음에 든다.

서정민갑: 포크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인가?

생각의 여름: 통기타를 계속 치면서 점점 접하고 공부하는 과정이다. 듣고 배워야 할 건 정말 많은데 아직은 산발적으로 듣고, 꽂히면 공부한다. 가사 쓰는 방식을 배우기도 하고, 자세를 배우기도 하고, 기타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가사와 멜로디가 붙는 방식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한다. 김두수의 음악을 예로 들자면 군대 있을 때 라디오를 몰래 계속 들었는데 당시 EBS에서 성기완 아저씨가 <세계음악기행> 하고 있었을 때 김두수 선생님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것이다. 그 후 4집을 찾아 듣고 뭐랄까 헤어 나오질 못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상상마당에서 공연을 하셨는데 보고나서 거의 충격에 빠졌다.(웃음) 뭐랄까, 포스나 느낌이나 '이건 내가 지금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따라 쳐보기도 하고, 가사를 계속해서 읽어보기도 하고. 따라 불러보기도 했는데 하나하나의 과정이 공부인 것 같다. 포크 음악을 해야겠다고 해서 시작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르에 기반해서 연습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기타리스트라는 자각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정선 기타교실 1권부터 14권까지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때그때 정서를 표현하는데 좋은 기법이 새로 보인다면 연습했던 방식 하나하나가 공부였던 것 같다.

서정민갑: 시인과 촌장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라도 있나?

생각의 여름: 아까 고형렬 시인 얘기할 때 '형형하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게 중요한 것 같다. 마음에 있는 무엇인가가 음악으로 현현(顯現)되었는데 그게 굉장히 선명하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적인 평가 이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 드러내고 싶은 것일 수 있는데 긴장과 균형 같은 부분이 와 닿는 것 같다. [푸른 돛] 음반, 1집의 긴장이 제일 좋았다. 시인과 촌장의 몇몇 곡들은 가끔 슬럼프라고 생각될 때 부르는 곡도 있다. 여러 가지 삶의 방식 중에서 어쨌든 내가 노래를 하면서 살기로 마음먹고 노래를 하는데 그게 안 잡힌다고 생각될 때 공연에서 <숲>을 작정하고 부른다. 그럼 뭔가 위안이 되는 것 같다. (※ 생각의 여름은 [푸른 돛]을 1집이라 얘기했지만, 시인과 촌장의 1집은 1981년 오종수와 발표한 [짝사랑/님타령] 앨범이다. 이후 2집 [푸른 돛]과 3집 [숲]을 만들었다.)

서정민갑: 특히 좋아하는 포크 뮤지션은 또 누가 있나?

생각의 여름: 보통 시인과 촌장이나 김두수 선생님 얘기를 하고 정태춘 선생님, 김창기 선생님도 좋아한다. 그리고 조동익 선생님의 몇몇 노래들도 좋아하고 김민기 선생님도 좋아한다. 나올 사람 다 나왔다.(웃음) 아무래도 한국어로 가사를 쓰다보니까 그 분들이 가사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 분들을 계속 참고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서정민갑: 해외 포크도 많이 듣는가?

생각의 여름: 많이 듣는다기보다는 즐겨듣는 부분들이 있다. 포크라는 이름으로 말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 같고, 기타를 튕기니까 기타를 기반으로 한 음악들을 듣는다.

서정민갑: 지금은 자신이 포크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생각의 여름: 지금은 어느새 그렇게 된 것 같다. 실제로 계속 듣는 음악들의 많은 부분도 그쪽 음악들이다.

서정민갑: 스스로 자신의 음악이 한국 포크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생각의 여름: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기타라는 악기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한국말이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점에서 선배님들의 고민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게 고민을 계속 하다보면 나중에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내 음악이 그렇게 연결이 된다고 평가를 한다면 행복한 일이고 좋은 일인데 그걸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좋아서 하다보니까 나중에 쌓이고 쌓여서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혹시 포크 음악 쪽 선배 뮤지션들이 무슨 얘기를 해주시나?

생각의 여름: 안 해주시더라.(웃음) 아직까지는 지금까지 말씀 드린 선배 뮤지션들과 직접적인 연계를 맺지는 않고 있다.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서정민갑: 생각의 여름의 음악은 사회적인 문제가 많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반면 <동병상련>이나 <서울하늘> 같은 곡은 사회적인 시선을 담은 곡인 것 같다.

생각의 여름: 이번 음반이 나오고 나서 음반이 나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반응이 달라서 신기했다. 내 노래가 소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노래가 사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사적이라는 표현을 쓰셔서 놀랐다. 물론 내러티브가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파고들어보면 나름대로는 불온한 노래인데 음반 하나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래마다 다른 것 같은데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그렇게 나오는 노래들도 있다. 은유를 쓰느냐, 직설화법을 쓰느냐가 문제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가를 평가하는 잣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민기 선생님 노래가 직설화법을 쓰지는 않는다. 은유를 얼마나 잘 활용해서 선명한 이미지들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은 얘기를 하면 좀 더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가사를 써서 공감을 하는 게 더 풍성한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민, 사회, 국가, 다 좋은데 풀어내는 방식은 좀 더 밑에서부터였으면 좋겠다. 그냥 나 개인, 서민이기 이전에 개인, 학생이기 이전에 개인, 사회인으로서의 이전에 그냥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데 그 삶의 시선이 드러나는 노래들이 결국은 쌓이고 쌓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노래를 만드는 맥락에 따라서 어떨 때는 직설적인 노래를 쓰는 경우가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착하게 들리는 것 같아서 되게 신기했다. (웃음)


서정민갑: 그렇다면 특히 그런 의미를 담아서 만든 곡은 어떤 곡인가?

생각의 여름: 뭐가 있을까?(웃음) 그 이상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가사를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는데 가능성을 닫고 싶지는 않다.

서정민갑: 그러다보면 역으로 정확한 의미라는 것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정작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생각의 여름: 음반이 나오고 몇몇 반응을 보고서 그런 걱정을 했다. <동병상련>은 자본주의에 대한 엄청난 시니컬함의 극치를 담았는데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옆에서는 앞으로 너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네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를 보고 사람들이 너의 가사를 생각할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 고민은 앞으로 계속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때가 되지 않는 한 직설적으로 가사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기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앞으로 더 공부해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식의 문제는 아니고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지난해 음악인 선언에도 참여했다. 종현 씨가 바라보는 요즘 한국사회는 어떤가?

생각의 여름: 녹음기 끄고 얘기해야한다.(웃음) 뭐라고 하겠나. 좋지 않다. 정말 좋지 않다.

서정민갑: 본인이 생각하는 진심을 가득담은 노래는 어떤 것인가.

생각의 여름: 진심을 가득 담은 노래가 그 곡이다.(웃음) 말로 이렇게 자기가 하는 음악을 다시 표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진심을 담지 않은 노래는 못 쓴 노래이고,(웃음) 잘 쓴 노래는 다 진심을 가득 담지 않았을까?

서정민갑: 일부에서는 대중적인 스타일의 곡에 대해 폄하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생각의 여름: 나는 그런 건 없다.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개인적으로 카라(Kara)를 좋아하지만,(웃음) 그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쪽은 이쪽의 장르적인 관습과 문법이 있어서 그걸 따르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고 저쪽은 저쪽대로의 노는 방식이 있는 것인데 "대중적이다, 아니다"라는 말로 쉽게 얘기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굳이 뭐가 더 진정하냐의 문제로 넘어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서정민갑: 그렇다면 종현 씨가 생각하는 진정성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의 여름: 노래를 부르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드러난다고 해야 하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시선이 드러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거기에 나라는 게 하나도 없더라도 시선이 비추어지는 게 진정성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픽션일수도 있고 논픽션일 수도 있는데 거기에 관계없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숨 같은 게 보이는 것이다.

서정민갑: 본인 음악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생각의 여름: 아직까지는 할 만큼 하는 것 같다. 시작할 때부터 내 삶속에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그때그때 떠오를 때 하는 것, 내 삶의 바닥에서 끌어올리는 가사 이상의 것은 담지 않는 것. 아직까지는 그 마인드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혼자서 공연하고 혼자 연주하는 것도 관계가 있는 것인가?

생각의 여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혼자 하는 음악들을 계속 듣고 그런 음악들의 미덕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팔자가 된 거다.(웃음) 그리고 전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마음을 내어서 뭔가를 또 하기가 스스로 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정민갑: 그래도 뮤지션들은 풍성한 사운드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나?

생각의 여름: 물론 욕심이 있었다. 주로 빵에서 솔로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면 호응도 없고 그러니까 밴드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빵에서 혼자 공연 하면 진짜 호응 없지 않나?(웃음) 그렇지만 정말 잘 만든 음악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풍성하기 때문에 풍성할 때 낼 수 있는 사운드가 있지만 반대로 미니멀하기 때문에 비로소 낼 수 있는 사운드가 있고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변별적인 나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그게 마음에 든다면 관계없지 않나, 라고 생각해서 점점 더 미니멀해지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음표도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웃음)

서정민갑: 앞으로도 혼자서 하는 스타일을 유지한다면 보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보컬이 약하지만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가?

생각의 여름: 그냥 내가 하는 게 돼버려서 이제부터는 마음에 들고 말고는 없다.(웃음) 처음 통기타 들고 시작할 때는 내가 보컬리스트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2~3년 전부터는 고민을 하고 작업도 하고 공부도 한다. 내 목소리가 가진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한계를 뚫을 수 있는 지점들을 인식하고, 내 번지수를 찾아서 거기에 맞는 노래들을 만들면서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보컬이 내 노래를 부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서정민갑: 특히 닮고 싶은 보컬이 있을 것 같다.

생각의 여름: 닮고 싶은 보컬은 잘 하는 보컬이다. 피트 시거(Peter Seeger) 같은 보컬을 듣고 있으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정민갑: 관악포크청년협의회 음반과 비교하면 보컬의 떨림은 많이 줄었다. 의도적으로 연습한 것인가?

생각의 여름: 그렇다. 그때와 지금은 같은 음악을 한다고도 생각 안 한다.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고 연습을 했다기보다는 스타일이 분명해진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음악을 할 때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방식으로 2년 정도 라이브를 했다. 보컬 연습은 혼자서 부르고 공연할 때 스스로 모니터하면서 느끼는 게 제일 큰 것 같다. 집에서 혼자 부르는 것도 연습의 일환이지만 공연에서 내가 부르는 방식, 발성이나 발음이 어떤 방식으로 뻗고 뻗지 않고 떨리는가 하는 것, 이 부분은 내가 제어를 해야 되는데 못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되니 고통스러워하면서(웃음) 모니터링을 하는 것 같다.

서정민갑: 이번 앨범에서는 기타 외에 다른 악기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생각의 여름: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 사실 기타만으로 음악을 만들 이유는 없고 다른 편성이 필요한 곡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기타만으로 음악을 꾸리기로 하고 만들었던 음악들이었다. 의도적으로. 뭔가를 꾸미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빈다는 느낌이 드는 게 그림을 선명하게 그리려는 입장에서는 맞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서 같은 경우에도 "이런 경우에는 전기 기타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 그게 여기에 더 맞는 사운드 효과를 낼 수 있겠다"라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 많이 싸웠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가기 때문에 다른 건 모두 배제하겠다는 음반이었다. 적어도 첫 음반이니까 그러고 싶었다. 좀 근본적으로, 독고다이로 가고 싶었다.

서정민갑: 프로듀서가 들어와서 사운드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있더라.

생각의 여름: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런데 그게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까지는 내 영역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내 몹쓸 버릇들이 있을 텐데 그걸 규제해주고 불편하지 않게 들리게 해준 부분에서 기여를 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노래 구성 같은 것은 애초에 하나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시작한 것이었다. 그걸 건드렸으면 작업이 안 되었을 것이다.

서정민갑: 고집이 너무 센 것 아닌가?

생각의 여름: (웃음) 그건 예의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번 앨범은 나의 첫 번째 작업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깃발들에 대한 첫 번째 작업이기 때문에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어디까지이다 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간 부분이 있다. 프로듀서가 워낙 잘 아는 사이이다 보니 그런 걸 건드리지 않겠다고 얘기했고 그 밖에 있는 거의 모든 부분들을 도와주었다.

서정민갑: 전주도 너무 짧다.

생각의 여름: 필요 없으면 없애고 필요가 있으면 썼다. 그 판단은 직접 했다. 댄스 음악에서 전주가 긴 건 비트가 있어서 즐거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음악에 있는 것은 기능적인 효과도 없고, 예열을 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없다.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경우에는 없앤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뭐라고 한다.(웃음)

서정민갑: 코러스도 거의 안 넣거나 본인이 다했다.

생각의 여름: 어쨌든 악기와 노래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혼자 하는 거였다. 첫 번째는 이런 식으로 하고 싶었다.

서정민갑: 결과물이 원하는 만큼 나왔다고 생각하나?

생각의 여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만족한다. 이따 레코딩 얘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

서정민갑: 곡 순서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의 여름: 그렇다. 순서는 거의 처음에 짰을 때도 이런 식이었다. 프로듀서와 상의해서 곡 순서를 조정한 것이 두어 곡 있는데, 그것도 처음에 썼던 안의 안에서 결정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정민갑: 지금까지 얼마나 팔렸나?

생각의 여름: 천 장 찍었었는데 재판 들어간다고 연락 받았다.

서정민갑: 그렇다면 본인의 고집스러운 행보에 대해서 대중들도 좋은 평가를 해줬다고 스스로 생각하는가?

생각의 여름: 예상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얼마나 팔리는지는 잘 모르지만 대강 아는 바에 의하면 생각보다는 팔리는 것 같다.(웃음) 양가적이다. 내 노래가 너무 쉽게 들리나? 이런 생각도 든다.(웃음) 싫다는 건 아니다. 진지하게 들어주시는 게 제일 좋다는 뜻이다.

서정민갑: 곰사장(붕가붕가 레코드 고건혁 사장)이 결벽주의자라고 소개하던데 결벽은 강박이 있다는 뜻이지 않나? 어떤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인가?

생각의 여름: 어떤 기준이 정해지면 그 기준에 의거해서 평가하는 부분을 결벽적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음악을 만들 때 여기는 호흡이 짧으니까 간주를 좀 더 넣는 것이 좋지 않겠냐, 그래야 좀 더 듣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라고 말해도 나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이다. 기준이 한번 정해지면 그 콘셉트 안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밖에서는 경계를 세워놓는 것이다. 음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비타협적으로 나갔다.

서정민갑: 음반을 들어보면 공간감이 많더라.

생각의 여름: 의도한 트랙들이 있다. 그래서 원-테이크로 간 트랙도 있고 몇몇 트랙들은 아예 창문을 열어놓기도 했다. 틀릴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가장 자연스러운 세팅이 뭔가에 대해 고민을 한 부분이 있다. <동병상련>에서의 소음은 애초부터 음악의 일부였다. 왜냐하면 남부순환도로를 걸으면서 떠올렸던 가사였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소음도 남부순환로에 있는 소음이었다. 걸으면서 듣고 있던 소음이 가사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음악의 일부로서 필수적인 하나의 요소였다.

단편선: <활엽수>는 약간 음이 탄 느낌 있다.

생각의 여름: 일부러 그런 것이다. 디스토션 걸린 것 같이 엔지니어한테 사운드를 좀 뒤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그러면 착하게 들릴 것 같더라.

서정민갑: 녹음은 며칠이나 걸렸나?

생각의 여름: 겨울에도 했고 여름에도 했다. 다 합치면 열흘쯤 될 것이다.

서정민갑: 녹음을 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건 어떤 것이었나?

생각의 여름: 그냥 제대로 부르는 거였다. 그래서 엔지니어하고 프로듀서가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하는 거야?" 이러면서 짜증을 많이 냈다. 내가 원하는 효과를 테크니컬하게 설명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음반이 나오고 나서 주변에서 레코딩 얘기를 해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기는 하는데 적어도 그때는 그런 개념까지는 없었다, 노래만 들리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전문 스튜디오가 아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인데 그래도 뭉개지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만족하는데 주변에서는 많이 아쉬워한다.

서정민갑: 특히 <활엽수> 같은 몇몇 곡들은 굉장히 예스러운 느낌이 있다.

생각의 여름: 시간을 거슬러서 공부를 하다보니까 90년대 이후에 영미에서 나온 포크 음악들보다는 기타음 하나하나에 중점을 두면서 미니멀하게 가는 음악이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서 그쪽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즐기다 보니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도적으로 연습해보기도 하니까 곡을 쓰는 과정에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서정민갑: <다섯 여름이 지나고>에서 다섯 여름이 무슨 뜻인가?

생각의 여름: 애매한 시기이다. 5년이라는 시기가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더라. "10년 후에 뭐할래? 20년 후엔 뭐할래? 아니면 1년 후에는 어떻게 살래?" 이런 건 있는데 5년은 없지 않나. 그냥 가까운 미래인데 아주 가까운 것도 아니고 멀지도 않은 미래라서 굉장히 애매하다. 그래서 아득해지는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것이다.

서정민갑: 수록곡들 가운데 <말>이 튀긴 튀더라. 그럼에도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의 여름: 뺄까말까 고민하다가 중간에 빼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에 있을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곡은 예전의 내 음악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기분 좋은 게 될 수도 있고 스스로한테는 예전에 노래에 대해 다짐했던 노래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때의 질감이 재미있게 잘 드러난 가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곡이 중간에 들어가면 다른 것들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까, 싶어 넣게 되었다. 많이 튀었나?(웃음)

서정민갑: 앨범 디자인이 특이하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생각의 여름: 브로콜리 너마저 EP와 1집 디자인을 했었던 변인희 씨가 했다. 사실은 디자이너가 흰색 글씨로 디자인을 끝내놓고 넘겼는데 인쇄가 잘못되었다. 재판에서 하얀색 글씨로 남을 것이다. 디자인 콘셉트 역시나 군더더기 없는 콘셉트를 최대한 가져왔고 특별한 디자인을 통해서 덧붙이는 느낌이 없는 걸로 소박하게 가자는 취지였다.

서정민갑: 공연 때 멘트를 거의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심지어 스케치북에 제목만 적어 넘기기도 했다고 들었다.

생각의 여름: 공연을 좀 고요하게 하고 싶었다, 아시다시피 솔로 공연이 더 집중력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잖나. 솔로 공연이야 말로 음량이 무대를 가득 채우지 못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집중을 잘 안 하고 산만해진다. 그냥 그런 모든 걸 다 없애고 싶었다. 그러니깐 '닥치고 내 가사만 들어라'라는 메시지인 거다. '나는 다른 거 생각 안 하고, 멘트도 안 하고 노래에 집중할게, 기타와 말에 집중할 테니까 당신도 그렇게 들어주세요'라는 하나의 메시지였다. 집중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였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훈련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호흡을 조절할만한 역량이 되고 공간을 꽉 채울 수 있을만한 아우라를 가지게 되면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말도 하고 호흡 조절하는 연습도 한다. 그때만 해도 <오늘 밤에 너구리> 같은 곡은 누가 얘기를 해줘도 절대 안 하고, 호흡을 흐릴 것 같은 음악은 다 제거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과정인 것 같다.

서정민갑: 전업으로 음악을 하지는 않고 있다. 전업으로 음악을 할 생각은 없는가?

생각의 여름: 없다. 음악으로 돈을 못 벌겠다는 이유는 아니고 음악이 아닌 다른 쪽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과 병행하는 게 가능해서 두 가지를 같이 가는 것이다. 살다보니 정말 재미가 없어지고 뭔가 잘 안 되면 모르겠는데 지금까지는 두 가지가 같이 가고 있다. 앞으로도 전업을 할 생각은 딱히 없다.

서정민갑: 의도적으로 친절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가?

생각의 여름: 그런 고민을 굳이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전업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잘 들릴 수 있을까'라든가, 팝적인 멜로디 같은 걸 고민을 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하고 있는 음악이 굳이 거기에 매달릴 종류의 음악이 아니라서 그냥 그런 고민을 떼어놓는 셈이 되는 것이다.

서정민갑: 주류가 되거나 비주류가 되거나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생각의 여름: 그렇다. 관심이 없다. 다만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은 것이다.

서정민갑: 만약에 이 음반이 안 팔렸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의 여름: 회사에 좀 미안했을 것이다. 어쨌든 내고 싶은 사운드를 냈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서 노래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기념품이고 거기에 만족한다. 물론 부족한 게 있기도 하고 지금 들어보면 노래 좀 더 잘할 걸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것도 한 시절의 상황을 만들어주는 거니까 그러면 됐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그렇다면 종현 씨는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은 것인가?

생각의 여름: 큰 질문이다.(웃음) 일단 음악은 내가 즐겁고 의미가 있어서 하면 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고 뭐든 거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음악인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나. 스스로 그 중 어떤 지점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냐 하는 문제를 고민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내가 떳떳하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떳떳한 노래를 하고 있다는 정도, 그리고 계속 쌓여서 뛰어나다고 얘기를 듣는 정도면 되는 것 같다.

서정민갑: 혹시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옮길 생각은 없는가?

생각의 여름: 레이블을 옮긴다고 했을 때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소속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 붕가붕가 레코드에 있는 사람들은 다 5~6년째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다. 그냥 형동생인 거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옮길 곳이 있느냐'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옮겨서 뭐하냐'는 것인데 셋 다 없다. 붕가붕가 레코드가 제일 편한 건 다른 곳에서는 제작자의 간섭이 있을 텐데 "곡 하나도 안 건드릴 테니까 작업하는 걸 도와줄게"라고 할 수 있는 회사는 여기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적자는 안 봤으니까 안 쫓아낼 것이다.(웃음)

서정민갑: 앞으로 음악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생각의 여름: 음악적인 계획은 없다. 주변 형들은 이번 음반이 콘셉트 앨범이라는 것은 아니까 버려둔 노래들을 한 번 더 정리해보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를 할 때도 있는데 일단 바빠서 별 생각이 없다. 그리고 음반을 내기 위해서 작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살면서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가끔 하다가 덩어리가 쌓이면 그때 뭔가를 할 것이다. 그 전에는 다른 계획을 세울 수도 없을 것 같고, 세우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웃음)

서정민갑: 마지막 질문이다, <보다> 독자들, 혹은 음악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생각의 여름: 어우, 이런 질문도 받는다.(웃음) 뭐라고 해야 되나? 내 노래랑 만나셨다면 이왕 만났으니까 이 사람이 무슨 노래를 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보고 생각을 해주신다면 기쁠 것 같다. 반갑습니다. 이 정도다.(웃음)



웹진 보다에 실린 버젼을 확인하려면 이곳

닉네임
비밀번호
블로그
비공개